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바다, 모든 것을 집어삼킬듯한

분명 나는 소멸하고 있다.

by 정현주 변호사


나는 오랜만에 바다에 왔다.


그리고 캄캄한 어둠 속에 잠이 깨었다. 해가 사라지자 폭력적인 잠이 찾아왔던 것이다. 한편, 마음의 고통은 이루 말할 수 없이 커졌다. 꿈은 나의 목을 조르고 공기는 점차 사라졌다.


드넓은 바다의 한 가운데 이 망망대해 앞의 나는 어떻게 할 것인가?

이 어둠의 소리는 어찌할 것인가?


어둠은 커다란 바다 위를 때리는 이 빗소리의 바람처럼 나를 짓눌렀다.

모든 것을 집어삼킬듯한 이 마음의 고통은 언젠가 분명 지나가겠지.


하지만 나는 지금 이 순간 ㅡ 서성이는 밤의 새와 같이 어디로 날아가야 할지 모르는 채, 숙명적으로 찾아온 고통 속에 잠을 깨었다.


공기는 무겁고, 바람은 내 뺨을 사정없이 두드린다.

지친 나는 눈을 감고 바람의 노래를 듣는다.


이 무거운 밤의 바다 위의 나는 밤의 새가 되어 언젠가 분명히 가볍게 날아오르겠지.

그리고 나를 완전히 다른 곳으로 데려다줄 것이다.


다른 세계 ㅡ 오래전의 그 침묵의 그곳으로.




어머니에 대한 기억은 그런 것이다. 우리가 함께 한 기억은 많지 않지만 그녀에게는 어딘가 바다의 냄새가 났다.


광활한 바다 위의 우리는 두 손을 마주 잡고

끝없이 펼쳐진 자잘한 모래 위를 걸었다.


방황했던 어린 나는

감당하기 어려운 삶의 고통을 어찌하지 못해 완전히 소멸하는 날을 꿈꿨다.


하지만 나는 기억하고 있다.

언젠가 어머니와 함께 봤던 겨울 바다를, 하늘을 뒤덮었던 눈부신 하얀 눈들은 바닷속에 남김없이 사라졌다.


그렇게 나는 끝까지 살아남았고,

삶의 많은 것들이 지나갔던 것이다.



눈을 뜨니 한밤중이다. 나는 무거운 몸을 이끌고 거실로 나왔다. 마침 창밖에는 어둠 한가운데 달빛이 열린 커튼 사이로 달빛이 쏟아지고 있다.


나는 차가운 물을 마시고 소파에 기대 누웠다. 그리고 어둠을 지우는 달을 바라보고 있다.

어쩐지 달의 색이 달라 보인다.


언제나 닿을 수 없다고 생각했지만 ㅡ 달로 향하는 계단이 보이는 것 같다. 그것은 평소에는 기척을 숨기고 겁먹은 육식동물처럼 사나운 털을 곤두세우고 있는 것이다.


문득 나는, 지금 내가 어디에 있는지 알 수 없는 기분이 든다.


실제 하는 나는 어디 있는 걸까? 나는 나의 두 손을 바라본다. 그리고 이곳에 있음을 확인이라도 하듯 새삼스럽게 두 손을 만져본다.


그리고 비로소 깨닫는다.

나는 시간이 지날수록 옅어지고 있다.


분명, 소멸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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