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액소송 변호사 비용(feat. 정현주 변호사)
법률사무소 봄을 열고난 이후 지금까지 500건은 족히 넘는 상담을 진행한 것 같다. 이렇게 상담을 진행하는 동안 많은 분들이 막상 소송을 당한 경우에도 상대방이 청구하는 소가(청구금액)이 너무 적어서, 또는 본인이 청구하려는 금액 자체가 얼마 되지 않아 변호사 선임을 꺼려 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런데 법원과는 일면식도 없이 지내던 당사자가 인터넷을 검색하면서 소장이나 답변서를 작성하려니 만만치가 않다. 그뿐인가! 평일 낮에 시간을 빼어 재판에 직접 참석하는 것이나 재판에 참석하였더니 판사가 물어보는 것에 답변을 하는 것도 생각보다 까다롭다. 그렇다고 변호사 선임을 하려니 소위 말하는 가성비가 나오지 않을 것 같다. 이런저런 고민 끝에 나의 억울함을 잘 표현하면 어떻게든 잘 될 거란 생각이 들기도 한다.
이렇게 우왕좌왕하는 동안 갑자기 변론이 종결되고 판결 선고 기일이 잡히게 된 상황에서 아무래도 돌아가는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는 생각이 뒤늦게 들어 변호사 상담을 받으러 오는 경우도 종종 있다. 이렇게 되면 변호사는 변론종결이 되었으나 미처 제출하지 못한 증거를 제출하며 재판부에 변론재개 요청을 한다. 만약 변호사가 제출하는 증거가 사건에 의미가 있는 증거라면 대개의 경우 변론재개 신청이 받아들여진다. 다시 말하여 몇 개월의 나 홀로 소송을 하는 동안 사실은 의미 있게 다투지 못했던 것이고, 변론재개 신청이 받아들여졌다는 말 자체가 이미 패소 가능성이 컸다는 것을 반증하는 것이기도 하다.
변호사 없이 소송을 진행하게 되었을 때의 가장 큰 문제점으로는 무엇이 있을까?
일반적으로 변호사가 없이 당사자가 혼자 나 홀로 소송을 진행하게 되면 자신의 억울함을 호소하는 쪽에 치중을 많이 하게 된다. 하지만 재판 과정은 녹록지가 않다. 소송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법리적 쟁점이고 이를 뒷받침할 수 있는 증거이다. 하지만 당사자들은 무엇이 쟁점인지 잘 모르기 때문에 감정적인 호소를 하게 된다. 내용이 많은 것 자체는 흠이 아니지만(내용이 너무 많으면 안 좋은 영향을 주기도 하지만..) 문제는 이런 과정에서 쟁점을 놓치게 되는 경우가 많다.
또한 당사자들은 기본적으로 어떤 부분이 증거로서 의미가 있는지 잘 모르는 경우가 많은데, 어떤 증거를 내야 할지도 모르고 또한 증거를 언제 제출해야 할지도 모르는 경우가 수두룩하기에, 설사 증거가 있었음에도 이를 적절히 제출하지 못하여 패소를 하는 경우도 많다.
그렇다면 아무리 소가가 적은 경우라도 반드시 변호사를 선임해야 하는 경우도 있을까?
변호사로서, 다음과 같은 경우에는 소액소송이라도 변호사의 선임 여부에 대해 최대한 고려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것을 강조하고 싶다.
1. 상대방이 변호사를 선임한 경우
때로는 아주 작은 금액을 청구하면서도 변호사를 선임하여 소송을 진행하는 경우가 많다. 다 이긴다고 해도 변호사 비용을 소송비용으로 보전 받지 못하는 것이 소액소송인데 왜 상대방은 굳이 변호사를 선임했을까? 우선, 상대방이 변호사를 선임했다는 것은 생각보다 이 소송에 아주 진지하다는 것이고(그는 이미 몇 백만 원의 돈을 쓴 것이다), 그 변호사가 어찌 되었든 전문가라는 사실이다. 그런데 일반인인 내가 변호사를 상대로 잘 정리하여 소송에 응한다는 것은 기본적으로는 전장에서 무기가 없이 싸우는 것과 비슷한 것이다.
변호사를 선임하는 것은 받을 수 있는 돈 이외에도 사실 많은 이유가 있다. 하지만 상대방이 소액임에도 불구하고 변호사를 선임했다면 나 또한 변호사를 선임하는 것을 적극 고려해야 한다.
2. 내용이 복잡하거나 또는 법리적인 쟁점이 많은 경우
소액소송이라고 해서 모든 사건이 단순한 것은 절대로 아니다. 예를 들어 대여금 반환 청구 소송을 당했다고 가정해 보자. 대부분의 경우 돈을 빌린 것은 맞지만 현재 경제 상황이 좋지 않아서 돈을 갚지 못했다거나, 이미 변제하였거나 내가 쓰지 않은 부분까지 청구되어 있다고 다투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공사대금, 또는 손해배상과 같이 법리적으로 다툴 것이 많거나 민사법적인 지식이 필요한 경우, 원고의 청구를 모두 다투는 경우처럼 전반적으로 다퉈야 하는 경우에는 나 혼자 답변서를 작성하여 제출하는 것은 물론 한계가 있다.
또한 답변서, 준비서면을 쓰기 위해서 필연적으로 요구될 수밖에 없는 시간적인 비용을 고려해야 한다. 변호사에게 소송을 맡긴다는 것은 그만큼 나의 시간을 버는 것이다. 단지 서면을 쓰는 것뿐만 아니라 변론 기일에 직접 출석해야 한다는 부담감, 상대방의 주장에 대한 반박 내용 등을 스스로 검토하는 것은 아무래도 힘들고, 효율적이지 않다.
3. 소송비용으로 변호사 선임료가 일부라도 보전이 되는 경우
소액 소송이라도 청구 금액이 2천만 원이 넘어가는 경우 추후 모두 이겼을 때 패소자가 약 200만 원 가까이 되는 소송비용을 부담해야 하는데, 이는 물론 변호사 선임료를 지출했을 때 의미가 있다. 다시 말해, 내가 3천만 원의 소송을 당한 경우 변호사를 선임한 경우 300만 원 가까이 되는 소송비용을 상대방에게 청구할 수 있다. 하지만 변호사를 선임하지 않고 나 홀로 소송을 한 경우라면 소송비용을 청구할 수 없다.
그렇다면 변호사 비용이 일부라도 보전이 된다면 당연히 변호사를 선임하여 승소 가능성을 높이고 이에 해당하는 소송비용을 상대방에게 청구하는 것이 훨씬 유리한 것이다.
이처럼 소액 소송이라도 변호사의 선임이 유리한 경우가 있다. 만약 정말로 비용부분이 너무 크게 문제된다면 변호사에게 서면대행이라도 맡겨보도록 하자. 물론 서면대행도 변호사가 직접 쓰는 것이라면 비용은 좀 나가는 편이지만 어찌되었든 지는 것보다는 이길 확률을 높이는 것이 가장 경제적이고 효율적인 것이 아닌가? 물론 나의 사안와 상황을 제대로 파악하기 위해서는 제대로 된 변호사와의 상담이 우선적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