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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도를 한 남편이 먼저 '이혼하자'라고 말했다.

외도로 인한 이혼의 경우(남양주이혼변호사)

by 정현주 변호사


법률사무소 봄을 열고 처음에는 주말 모두 나와 일을 하기도 했지만, 최근에는 일요일에는 무조건 '휴식'을 외치며 특별한 일이 없는 한 토요일에는 상담이 잡히는 경우에만 나와서 일을 하고 있는 편이다. 최근 법률사무소 봄의 상담 의뢰인들은 네이버 예약 시스템을 많이 이용한다. 많은 의뢰인들이 별도로 사무실에 전화를 하는 과정 없이 상담을 받고 싶은 적당한 시간대를 살펴보고 네이버 예약을 신청한다. 네이버 예약은 바로 내 휴대폰으로 알림이 오기 때문에, 나는 네이버 예약 신청을 받으면 별일이 없는 한 의뢰인이 원하는 시간에 바로 확정을 한다(선결제 예약이 경우에는 신청 없이 바로 확정되기도 한다).


토요일에 오신 의뢰인은 가장 늦은 예약 시간인 토요일 5시로 네이버 예약을 신청하셨다. 물론 대부분의 경우 직접 만나기 전까지 의뢰인이 상담받고 싶은 내용이 무엇인지 나는 정확하게 알지 못한다. 이번 주는 부산 출장 때문에 평일에 있었어야 할 많은 상담들을 주말에 미뤄두었기에 토요일은 11시부터 상담 일정이 빼곡했다.


" 어떤 상담을 원하시나요? "


상담 일지를 적으면서 물어보니, 그녀는 차분한 목소리로 '이혼'이야기를 꺼낸다. 남편과는 벌써 20년이 넘게 함께 살았고 아이들도 성년이 되었다. 남편은 최근 자신에게 대부분의 재산(사실상 현재 살고 있는 집에 대한 권리)를 모두 주겠다고 했다. 하지만 마음이 바뀔 수 있기 때문에 이혼을 하면서 이 부분을 명확하게 확정 짓고 싶다. 고 그녀가 말했다.


나는 그녀의 이야기를 들으며 '합의서를 받고 공증을 하는 것'과 '이혼조정'을 하는 것들에 대하여 자세하게 설명을 했다. 무척 법리적이고 현실적인 실무와 관련된 이야기들 ㅡ을 최대한 이해하기 쉽게 풀어서 말한다. 이혼조정은 사실상 최근 내가 가장 많이 담당하고 있는(?) 일들이기도 하다.


그런 이야기들이 오고 가고, 그녀는 문득 ㅡ 상간녀 소송을 하고 싶다고 말한다. 하지만 자신이 가지고 있는 증거가 너무 빈약하다는 것이다.


" 이미 변호사 상담을 몇 번 받았는데, 이 정도로는 어렵다고 했어요. "


" 제가 한 번 볼까요? 제가 집중해서 보고 최대한 정확하게 말씀드릴게요 "


그녀가 가져온 사진, 녹음 파일들을 듣고 있으려니 나 또한 그 장소에 빨려 들어간 것 같은 느낌이 든다. 그녀는 이 일이 터지기 전까지 남편과 사이가 그렇게 나쁘지 않았다는 생각을 했다. 남편과는 어린 나이에 만나 오랜 기간 연애를 했고 결혼을 했고 아이들도 함께 키웠다. 어떻게 서로에게 아무런 불만이 없이 오랜 기간을 함께 살 수 있었겠는가, 하지만 그 시절 그 시간들을 함께 했기에 ㅡ 연애 감정은 아니더라도 나름 만족하면서 결혼 생활을 했다.


그런데 작년 말부터 뭔가 이상한 느낌이 들기 시작했다. 여자의 촉이었다. 지금까지 한 번도 남편의 핸드폰을 본 적이 없었고 볼 생각도 하지 않았지만 그 즈음에는 왜인지 남편의 사생활을 알고 싶어졌다. 마침 당시에는 고등학생이었던 아들이 남편의 핸드폰 비번을 알고 있었다. 그래서 그녀는 어느 날 밤, 남편의 판도라의 상자를 열게 되었다.


심장이 두근거렸다. 그런데 결정적인 것은 없었다. 남편은 이미 결정적인 증거들은 모두 삭제를 한 것 같았다. 하지만 그녀는 남편과 남편의 친구가 한 카톡 대화를 우연히 발견했다. 거기에는 간접적이긴 했지만 남편이 그 여자와 함께 낮술을 하거나 함께 자전거를 타거나 좋은 곳으로 가서 데이트를 한 정황이 담겨 있었다. 무엇보다 남편은 그 여자를 무척 좋아하고 배려하는 것처럼 보였다.


인터넷에서 본 대로, 그녀는 대화 내역들을 하나하나 사진으로 찍어두기 시작했다. 그 순간에는 오로지 그래야 한다는 생각밖에 없었다.


그다음 날, 남편과의 대화 ㅡ 물론 그녀는 모든 것을 녹음하고 있었다.


" 나를 지금까지 속이고 어떻게 그럴 수 있어? 지금까지 재미있었어? "


" 대체 무슨 말을 하는 거야? "


" 당신 카톡 다 봤어. 아주 신이 났던데. 그 여자랑 나랑은 한 번도 가지 못한 곳도 많이 갔던데. 그동안 내가 아주 우스웠겠어.. "


막상 말이 시작되자, 그녀는 흥분을 가라앉힐 수 없었다. 그녀는 지금까지의 감정을 쏟아내듯 이야기를 시작했다. 남편은 처음에는 그녀의 의혹들을 부인했지만 그녀에게서 그 여자의 이름까지 나오는 상황이 되자 갑자기 '그래, 너 마음대로 생각해. '라고 말하면서 울고 있던 그녀를 남겨두고 그 자리를 피했다.




그리고 그다음 날, 남편은 그녀에게 먼저 말을 걸었다.


" 앞으로 어떻게 할 거야? "


" 당신 생각은 뭔데? "


" 난 이렇게 살 수 없어. 난 당신과 앞으로 더 살 수 없어. "


청천벽력 같은 말이었다. 심지어 황당하기까지 했다. 외도를 한 것은 남편인데 왜 내가 이혼을 당해야 한단 말인가? 그 이야기를 꺼낼 때까지만 해도 그녀의 머릿속에 사실 '이혼'이란 단어는 없었던 것이다. 하지만 남편은 그 여자와의 외도는 모두 부인을 하면서 갑자기 이혼 이야기를 꺼내고 있다. 마치 이런 상황이 오기를 기다렸다는 것처럼 말이다.


" 나는 당신이 무릎이라도 꿇으면서 나에게 용서를 빌 줄 알았어. 내 마음을 안심시켜 줄 줄 알았어. 그런데 이렇게 간단하게 가정을 버리겠다고? 지금까지 나와 아이들과 보낸 시간들은 뭔데? 어떻게 나한테 이렇게 할 수가 있어. "


하지만 남편은 전혀 다른 이야기들을 했다. 오히려 그녀를 힐난하며, 지금까지 본인은 너의 소유물에 불과했고 지금 역시도 너는 너만 생각하고 있으며, 함께 지내는 것이 고통이고 괴로운 일이라고 말했다. 그래서 이제는 나의 삶을 살고 싶고 자유롭고 싶다는 것이다. 요지는 그랬다. 그리고 현재 살고 있는 집 명의를 전부 너에게 줄 테니 이혼을 해달라고 했다.


몇 주 뒤 남편은 정말로 집을 나가버렸다. 물론 어디로 간다는 행선지조차 밝히지 않았다. 지금은 남편과 필요한 보험 ㅡ 등 현실적인 이야기들만 하고 있었다. 그녀는 스스로를 자책하고 있었다. 그러면서도 그때 찍어두었던 남편과 친구와의 대화 내역, 카톡 프로필 사진 속에 있었던 그 여자의 사진 속의 정황을 보관하여 상간녀 소송을 진행할 수 있는지 물어보는 것이다.


함께 노트북으로 그녀가 가져온 정황들을 바라보면서 나는 그곳에 잠깐 머물러 있었다. 그녀가 가져온 증거들로는 아쉽게도 소송은 어렵다고 판단이 되었다. 당사자들 간에 직접적인 대화나 직접적이라고 볼 수 있는 사진 등의 증거가 부족했다. 그래서 ㅡ 지금 시점(남편이 집을 나간 시점)에서 남편이 어디 있는지 알 수 있다면 오히려 증거를 찾을 수 있는 적기가 아닐까요?라고 말했다.


하지만 그녀는 이미 많은 것을 포기하고 있었다. 위로를 해주고 싶었지만 쉽지 않았다. 이미 너무 많은 것들을 지나 온 것이다.




외도로 인한 이혼은 많은 경우, 외도를 한 당사자의 의지로 결정이 난다. 다른 이혼 사유가 피해를 받은 쪽에서 결정한다는 점과 전혀 다른 점이다. 가령 폭행을 당하거나 경제적 파탄으로 인해 이혼을 결심하게 된다면, 실제로 폭행을 하거나 재산을 모두 날린 당사자는 이혼을 할지 말지를 선택하기 어렵다.


하지만 외도는 조금 다른 문제인 것 같다. 사람의 마음이 걸려있어서 그런 것일까? 어쩌면 다른 현실적인 문제가 결부되어 그런 것일까? 나는 이혼을 결심하고 나를 찾아오는 많은 사람들의 결연한 눈빛을 보지만 배우자의 외도를 알고 상담을 오는 사람들만큼 흔들리는 눈을 본 적이 없다. 오히려 그들은 자신의 마음을 타인으로부터 듣고 싶어서 오는 경우도 많은 것이다. 그리고 결정의 순간은 상대방에게 맡긴다. 그렇게 시간이 흐를수록 배우자의 태도에 따라 마음을 굳혀가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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