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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과 함께 보내는 시간,

12월의 제주도 여행

by 정현주 변호사



2021년이 시작되면서부터 딸과 함께 보내는 시간이 더 줄어든 느낌이 들었다.


그래서 나는 퇴사를 하자마자 딸을 데리고 '소노캄 고양'에 가서 하루 동안 호캉스를 했다. 장소를 일산으로 정한 이유는 그 근방이 나에게 익숙하고, 집에서 가장 적당한 거리였기 때문이었다.


어쨌든 이제 갓 만 4살이 지난 딸과 함께 호캉스라니,

사실상 느긋한 쉼은 포기를 했다.



집에서 나서며,



심지어 딸도 나와 함께 시간을 보내는 것이 지루해(?) 보였다.






5살 딸은 언제나 누군가가 옆에서 놀아주는 사람을 필요로 한다. 좀 더 정확하게 말하자면, 명령을 충실히 이행해 줄 사람이 필요하다.


하지만 내 딸에게 엄마는 즐거운 놀이 상대라기 보다는 늘 '일'을 하거나 '공부'를 하는 사람인 것이다.


이날 나는 딸을 위해 사전에 이미 검색으로 알아본 '고양어린이박물관'을 갔고, '아쿠아플라넷'까지 마음 먹었지만 시간상 (다행히) '고양어린이박물관'으로 마무리 되었다.


'고양어린이박물관'은 정말 추천할 만한 괜찮은 곳이었다. 한번 들어가면 3시간 정도는 족히 시간을 보낼 수 있는 곳이었다(반드시 미리 예약을 해야 한다).





고양어린이박물관


저녁이 되자, 딸은 엄마의 취향에 맞춰 그날 저녁 해피아워에 잘 따라가 줬다.


엄마는 와인을 (몇 잔) 마시고, 딸은 오렌지 주스를 마셨다.





이렇게 우리의 첫 호캉스는 적당하게 마무리되었다.


음? 근데 생각보다 딸과 함께 한 호캉스는 나쁘지 않았다.


늘 마음만 앞서고 함께 하는 시간이 부족했던 내가 미안하다고 느껴질 만큼,



제주도 여행(2021.12. 6 ~ 2021. 12. 8)



12월이 되자 나는 정말로 바빠졌다.

앞으로는 계속 더 바쁠것 같아서 얼른 비행기를 예약하고 '제주도 가족 여행'를 다녀오기로

했다(비록 노트북을 가져갈 수 밖에 없었지만).


그 사이 딸이 좀 더 자란 것 같았다. 이제 한 달 있으면 어엿한 6살이 되기 때문일까..


처음 만나는 모르는 사람들에게 '난 다섯살이에요.' 라는 말을 하고 다닌다.




그리고 엄마 아빠는 딸을 위해 첫 날은 '제주공룡랜드'를, 둘쨋 날은 '조랑말 체험'을 하러 갔다.


제주도 조랑말 체험은 대부분 36개월만 지나면 아이들을 보호자 없이 말에 단독으로 태운다고 한다.

3살~ 4살 밖에 안 된 작은 아이들이 혼자서 말을 타는 것이 신기했다.


'공룡랜드'에서 가짜 공룡만 봤던 딸은 '진짜 말'을 탄다고 말해 주자 좋아했다.


걱정할 필요가 전혀 없이, 딸은 이미 시승경험이 있었던 것처럼 말에 올라 포즈도 취하고, 즐거운지 뜻을 알 수 없는 노래도 부른다.





말을 타고 10분 정도 걷다 온 것이 전부긴 했지만, 까마귀 떼들도 날아다니고, 저 멀리 산도 있고, 나무들도 많아 초원에 온 느낌마저 들었다.


말을 타고 있자니, 5년 전 처음으로 말을 탔던 '몽골여행'이 생각났다.





오후에는 제주도에서 유명하다는 '풍림다방'에 갔다.


초록색 외벽에 멀리서 보면 2층 주택을 개조한 것 같은 느낌의 카페였다.



풍림다방


날씨는 맑고 깨끗했으나, 때마침 바람이 많이 불고 있었다.


좁은 골목길 사이로 들어가 겨우 주차를 하고 올라가보니, 풍림다방은 '노키즈존'이라고 했다.








그래도 다행인 것은 '외부 평상'은 노키즈존이 아니라고 한다.

(비록 남쪽에 있는 제주도지만 12월은 겨울이다)


바람이 몹시 불어서인지 마당에 있는 평상에 앉아 있는 손님은 우리 밖에 없었다.


평상 위에 멋드러지게 있었던 파라솔도 바람 때문인지 끝이 찢어져 펼쳐지지 않았다.


아아, 그것 뿐이 아니었다. 바람이 몹시 불어서 평상에 두는 모든 것들이 곧장 바람을 타고 날아갔다.

티슈, 영수증, 마스크 같은 것들이다.


시그니처 커피라는 풍림브뤠붸의 거품은 풍림다방 안에서부터 들고 평상으로 내려 오면서 흘러넘쳤다.


풍림다방의 시그니처 풍림브레붸와 쇼콜라쇼



무엇보다 바람 때문에 커피가 너무 빨리 식는 것이다.

우리는 바람을 맞으며 커피를 원 샷하고, 얼른 다시 차에 올라탔다.





하지만 딸은 즐거워보였다.


엄마가 일을 안 나가고 3일 동안이나 같이 붙어 있어서일까?


비록 3일이지만 이렇게 오랫 동안 오롯이 딸과 함께 시간을 가져보는게 얼마만인지 모르겠다.




ps, 엄마, 아빠도 3일 간 즐거웠어. 더 많이 놀아주지 못해서 미안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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