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도 나는 너에게 상처를 줬던 거겠지.
오랜 시간이 흐르고 나서야,
나는 너가 입은 상처의 깊이를 어렴풋이 알게 되었다.
그리고 그 상처의 대부분은,
내가 너와 함께 한 그 삶의 시간동안 생긴 것이었다.
그 시절, 나는 조금은 뻔뻔하고 모든 것이 당연했다.
시간이 많이 흐르다보면, 과거의 어느 때가 '박제'된 것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나는 언제든 너를 만나 나의 어려움 들을 털어놓았다. 그리고 홀가분한 마음, 또는 여전히 들뜬 마음으로 나의 자리를 찾아 갔다.
언제나 내가 원하는 것들은 결국 이루어졌다. 하지만 너가 원하는 것들이 이루어졌는지 나는 생각해보지 않았다.
너가 나에게 줬던 의지만큼이나 너또한 나를 의지하고 있었던 것을 그때의 나는 미처 몰랐다.
어쩌면 너는 '너에게 의지하는 나'를 의지했던 것일까?
하지만 이제 너는 아무런 의지도 필요가 없는 것이겠지.
보편적인 삶의 모습 속에서, 너는 나와 달리 언제나 정확한 너의 자리를 알고 있었다.
그리고 우리는 '서로의 자리'를 존중한 채,
각자의 길을 더듬어 걸어가는 것이겠지.
그렇게 삶은 흐르고,
너 또한 흐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