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에는 욕구를 억누르며 살았더니 내가 뭘 하고 싶은지 몰랐다. 아니, 더 정확하게는 욕구를 검열해왔다는 게 맞을 거다.
하고 싶은 게 있을 때마다 돈 낭비가 되진 않는지, 시간 낭비가 되지는 않는지, 그래서 궁극적으로 이게 쓸모가 있는지를 체크했다. 그 사항들을 통과하는 건 많지 않았고, 결국 해 볼 만한 건 거의 남지 않았다.
그래 놓고선 계속 ‘나는 도대체 하고 싶어하는 게 뭐지?’라고 생각해 왔다. 내 말은 들어주지도 않으면서 묻기만 하니 마음은 점점 더 미궁으로 빠졌다.
해보지 않아서 하고 싶다면, 쓸모를 알 수 없다. 경험해 보지 않은 상태로 쓸모를 가늠하려고 했던 게 얼마나 바보 같은 짓인가. 그리고 ‘하고 싶다’는 건 좋고 싫음의 영역인데, 나는 그 판단을 자꾸 옳고 그름을 기준으로 하려 했다. 그러니 이 둘 사이에 미스매치가 날 수밖에 없었던 것 같다.
그걸 깨달은 순간부터는 뭔가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면, 가능하면 해 보기로 했다. 그 경험이 얼마나 쓸모 있는지를 생각하면 안 됐다. 나에게는 생각을 실천으로 옮길 때 가장 걸림돌이 되는 게 바로 이 ‘쓸모있음’에 대한 생각이었다.
그러면 결과를 조금 더 받아들이기 쉬워진다. 실패가 아니라 ‘나를 위한 활동’으로 네이밍할 수 있다. 그동안 쓸모 있는 줄 알고 내 젊음과 노력을 바쳐가며 했던 많은 재미 없던 일들이 후회되는 건, 그게 전부 남을 위한 일이었기 때문인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