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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잼써 Nov 26. 2023

너와 내가 다르다는 이해는 심플하다


나는 어릴 때 만화 보는 것을 참 좋아했다. 일요일 아침에 투니버스 채널에서 하는 여러 만화들을 보기 위해서 일찍 일어나려고 노력했고, 놀이터에서 놀다가도 정규 방송에서 하는 만화들이 시작하기 전에 귀가했다.


KBS, SBS, MBC에서는 어른들을 위한 프로그램이 본격적으로 시작되기 전 시간에, 피구왕 통키나 마법소녀 리나, 세일러문 같은 프로그램들이 방영되었다.


그런데 엄마는 TV에 만화가 나오고 있으면 채널을 딴 데로 돌려 버렸다. 이렇게 재미 있는 만화를 엄마는 왜 안 좋아하는지 이해가 안 됐다. 


엄마가 만화의 앞뒤 관계도, 캐릭터도 잘 몰라서 그럴 거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모르게 된 이유가 엄마가 만화에 편견을 가지고, 알아보려고도 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아무리 봐도 엄마가 좋아하는 드라마보다는 내가 보는 만화가 훨씬 재밌었다.


그래서 엄마에게 스토리를 간추려 말해 주기도 하고, 캐릭터가 저런 행동을 하는 게 왜 재미 있는 포인트인지도 설명하려고 했다. 하지만 먹히지는 않았다.


살면서 내가 좋아하는 것을 설득할 일도, 상대가 좋아하는 것을 설득 당할 일도 많아졌다. 내가 좋아하는 걸 설득해서 상대가 좋아하게 되면 굉장히 기쁘지만, 절대 그런 일이 벌어지지 않는 경우도 많았다. 서로 좋아하는 걸 설득할 수 없는 게 ‘좋은 걸 몰라서’가 아니라 그냥 ‘서로 다르기’ 때문인 경우도 꽤 많기 때문이다.


서로 다르다는 이해를 하게 되면 상황은 굉장히 심플해진다. 상황에 대한 오해나 정보의 간극도 없다. 너는 그걸 좋아하고, 나는 이걸 좋아하는구나라는 결론이면 충분하다. 물론 속으로는 자기의 취향이 더 낫다고 생각하겠지만 그렇게 믿는 것도 나쁘진 않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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