몰입의 순간, 나는 그때의 광경을 떠올린다.

흰 눈이 쏟아져내리던 그때

by 정현주 변호사


이제 나의 이야기를 써 볼까,


삶에 있어서 크게 목표를 세우는 경우는 많지 않지만, 나의 경우에는 지금까지 일단 목표가 생기면 다른 것은 잘 보지 않는 편이었다. 나의 오랜 친구는 나의 그런 모습을 보면서, '몰입을 하면 너의 세계가 좁아진다, '라고 표현하기도 했다.


세계가 좁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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몰입의 순간, 나는 눈을 감으며 흰 눈이 쏟아져내리는 그때의 광경을 떠올린다. 그 순간을 떠올리면 ㅡ 마치 연애를 하는 기분이 든다. 나를 바라보는 너의 그 깊은 눈, 너는 익숙한 듯 창 밖을 바라보면서 그 순간 느끼는 감정들에 대한 이야기를 한다. 내가 아무리 썰물처럼 빠져나가더라도 너는 늘 한결같은 자리에 있었다.


하지만 우리의 자리는 점점 더 좁아지고 있다. 마치 밀물이 밀려드면서 땅이 소멸하는 것처럼. 그리고 나는 마침내 다른 선택을 하기에 이른다. 아주 오랜 시간이 지난 후에, 너는 말한다.


' 오늘 아침에 문득 깨달았어. 나의 사랑이 떠나버렸음을.

언제부터였을까? 나는 그녀와 떨어져 있어도 언제나 같은 숨을 쉬고 있었어. 아침에 눈을 뜨고 감을 때까지 나의 삶에는 그녀가 함께 했지. 그래서 나는 물리적으로 그녀와 떨어져 있었음에도 그녀가 살아있음을 생생히 느낄 수 있었어. 하지만 오늘 문득, 그 녀가 더 이상 느껴지지 않았어. 나는 그게 무척 슬펐어. 정말로 ㅡ , '


시간은 늘 일정하게 흐르고 있고, 감정은 지나가고 있다. 어쩌면 변모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감정은 바람처럼 그렇게 머무르지 않는 것이다. 삶에 있어서 함께 머물 수 있는 그 공간이 지나감에 어떤 의미를 부여하지 않는다면 많은 것들은 존재하지 않았던 때로 돌아가게 된다.


나는 슬퍼했던 너의 모습을 기억하며,

흰 눈이 펑펑 오던 그 시절의 어느 때 ㅡ 에 길게 머무르고 있다. 그리고 많은 것들을 기억하려고 한다. 내 마음속의 깃털과 같았던 그 아름다운 시절이 더 멀어지기 전에.




최근에 나는 우물 속에 앉아 많은 것들을 생각한다.

이곳, 우물은 무척이나 차갑고 평온하며 익숙한 곳이다. 비록 볕이 들지는 않지만 충분한 만큼의 공기와 따뜻함이 존재한다.


' 나는 언제부터 이곳에 앉아 있었던 것일까?,

나는왜 이곳에 지금까지 있는 걸까?

나는 무엇인가를, 또는 누군가를 기다리는 것일까? '


나는 턱을 괴고 앉아 있다가, 찰랑찰랑 차오르는 바닷물을 느끼면서 온몸을 뻗고 누워있다. 오랜만에 편안하게 온몸을 물에 기대어 누워있다. 마침 정오가 지나가는 듯, 둥그런 하늘은 뜨거울 정도의 빛이 일직선으로 내 얼굴로 내려온다.


그리고 물론 해는 한 치의 오차도 없이 멀리 떠나버리고 만다.

물론 나의 마음에는 여전히 흰 눈이 펑펑 쏟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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