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률사무소 봄에는 유독 수원지방법원, 수원가정법원 사건들이 많은 느낌이다. 수원지방법원 지원사건들도 꽤 많아서 남양주에서 지원으로 운전을 통해 자주 나가는 편이다. 법률사무소 봄은 비록 남양주에 있지만 거리를 불문하고 많은 분들이 나와 '소년사건'과 관련한 상담을 보조인으로 선임해주시곤 한다.
수원가정법원 재판을 기다리며.
어제와 오늘은 오전에 수원가정법원 재판이 잡혀 있었다. 그래서 이틀 연속으로 오전에 장거리 운전을 통해 법원에 갔다. 지금은 내가 모든 재판에 직접 출석을 하고 있지는 않지만 두 사건 모두 내가 직접 출석해야 하는 기일이었다.
어제의 재판은 바로 소년재판이었다.
아이는 이미 보호관찰 중에 여러 건의 재범 사건으로 인해 우범으로 분류되어 소년분류심사원에 송치되어 있었다. 이미 접견을 통해 만났지만 그 이후로도 재범 사건이 여러 건이고 또 공범이 여럿 있어 6호 처분이 예상되던 찰나였다. 그런데 이런? 6호 시설에 지금 자리가 없고, 공범들이 가있다는 이유로 예상치 못한 9호(단기 소년원) 처분이 내려졌다.
판사님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아이의 어머니는 바로 눈물을 터트리셨다. 6호 처분이나 9호 처분과 같이 시설 입소에 대한 처분이 내려지는 경우 바로 그 자리에서 소년과 헤어지게 된다. 아이 또한 눈물을 보이면서 어머니와 포옹을 하고 다른 쪽 문으로 나갔다. 지켜보는 나도 마음이 좋지 않았다. 어머니가 이 상황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듯하자, 판사님은 " 변호사님, 어머니한테 상황을 잘 설명해 주셨으면 좋겠어요. 우범으로 송치되지 않았으면 이건 무조건 형사재판 가야 할 사안이라고. "라고 말씀하셨다.
며칠 전 재판부에서 온 전화를 받았을 때만 해도 판사님이 집으로 돌려보낼 의향이 있다고 했는데, 아마 분류심사원 심사관의 보고가 무척 좋지 못했던 모양이다. 이처럼 소년분류심사원에 갔을 때는 심사관의 의견이 이후 미칠 보호 처분에 결정적이라고 보면 된다. 판사님 또한 전화를 하실 때 " 어머니도 집으로 돌려보내길 바라시는 거죠? 하지만 분류심사원 심사관의 의견을 무시할 수 없어요. 분류심사원에서 생활을 잘하라고 전해주세요. "라고 말씀하셨던 것이다.
안양 소년분류심사원
접견을 통해 보았던 아이는 사소한 말다툼으로 시비가 되어 이미 징벌방에 5일이 넘게 혼자 지내고 있었다. 소년들이 이렇게 갑자기 사고를 치는 이유가 무엇일까? 그리고 그 방황을 어떻게 하면 멈출 수 있을까?
형사 피의자를 만나는 것은 나에게도 가끔 반갑지 않은 기분이 들지만, 소년사건을 맡게 되어 소년들을 접견할 때는 대부분 나 또한 치유의 시간을 갖는다. 분류심사원에서 만나는 아이들은 나의 말을 귀담아듣고 정말로 집중하고 있으며 후회하고 반성한다. 나는 소년들을 나무라지 않는다. 오히려 ' 너는 잘 될 거야. '라는 위로의 말을 많이 해주는 편이다.
대부분의 10대의 방황은 그 이후의 방황과 비교해 보면 '안전할 정도'이다. 소년들은 종종 아무런 생각이 없이 친구들과 어울리면서 이런저런 문제를 일으킨다. 혼자라면 생각지도 못할 일들을 벌이기도 한다. 그 이유는 그들이 만든 '무리'속에 있기 때문이다. 내가 소속된 무리 안에서는 나의 행동이 두드러지지 않는다. 하지만 막상 그 무리에서 벗어나 분류심사원에서 혼자 지내면, 많은 것들이 잘못되었음을 체감한다. 특히, 신경 써주는 어머니, 아버지가 있다면 더욱 그렇다. 그래서 나는 분류심사원에 접견을 갈 때마다 '어머니가 너를 위해 이렇게 힘써주는 것은 당연한 일이 절대 아니야. 어머니를 생각해서라도 정신 차려야지. '라고 말한다.
만약 집을 떠나 분류심사원으로 오지 않았다면 어땠을 것인가? 어쩌면 소년에게는 이렇게 혼자 있는 시간들이 필요했을지도 모른다. 좀 더 자각하고 반성할 시간, 그리고 앞으로 하고 싶은 꿈들과 방향들을 생각해 볼 시간들 말이다. 대부분의 10대들이 아무런 생각이 없이 공부만 하는 것에 비해, 비슷한 시기에 자신의 꿈에 대하여 진지하게 생각해 볼 계기가 있다면 10대의 방황은 무조건 나쁘다고 보기 어렵다.
오히려 이런 자각과 가족의 소중함과 자신의 잘못들을 보면서, 좀 더 단단해지는 것일지도 모른다. 그래서 나는 '너의 방황은 나쁜 것이 아니야. 너는 이것을 계기로 더 잘 될 거야. '라고 말해주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