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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롤이 사라진 크리스마스
10년 전의 캐롤이 그립다.
by
정현주 변호사
Dec 25. 2021
나는 오래전부터 크리스마스 이브를 가장 좋아했다.
사계절 중에 가장 좋아하는 계절이 겨울이었고, 추운 겨울의 정점에 있었던 것이 크리스마스였다. 12월이 되면 모두 크리스마스를 기다리고, 빵집마다 앞 다투어 크리스마스 대목을 준비했다.
예전에는 1년에 한 번, 생일이 있을 때마다 한 조각씩 먹을까 말까 했던 (비싼)케잌을 크리스마스에 먹는다는 것도 설레이는 일이었고, 크리스마스 특수를 노리려는 듯 빵집들은 예쁜 사은품을 주기도 했다.
2006년 베스킨라빈스 크리스마스 양모자 사은품
지금 생각해보면, 크리스마스의 그 분위기와 연말의 느낌은 아마도 절반은 '캐롤'에서 나온 것이었던것 같다.
길가에는 어디에서나 12월이 되면 크리스마스 캐롤이 울려퍼졌다. 구세군에서 나온 사람들은 두툼한 외투를 껴입고, 거리마다 종을 딸랑거리며 서 있었다.
그리고 겨울만 되면 어디에서건가 골목길마다 붕어빵을 파는 아저씨들과 큰 드럼통에 구워 파는 군고구마 아저씨들이 늘 있었다.
다들 잠시의 여지도 남기지 않고 발걸음을 재촉하면서 어디론가 바쁘게 지나다니는 그 황량한 추운 겨울에, 크리스마스의 캐롤과 구세군의 자선냄비들은 추운 겨울을 녹이기에 충분했다.
어쩌면 코 끝이 시린 그토록 추운 겨울이어서,
집에서도 쪄 먹을 수 있는 군고구마가 그렇게 맛있었고, 크리스마스가 각별했던 것 같다.
12월의 '크리스마스'는 우리에게
단순히 종교적인 행사라기 보다는 한 해를 얼마 남기지 않은 시점에서의 '축제'의 느낌에 가까웠다.
한 해를 정리하는 느낌은 늘 그렇게 특별하다.
그런데 언젠가부터 크리스마스가 예전의 그 빛을 잃은 것 처럼 느껴지는 것은 나만의 착각일까,
그것은 아마도 '
길 거리에 울려퍼지던
캐롤'을 잃었을 때부터 였던것 같다.
몇 년전부터 거리에 더 이상 캐롤이 들리지 않자, 12월의 어느 날은 11월이나 1월과 크게 달라지는 느낌이 들지 않았다.
캐롤이 들리지 않는 겨울 밤, 우리는 여느 때와 다르지 않게 외투의 깃을 단단히 여미고, 추운 겨울에 맞서 길을 재촉하며 걸을 뿐이다.
크리스마스만이 가지고 있는 따뜻한 연말 연시의 분위기도 어딘가 모르게 조금 평범해진 느낌이 들었다.
나는 여전히
옛날의
크리스마스가 그립지만, 내가 사랑하는 크리스마스는 이제 나의 딸에게로 옮겨갔다.
아이들은 여전히 산타클로스를 기다리고, 착한 아이에게 나눠주는 선물을 받고 즐거워 한다.
그래, 크리스마스는 선물과 같다.
그리고 화려하고 번쩍이는 크리스마스가 지나면, 아쉬운 한 해가 지나버린다.
이런 시간들이 차곡차곡 쌓여
마음속의 축제와 같은 별로 각인되어 남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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