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작은 계기가 필요했을 뿐이야.

2015년 부다페스트의 기록

by 정현주 변호사
날 불안하게 만들던 근원을 드디어 찾았어.


그래서 나는 너에게 달려가야 겠다고 생각했다. 내가 너를 만나지 못한 순간에 이렇게 살아왔노라고 말해주고 싶었다.


내가 그것을 꼭 너에게 전하고 싶었던 이유는 무엇일까,

아마 나는 너와 그 모든 순간을 함께 하고 싶었던 것 같다.


너는 내가 알고 있던 모습 그대로 흔들리지 않는 검은 눈으로 날 쳐다보면서 말했다.

"그래서 해결되었어?"

나는 생각했다.


"음 - 해결된 것은 없었어. 난 단지 알게되었을 뿐이야. 알게되었다는 것만으로도 내가 변했냐고 묻는다면, 그것은 아직 아니야."

그리고 나는 말을 이어나갔다.

"하지만 이런 순간들이 있었어. 이를테면, 내가 헝가리 부다페스트에 처음 갔을 때의 일이야. 여행의 시작은 이스탄불이었고, 무슨 생각이었는지 그 곳에서 기차와 버스를 타고 발칸 반도를 지나 부다페스트까지 유럽 대륙을 횡단했어.


부다페스트에 도착할 때쯤의 나는 굉장히 지쳤고 외로웠어. 더 이상 아무것도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지. 그냥 거리를 정처없이 걸으면서 허기가 지면 빵을 사먹거나 했을 뿐이야.


그러다가 나는 우연히, 그날 저녁에 유명한 성이스트반 성당에서 작은 음악회가 열린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어. 나는 단지 호기심으로 그 음악회를 보기로 했어. 별로 비싸지 않았고 별다른 일정도 없었으니까,

그리고 나는 그날 저녁 유럽의 노인들이 거의 전부 였던, 20명에서 30명 남짓 가득찬 오래되고 고풍스러운 성당에서 바이올린 연주를 듣게 되었어.


그것은 소규모 관현악단이었고, 아마도 그다지 유명하지 않은 연주가들이었지. 성당이 아주 크고 아름다워서, 그리고 어쩌면 천정이 매우 높았기 때문에 작은 소리도 크고 넓게 울리는 곳이었지.

이윽고 바이올린 연주가 시작되면서 갑자기 내 심장이 뜨거워지는 것을 느꼈어. 그 뜨거운 기운은 심장을 타고 올라와 내 식도를 가득 메웠고, 입가에 코위에 까지 눈가에까지 머리 꼭대기에 차 올랐어. 그리고 나는 울었어. 주체할 수 없는 눈물이었어.


내가 찾던 어떤 것이 그 음악속에 있었기 때문에,

내가 결코 말할 수 없었던 결핍감이라는 것이 형체가 되어 떠오르는 것을 보았고 그것이 충족되어가는 것을 느꼈어."







나는 그 때를 비교적 선명하게 기억한다.

나에게 꼭 필요한 따뜻한 피가 공급되어 온 몸속에 번지는 것과 같은 기분을 느꼈던 날이었다.


나는 그리고 음악회의 이 후도 기억한다. 핸드폰의 전원이 끊긴 채 세체니 다리를 산책했다. 평소의 나라면 여행을 다니면서 그런 위험한 행동을 하지 않는데도.

나는 적당한 표현을 찾으려고 말을 멈추고 잠시 커피 잔을 만지작 거렸다.


"음 ㅡ 뭐랄까, 이유는 모르겠지만 마치 이 연주를 듣기 위해 이 곳에 오게 된 것이란 느낌이 들었어.
그 날까지의 내 삶의 외로움이 모두 ㅡ 깨끗하게 치유받는 느낌이었고 그래, 그 느낌은 말로 설명하기 어려워.
나는 나중에 그게 바하의 유명한 g선상의 아리아 라는 것을 알았어. 하지만 나는 작은 계기가 필요했을 뿐이야. g선상의 아리아는 아름다운 곡이지. 나는 여행 중 그 곡을 여러 버전으로 많이 듣곤 했어. 들을 때마다 내 마음을 울리는 아름다운 선율이었지만 아름다워서 운 것은 아니야.
그래 나는 그런 순간이, 그런 지점이 연결되어 있다고 생각해. "

그러자 너는 묻는다.


"너는 사는 것이 뭐라고 생각해?"

" 작은 계기 ㅡ 이런 순간적인 감동, -난 그것을 주로 혼자 있는 시간, 그것도 혼자 하는 여행중에 많이 느꼈지만 그것은 내가 긴장하여 깨어있을수 밖에 없었기 때문이기도 할거야.- 나는 이런 것들로 사는 것이라고 생각해.


그래, 나는 인생의 작은 계기들로 인해 사는 것이라고 생각해. 어쩌면 좋아하는 사람과 함께 걸었던 순간이나, 날 향해 웃어주는 그 미소와 같은 감동적인 순간들.
그리고 그것을 ㅡ 너와 나누고 싶었어."


"너는 나누고 싶었던 거야, 아니면 얘기하고 싶었던 거야."

나는 잠시 생각했다. 나는 너에게 이런 것들을 얘기하고 싶었던 것일까,

"나는 너와 나누고 싶었던 것 같아. 아니ㅡ 나는 이제는 그런 공감을 그다지 원하지 않아.


나는 이미 혼자 있는 순간, 그 감동 속에서 이미 완전하다고 느끼는걸. 나는 이제 불필요한 것을 찾아 헤매는 것은 그만두기로 했어. 나는 이제 혼자 있는 것이 옛날만큼 괴롭지 않아.


하지만 그래, 너라면 나와 같은 것을 느낄 것이라고 ㅡ 내가 이렇게 살아오는 동안 너도 감동받은 순간들이 있었을 것이라고 생각했어."

결국 날 불안하게 만들던 근원은 이런 것이다.


나 스스로를 인정할 수 없는 것에서 오는

혼자임을 받아들이기 어려운 불안감이다.

그리고 이런 저런 결핍과 고독감들로 회피를 택한 나의 대가와도 같은 것이다.


이 곳에서, 나는 왜 방황을 하고 있을까, 하지만 나는 동시에 방황하는 내가 가장 나답다고 느끼기도 한다. 나는 외로운가, 그럴지도 모르지만 ㅡ 나는 그 외로운 내가 좋기도 하다.


15년도의 성이스트반 성당에서,


세체니 다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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