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에 일하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이 어디 있겠냐마는, 나는 거의 매주 주말에 사무실에 나오거나 일요일에도 경찰서 조사 입회를 나가곤 한다. 우선 아무도 없는 사무실에 나오는 것은 생각보다 즐거운 일이다. 특히나 요즘처럼 무더운 날이나 비가 쏟아지는 날에는 달리 나갈 데도 없다. 나는 원래 같은 장소에 계속 맴도는 성격인데, 어쩌다 보니 사무실에 월화수목금토일을 출근하고 있다.
이번 주 일요일에는 하남 경찰서 조사 입회가 있었다. 태풍이 끝나고 뜨거운 태양이 하루도 빠짐없이 떠오르던 날이었고, 일요일도 다름이 없었다. 올해 여름은 유난히 폭염이 기승을 부리는 것 같다. 어쩌다 밖으로 나가면 호주의 사막을 떠올리게 된다.
이번 의뢰인들은 처음에는 변호사가 필요 없다고 생각하여 혼자서 경찰서 조사까지 받고 검찰에 송치된 이후 결국 변호사의 필요성을 느끼고 법률사무소 봄을 찾아오게 되었다. 이미 다른 사건들을 맡겨주시고 있었던 덕분에, 형사 사건이지만 우리가 바로 선임계를 넣고 도울 수 있어서 다행이었다.
하남 경찰서는 나에게는 가장 가깝고 친숙한 경찰서이다. 변호사 생활을 시작하면서 처음으로 법률상담 변호사로 활동하면서 지금은 하남 경찰서에서 이런저런 일들을 하고 있는 덕분에 하남시에서도 많은 분들이 나를 찾아주시는 편이다. 하남은 남양주와 지리적으로는 가깝지만 관할이 수원지방법원 성남지원 · 성남지청이다.
이날은 무사히 조사 입회를 마치고 나서 근처에 있는 카페에 가서 의뢰인과 사건에 대해 회의를 하는 시간을 가졌다. 마침 일요일이기도 하고 의뢰인과 별도로 이야기를 나눌 시간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평소라면 사무실이 아닌 카페에서 대화를 나누지는 않는다.
면담을 마치고, 돌아오는 길은 에어컨이 소용없을 정도로 여전히 뜨거운 태양이 이글거리고 있었다. 2시간 남짓한 조사였지만 집에 도착하자 강한 피로가 밀려왔다. 나는 일요일의 달콤한 낮잠에 정신없이 빠져들었다.
2. 월요일, 남양주 북부 경찰서 조사 입회
경찰서 조사는 대부분 한낮에 잡는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이번 경찰서 조사는 9시부터 시작되었다. 이번에도 피의자 조사를 입회한 것이었고, 우리는 충분한 대화를 통해 최대한 무혐의로 조사를 받는 것에 집중하였다.
' 수사관님! 사기라고 한다면 편취 목적이 있어야 하는데 저쪽에서 먼저 연락을 끊었거든요. '
' 아, 그런가요? 혹시 증거가 있나요? '
' 네, 그쪽에서 먼저 연락을 끊는다고 한 문자가 있어서요. 지금 보여드려도 될까요? '
' 네네. 듣고 보니 변호사님 의견도 일리가 있네요. 이것도 피신 조서에 추가해 드리겠습니다. '
피의자 조사를 받는 경우 특히 입회 중인 변호인이 끼어드는 것은 하면 안 되는 것이 원칙이지만(고소인 조사에서는 변호사가 끼어드는 것에 상대적으로 관대하다), 눈치를 보다 상황이 허락하면 이렇게 피의자 편에서 말을 전하기도 한다. 특히 수사관의 질문이 충분하지 않았다는 생각이 들면, 오늘처럼 넌지시 질문사항을 넣어달라는 요청을 하기도 한다.
경찰 조사에서는 피의자 조사든 고소인 조사든 충분할 정도로 협조하려는 태도를 가지는 것이 좋다. 수사관은 조사를 하면서 '어떠한 심증'을 가지기 마련이기 때문이다. 물론 모든 것은 증거로 인해 판가름 나지만 그래도 인간적인 억울함, 피해자의 느낌이 있으면 아무래도 조금 더 상대의 말을 들어줄 수밖에 없다. 변호사의 조사 입회는 조사를 받는 피의자의 심리적인 측면뿐만 아니라 다른 여러 가지 면에서 실질적인 도움을 주기도 한다. 우선 조사가 좀 더 공정해지며 객관적으로 이루어지고, 조사 과정에서 수사관이 생각하는 쟁점을 파악해 추후 변호인 의견서로 제출을 하여 우리의 주장이 받아들여질 수 있도록 보완할 수 있는 것이다.
이날은 조사를 마치고 나자마자 연속해서 2번의 상담이 있었던 날이다. 사무실로 돌아오고 상담을 하다 보니 벌써 정오가 훌쩍 지나갔다. 아침부터 경찰서 조사를 위해 일찍 나갔던 터라 커피 생각이 간절해졌다.
3. 화요일(공휴일), 하루 종일 글을 쓰는 날
최근 봄 사무실에서 함께 근무하는 변호사님으로부터 ' 변호사님! 최근 글이 너무 우울해요. '라는 말을 들었다. 함께 1층 카페에서 커피를 마시던 중에 들었던 말이다. ' 음? 제 글은 원래 좀 다크 하지 않았나요? ' 변호사님의 말에 따르면 나의 최근 글이 좀 더 '다크 해졌다'라는 것이다.
그래서 생각해 보니, 최근에는 많은 일들이 있었다. 여전히 상담을 하고 또 이야기를 듣는 나이지만 개인적으로도 큰 깨달음이 있었던 날들이었다. 사실은 글로 남길 수 있는 좋은 소재들을 많이 가지고 있었는데 충분한 시간을 거쳐 글을 쓰지 못했다. 아무래도 여유가 없었던 것 같다.
개업 변호사가 된 이후로는 겉으로 보더라도 너무 바쁜 날들이 끊임없이 이어져, 시간이 순식간에 지나갔다. 마침 봄 사무실은 빠른 시간에 크게 번창(?) 하고 있었기에 나는 사무실 운영에도 신경을 쓰지 않으면 안 되었다. 크게 성장하는 것은 당연히 크고 작은 문제들도 함께 가져오는 법이다. 하지만 숨 쉴 틈 없이 바쁘게 지내는 와중에도 내가 지난 일 년간 다른 의미에서 많이 성장했다는 것을 깨달았다.
어느 날 밤, 나는 그야말로 오랜만에 길게 휴식을 취하고 있다고 느꼈다. 퇴근을 해도 늘 일 생각과 의뢰인과의 연락에 신경을 쓰는 나이지만 그날은 무척 조용한 밤이었다. 밤이었지만 무척이나 무더웠던 날이다. 22년과 23년에 걸쳐 멈춰있던 나의 수레바퀴가 삐걱거리면서 움직이기 시작했다. 나는 눈을 감고 마음속에서 떠오르는 소리에 집중했다. 그것은 오래도록 동굴에 웅크리고 있다가 불현듯 눈을 뜨고 깨어나는 것 같은 감각이었다. 나는 그전보다 좀 더 멀리 있는 것들을 생각했고, 또 일을 하면서도 조금 더 여유를 가지고 있다는 것을 알았다. 이 모든 것들은 한편으로는 내가 운이 좋았기에 가능했던 것들이다.
' 음 괜찮아요, 저도 변화를 하는 과정이라서. 우리는 좀 더 멀리 있는 것을 보지 않으면 안 되는 것 같아요. 특히나 지금의 나에게는 그것이 필요한 시기인지도 모르겠어요. 아마도 밝은 세계로 나아가려면 어두운 것들을 지나가지 않으면 안 되겠죠. 지금까지는 그런 시간을 갈무리하는 과정이었던 것 같아요. '
그다지 바쁘지 않았던 오늘은 그런 생각들을 하면서 길게 산책을 나가보기로 했다. 그리고 마음에 떠오르는 것들을 차곡차곡 담아 글로 남겨보기로 했다. 삶에 있어서 오는 많은 것들을 누리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