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전한 혼자가 되어 본다는 것,

2015년 루마니아 부쿠레슈티

by 정현주 변호사


나는 언제나 나의 나약함, 근본을 알 수 없는 불안감이 너무 싫었다.


무엇보다 나를 둘러싼 환경들을 그저 견딜 수가 없었다.


그래서 나는 가끔 최소한의 경비와 베낭 하나에 들어갈 정도의 짐만 넣고, 기한을 정하지도 않은 채 몇 개월씩 여행을 떠나곤 했다.




나는 주로 새벽 비행기를 탔다.

친구들과 함께 여행을 가기도 했지만 점차 혼자 여행을 하게 되었다.


혼자 가는 여행은 비행기를 탈 때부터 계속 긴장감의 연속이다. 내 주위 사람부터 신경이 쓰이고, 화장실을 다녀올 때도 챙길 것들이 많았다. 잠을 자도 푹 자지 못한다.


무엇보다 긴 여행은 끝없는 긴장감으로 나를 고단하게 했고, 그 동안 나는 물에 젖은 빵처럼

절절한 고독을 느껴야 했다.


그것은 분명 외로움은 아니었다.


부연하자면, 사람들 속에 속하지 못하는 이방인의 느낌이다. 그들의 언어를 내가 이해하지 못하고, 그들도 나의 말을 이해하지 못함에서부터 최초로 시작되는 불 일치.

그리고 그것을 점차 받아들이게 되는 과정에서의 침묵과도 같은 것이다.


무엇보다 기억에 남는 여행지는 부쿠레슈티이다.





2015년의 부쿠레슈티



부쿠레슈티는 잿빛 도시였다.

지금도 부쿠레슈티를 생각하면 거대한 회색 창고와 같은 어둡고 흐린 날에, 커다란 검은 새들이 연상된다.



그 곳은 내가 다녀본 여행지 중에서 가장 위험하게 느껴지는 곳이기도 했다.

어디에서부터 등장하는지 모를 어린 집시들이 몰려다니면서 외국인들을 탐색하고, 호시탐탐 기회를 노렸다.


부쿠레슈티에는 동양인 여자 여행객이 별로 없어서였을까,

나를 한참을 따라다니는 듯한 불안한 느낌에 정오에 가까운 시간이었는데, 결국 나는 카페에 들어가 집시들이 지나갈 때까지 누군가를 기다리는 듯 시계를 보았다.


군중속에서



나를 아무도 모르는 곳에서(전혀 알리 없는 곳에서) 끝없이 걷는 기분은 각별했다.


군중속에서 나는 고독과 마주 앉기도 했지만,

동시에 스쳐지나가는 사람들의 표정들과 많은 것들을 볼 수 있었다.


나의 귀는 목적이 없이 걸을 때마다 들었던 연주 사이사이의 숨소리까지 들을 수 있을 정도였고, 나의 뇌는 어느 때보다도 분명하게 깨어 있었다.


그러다가 어느 순간에 나는 불현듯 알게 되었다.




완전히 혼자가 되어본다는 것,


그 긴장감과 공포심이 오히려 나를 생생히 살아있게 했다는 것을 말이다.


나약함과 불안감을 피해 떠나려고 했던 나의 여행은

결국 나 스스로를 받아들이게 했다.


아니 받아들이지 않으면 안되었다.

나아가려는 욕망의 삶에서 어차피 선택지는 없었으니까,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