brunch

수영일기) 댄스와 접영 웨이브의 차이

접영 웨이브는 고릴라처럼

by 잼써

한 10년 전쯤, 방송 댄스를 배웠었다.


(댄스 얘기는 이제 그만할 때가 되었지만, 자랑할 만한 경력이 댄스랑 수영밖에 없는데 어떻게 하겠는가.)


줌바 같은 거 아니고, 백업 댄서로 무대에도 섰던 분께 정식으로 배우는 거였다. 같은 반 친구(?) 중에는 아이돌을 꿈꾸는 학생도 있었다.


그나마 일반인이 들을 수 있는 수업이었는데도, 꽤 체계적이었다. 수업 시작 전에 매일 기본기를 했는데, 기본 중의 기본인 웨이브는 빠지지 않았다. 머리에서부터 발로 내려가면서 아이솔레이션, 가슴, 골반 웨이브 순으로 웨이브를 했다.


덕분에 나는 웨이브를 할 줄 아는 몸치가 되었다.


sticker sticker


댄스 수업을 받기 전에는 웨이브는 엄청난 것처럼 생각되고, 웨이브만 할 수 있으면 다 할 수 있을 것 같은 느낌이었는데(옛날에는 춤=웨이브, 웨이브할 줄 안다 = 춤 잘춘다였음) 그런 건 아니었다. 몸치도 웨이브를 할 수 있고, 웨이브할 줄 안다고 몸치가 낫는(?) 것도 아니었다.


(요즘에 몸을 쓰는 게 상당히 좋아져 몸치 탈출을 앞두고 있는데, 그거에 대해서는 나중에 글을 또 써 보겠다.)


접영은 웨이브를 좀 해야 하는 영법이다. 하지만 자유형 실력이 일취월장할 동안, 접영은 정말 늘지를 않았다.


접영에서도 가슴을 내밀어 웨이브를 시작해야 하고, 엉덩이를 내밀어야 한다. 이 두 개가 핵심이다 보니 피드백도 가슴을 더 내밀어라, 엉덩이를 위로 올려야(?) 한다, 발차기와 팔의 타이밍을 맞춰야 한다는 것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게다가 웨이브를 하면서 팔을 머리 밑으로 떨어 뜨리지 말아야 한다. 만세한 자세로 이미 온몸이 쭉 뻗어져 있는데, 그 상태에서 가슴을 더 내밀어야 하는 거다.


그래서 가슴을 엄청 내밀면서 웨이브를 크게 타려고 하면 팔과 목에 힘이 들어갔다. 댄스처럼 팔과 목에서부터 웨이브를 타려고 하는 것이다. (어떤 사람은 손목부터 꺾는다. 춤에 재능이 있는 분)



ezgif.com-video-to-gif (1).gif



그런데 이런 식으로 가슴을 앞으로 내밀면서 움직이면 웨이브만 너무 커지고 앞으로 잘 안 나간다.


가슴을 위로 올린다는 생각을 하면 더 잘 되는 것 같다. 수영을 할 때는 가슴이 나아가는 방향으로 뻗게 된다.


ezgif.com-video-to-gif (2).gif


이런 느낌? 고릴라가 가슴을 키울 때의 느낌?


가슴 웨이브가 되니까 팔과 목도 나대지 않게 되었다. 웨이브가 제대로 안 되니까 팔과 목으로라도 하려고 했던 모양이다.


수영이 잘 안 될 때는.. 그 이유를 알고 싶어 악마에게 영혼을 팔아도 사기나 당하지 절대 알 수 없을 것 같지만서도, 잘 되면 느낌이 딱 온다. 이 동작이 맞다고 물이 나에게 피드백을 준다. 잘 되어서 친구에게 보여 줬더니, 자기보다도 잘한다면서 칭찬을 해줬다.


sticker sticker


그런데 이렇게 한 번 잘했다고 매번 잘 되는 게 아니다. 잘되었다가 안 되었다가 왔다 갔다 한다. 또 팔과 목으로 웨이브를 하려고 할 때마다 고릴라를 생각해 봐야겠다.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수영 일기) 한강 폭 거리를 수영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