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멈춘 시간 속에서
며칠 동안 오롯이 글을 쓰지 못하는 날들이 계속되고 있다. 하지만 사실을 말하자면 나는 꽤 많은 글들을 쓰고 있다. 그 글들의 중간이나 마지막 지점에서 제대로 마무리를 하지 못한 채, '임시 저장' 버튼을 누르는 일들이 반복되고 있는 것뿐이다.
이미 완연한 여름이 찾아왔다. 최근의 나는 이런저런 현실의 어려운 문제들로 깊게 잠들지 못했고, 해야 할 일들에 제대로 집중하지 못했다. 헤매이는 밤은 숱한 고통들과 함께 뒤섞여 무엇이 진실인지 알지 못하게 만들었다. 해가 지고 밤이 되면 좀 더 먼 거리를 돌고 돌아 걸었다. 눈을 감고 있으면 내 머릿속에는 무정형적이고 대단히 자유로운 음률(音律)이 떠올랐고, 나는 조용히 ㅡ 그 음들을 흥얼거리곤 했다.
그렇게 여러 날들이 지나갔다. 오후로 접어드는 시간, 이 익숙한 길목에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다니지 않는다. 그리고 어디선가 오는 달짝지근한 공기, 문득 찾아오는 나른한 피로가 나의 시간을 멈추게 한다.
그리고 그 멈춘 시간 속에서 ㅡ 나는 그토록 꿈꾸던 시간들을 얻는다.
" 나쁘지 않네, "
나는 나도 모르게 혼자 중얼거린다.
이 어려움을 어떻게 극복해야 할지는 아직까지는 잘 모르겠지만 말이야. 우리는 모두 비슷한 세계에서 어제와 다름없는 오늘을 살고 있지. 하지만 나는 어느 순간 나의 인생이 달라졌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어. 뭐 그렇다고 하더라도 ㅡ 나의 인생은 매번 달라졌지. 그것은 그 자체로 크게 특별한 일은 아닐 거야.
그 순간, 삶의 고통은 빛의 어둠처럼 필연적으로 찾아오고 그것을 (당연히) 받아들여야 한다는 너의 말이 떠올랐다. 그것은 마법의 주문과도 같은 말이었다.
나는 지금, 말하자면 삶의 긴(돌이켜보면 무척 짧기도 하지만) 여정에서 어떤 의미 ㅡ에 대한 말을 하고 싶은 것이다. 시간이 흐르고 나이가 들수록 우리는 반복되는 삶에 무척 지치게 된다. 어제와 오늘과 내일이 사실상 큰 차이가 없고, 그것을 구별하지 못하게 된다. 행복하지는 않지만 '크게 불행하지 않다면' 문제의 원인을 알지 못한다. 어쩌면 불행한 상황이더라도 불행하다는 사실 자체를 깨닫기 어렵기도 하다.
만약 불행하다는 사실을 새삼스럽게 알게 된다고 하더라도 어쩔 것인가?
이미 (나도 모르게) 나를 형성한 환경과 상황과 이 현실에 어떻게 맞설 것인가?
어쩌면 굳이 맞서야 할 필요가 있는가 싶기도 하다.
나는 고통이 찾아오면 기꺼이 문을 열어두고 그것들을 맞이한다. 그로 인해 내가 바짝 말라죽는 것 같은 기분이 들더라도 말이다. 적어도 나는 그 고통이 나를 휩쓸고 지나가 완전히 소멸한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나에게 찾아오는 이 많은 감정들 속에서 ㅡ 나는 결국 나의 많은 부분들을 바로 볼 수 있었다. 그것이 필요한지 필요하지 않은지는 차치해 두더라도 결국 주어진 삶은 외면하더라도 결국 찾아오기 마련이었다.
나의 의지와 상관없이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