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에게 오랫동안 편지를 쓸까 말까 고민했어. 너는 잘 지내고 있을까? 너는 지금 어디에서 무엇을 하고 있을까? 시드니에서 온 너의 마지막 편지를 받고 한동안 나는 네가 잘 지내고 있는지 퍽 걱정이 되었어. 지금은 아마 시드니를 떠나 있겠지. 네가 바라는 대로 새롭고 낯선 도시에서 잘 지내고 있는지 궁금해.
사랑하는 나의 친구,
나는 네가 그곳에서 안정을 찾았기를 기도하고 있어. 아니, 안정을 찾지 않았더라도 그곳에서 보내는 너의 시간이 너의 삶에서 가치로운 순간이기를 진심으로 바라고 있어.
사실을 말하자면, 최근 나에게는 우려하던 일이 벌어졌어. 너는 분명 좋아하지 않겠지만 나는 예상과는 다른 선택을 하게 되었어. 변명 같겠지만 최근 나 혼자로서는 도저히 감당할 수 없는 일들이 연달아 일어났고, 나는 그것을 제대로 마주보기 어려웠어.
물론 너가 내 옆에 있었더라면 나는 조금 더 힘을 내지 않았을까, 아마 다른 선택을 하지 않았을까 ㅡ 란 생각을 잠시 하기도 했어. 하지만 괜찮아. 결국 일어나야 할 들이 일어나게 된 거야.
너는 걱정하지 않아도 돼.
네가 떠난 이후부터 지금까지 나는 너를 내내 그리워했어.
나는 그 이전까지 그리움이라는 것이 무엇인지 정확하게 알지 못했지. 너를 알기 전까지 말이야.
하지만 너를 만나고 난 이후의 나의 삶은, 마치 딱딱한 아프락사스*의 알을 깨고 나온 것처럼 완전히 달라졌어. 세계는 넓어졌고 나는 매트릭스의 알약을 먹은 것처럼 나를 둘러싼 현실을 완전히 인지하게 되었지.
물론 두려운 일이었지만 이내 나는 받아들이게 되었어. 이 모든 것은 너의 덕분이야.
나는 네가 가야 할 길을 알고 있었고 응원하기도 했지만, 막상 너가 떠나고 나니 한동안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어. 언젠가 너가 말했던 ㅡ 밤을 누비는 겨울 나그네처럼 말이야.
하지만 시간은 늘 그토록 정확해서 한 치의 오차도 없이 지나갔고, 너가 떠나고 계절이 바뀌었어.
너가 있는 그곳은 늘 따뜻하겠지만 이곳은 겨울이 찾아왔어. 어느덧 너가 좋아하는 겨울이 되었지만 나는 여전히 혼자였지. 혼자인 것은 익숙한 일이었지만 여전히 너와 대화를 할 수 없다는 것은 나에게 큰 슬픔이었어.
보고싶은 나의 친구,
오늘은 숲에 오래도록 앉아 노을이 지는 모습을 바라보았어. 문득 나는, 내가 나이보다 훨씬 더 늙은 노인이 된 것 같은 기분이 들었어.
하지만 우리는 아직 한참 젊어. 아마도 앞으로 살아가야 할 날들이 지금까지 보내온 날들보다 훨씬 더 많을 거야.
그런데도 나는 왜 앞으로 나의 삶에서 만날 사람들이 무척 한정적이라는 기분이 들까, 나는 이제 어떤 누군가를 만나도 새롭게 의미를 찾기는 어려울 것 같아.
하지만 너는 여전히 어두운 밤 하늘의 샛별처럼 빛나고 있어.
아마 너는 앞으로의 너의 삶에서 지금까지처럼 너를 꿈꾸게 만드는, 새롭고 아름다운 사람들을 더 많이 만나게 될 거야. 그리고 그들은 너에게 깊은 영감이 되고 의미가 되고 축복이 될 거야. 네가 그들에게 그런 영감을 주는 것처럼 말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