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것,

2013년 라오스 루왕프라방,

by 정현주 변호사


나는 아직도 사람들이 많은 곳을 좋아하지 않는다.


아무도 없는 곳에 혼자 있을 때는 그토록 어둠이 싫다가도, 사람들이 많아지면 그만큼 또 혼자있고 싶어지니 정말로 아이러니한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래서 나는 아직도 사람들이 많이 있으면서, 나를 모르는 사람들이 많은 곳이 편하다.




2013년, 라오스에 갔을 때의 일이다.


당시에 나는 태국 방콕에 한 달 정도를 지내다가, 갑자기 야간 버스를 타고 라오스를 향해 떠났다. 여행지에서 만났던 많은 외국인들이 '라오스 앓이'를 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방콕에서 만났던 많은 여행객들은 나에게 '라오스가 얼마나 한적하고 매력 있는지'에 대해 늘 말하곤 했다. 얼마나 라오스 얘기를 많이 들었는지 분명 라오스는, 태국 바로 근처에 있는 다른 나라인 미얀마 보다는 확실히 여행객들을 끌어들이는 무엇인가가 있다고 생각되었다.


마침 나로서는 이미 방콕은 3번째의 방문이어서, 방콕을 떠나 어디론가 향하고 싶기도 했었던 때였다.


막상 마음을 정하자 방콕 카오산로드 곳곳에 있었던 여행사에서는 태국 국경에 인접한 라오스로 가는 야간 버스를 어디에서나 예약할 수 있었다.


나는 숙소 값을 아끼려고 야간 버스행을 탔다.


처음으로 탔던 태국의 야간 버스는 상당히 편해서 밤새 잠을 자기에도 부족함이 없을 정도였다.

그리고 밤새도록 달려 도착한 라오스는 방콕과는 분명 상당히 다른 느낌이었다.

번잡한 도시에서 벗어나, 완전히 작은 마을로 들어간 느낌이랄까,,



2013년 라오스 루앙프라방



방비엥을 떠나 더 들어간 라오스의 루앙프라방은 좀 더 아기자기한 시골의 느낌이었지만, 곳곳이 사원으로 둘러쌓인 곳이었다.

때마침 하늘이 맑았고, 조용하고 평화로웠다.


그렇다, 이 곳은 생각보다 매우 평화로운 곳이었다.



루앙프라방 사원
루앙프라방 사원의 벽



라오스의 날씨는 살인적으로 더워서 낮 시간에는 대부분의 가게에서 영업을 하지 않았고, 라오스 사람들은 낮시간에는 대부분 낮잠을 자곤 했다.


그 정도로 라오스의 낮 시간에는 몇 분조차 걷기 힘들었다.


서호주처럼 더우면서 건조하다면 차라리 낫지만, 라오스는 숨이 막히도록 덥기도 하고 굉장히 습했다. 나는 원래 땀을 잘 흘리지 않는 체질이었지만 라오스의 한 낮은 조금만 걸어도 땀이 비오듯이 흘렀다.


그래서 조금만 걸어도 몸이 코끼리처럼 무거워졌고, 젖은 솜처럼 보이는 아무 가게에나 들어가 선택의 여지 없이 수박 주스를 시켜야 했다.


라오스의 가게,

그러다 보니 한 낮에 라오스에 있으면 아무런 생각도 하지 않고, 그저 낮잠을 자거나 멍을 때리는 것이 낙이 되었다.



그리고 이글거리는 해가 물러가고 밤이 되면, 라오스 루앙프라방에는 화려한 등과 라오실크로 만든 숄과 머플러를 주로 파는 밤 시장이 열리곤 했다.


라오 실크로 만든 숄



시장은 베낭여행자인 나에게는 늘 친숙한 장소였다.


시장은 늘 많은 사람들이 지나다닌다. 하지만 그 많은 사람들 중에서 나를 아는 사람이 아무도 없다.


같은 장소에 오랫동안 앉아 있어도, 나는 그 군중속에 휘말려 보이지 않는 객체가 되는 기분이 들었다.


혼자 하는 여행은 쉬이 지치곤 한다. 가끔 혼자 있는 것이 지루해지면 이렇게 밤 시장에 나와 눈에 보이는 가게에 들어가 앉아 있는 것이다. 그리고 시장 안의 상인들처럼 나는 오래도록 지나다니는 사람들을 지켜보았고, 한 곳에 자리를 잡고 흥정을 하는 상인들의 모습을 지켜보았다.


시장에 온 많은 사람들은 매우 빠른 속도로 주변의 물건과 상인들에게 잠깐의 시선을 주고 스쳐지나갔다.



라오스 루앙프라방의 밤 시장


그 곳에 오래도록 혼자 있으면서, 나는 자연스럽게 생각하게 되었다.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것,

그것은 진심이다.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려면 어설픈 계산은 안하는 것이 낫다.




여행을 떠나는 것에 특별한 이유는 없었다. 나는 한국에서 남들과 달리 크게 하고 싶은 일이 없었고 어떠한 책임감이나 의무감을 느끼고 싶지 않아서 도망치듯 한국을 떠나온 것이다.


한국 사회에서는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당연히 요구되는 것들이 메뉴얼처럼 정해져 있다.

'나이에 따른 요구'라고 해도 좋을 것이다.


10대에는 공부를 하여 무조건 좋은 대학을 가고, 그 중에서도 취업이 잘되는 학과로 가고, 그 다음에는 당연하듯 취업 준비를 하며, 좋은 직장에 취업한 뒤에 이왕이면 나보다 더 나은 조건을 가진 배우자를 만나 결혼을 하고, 이후에는 무조건 아이를 낳는 것이다.


그런 것들을 어렸을 때부터 자연스럽게 받아들일 수 있었더라면 얼마나 좋았을까? 아쉽게도 나는 그것이 굉장히 어려웠다. 그 대가는 어떤 의미에서는 참혹했다.




나는 20대의 거의 대부분을 '내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알기 위한 시간으로 할애했다. 그리고 나서도 결국 완전한 해답을 얻을 수는 없었다.


하지만, 내가 진정으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아는 것이 정말로 중요한 일이다.


그리고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내가 진정으로 원하는 것을 알게 되었더라도 그것을 내가 가질 수도 없다는 것을 빨리 깨닫는 것이다.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것은 진심이다.

하지만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려고 (의도)하면 그 순간부터는 잘 되지 않는다.


진정으로 원하는 것을 아는 것도 어렵지만, 그것을 알게 되더라도 나는 그것을 가지지 못할 수도 있다.


나는 그때는 그것을 이해하기에는 너무 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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