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호사가 되고 본격적으로 변호사 일을 시작한 것은 아마 개업을 했던 작년부터였던 것 같다. 그전에는 소위 말하는 어쏘변호사로 나도 고용 변호사로서 일을 했었다. 하지만 한곳에 오래 붙어있지 못하는 성향 때문인지 같은 회사에 오래도록 다니지 못했고 성남, 분당 서현, 서울 등으로, 법률사무소에서 법무법인으로 나름 여러 곳을 전전했다.
하나의 사건을 맡아 그 사건이 끝날 때까지의 기간은 평균 6개월에서 1년 정도가 걸린다. 다시 말해 한 법률사무소 또는 법무법인에서 근무를 하면서 사건을 맡아 처음부터 시작하여 끝을 보려면 한 사무실에 최소 일 년은 다녀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나는 법률사무소 봄으로 개업을 하기 전까지 한 사무실에서 일 년 이상을 버텨본 적이 없었고, 그랬기에 마무리를 내가 해야 할 필요가 없었다. 원래 고용 변호사는 사건 수임보다는 사건 처리를 주로 하기 때문에 사건에 대한 책임을 지지 않는다.
변호사의 역할 중에서 중요한 부분은 사실 사건 자체에 대한 책임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소송이나 고소를 진행했을 때 결과가 좋을지 안 좋을지는 알 수 없지만, 그 과정에서의 책임은 대표 변호사가 지게 되는 것이다. 이런 이유로 나는, 본격적인 변호사가 되는 것은 사건에 대한 수임을 하거나 책임을 지는 지위에 올라가면서부터라고 생각한다.
많은 의뢰인이 나를 찾아와 늘 하는 말이 있다. ' 변호사님이 보시기에 승산이 있을까요? ' , ' 저도 어느 정도 이길 거란 보장이 있어야 소송을 할 수 있지 않겠어요. ' 또는 이런 이야기를 하는 의뢰인도 있다. ' 만약 이기면 그때 선임료 많이 드릴 테니 그렇게 진행해 주시면 안 될까요? ' 물론 사건을 맡기는 의뢰인의 입장에서는 충분히 할 수 있는 말이다. 변호사 선임료는 수백만 원에 이르는데, 아무런 보장도 없이 모험을 할 수는 없지 않겠는가?
하지만 소송이란 100%가 없다. 따라서 나는 상담을 할 때 '무조건 이긴다.'라는 말을 의뢰인에게 절대로 하지 않는다. 내가 두리뭉실하게 말을 하면 의뢰인들은 때때로 확실한 보장을 해달라고 요구(?)를 할 때도 있지만 변호사로서 소송의 결과에 대한 장담을 하는 것은 사실상 거짓말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나는 그렇게 하지 않는다. 만약 의뢰인이 확실한 보장이 없다는 이유로 사건을 맡기지 않는 결정을 하더라도 어쩔 수 없다는 생각을 한다.
한편 의뢰인의 입장에서는 소송의 결과가 좋지 않을 거란 예상이 들어도 소송을 이어나가는 경우가 있다. 감정적인 이유인 경우도 있고, 어떤 경우에는 소송을 당한 피고의 입장이라 그런 경우도 있다. 이런 경우에도 변호사인 나는 솔직하게 예상되는 결과를 말해줄 수밖에 없다. 하지만 나의 그런 말들 속에서도 의뢰인들은 희망을 찾는다.
변호사로서 가장 어려운 순간은 소송의 결과가 좋지 않을 때 이를 의뢰인에게 알려야 하는 순간이 아닐까 싶다. 개업을 하고 난 이후에는 더더욱 내 이름의 선임계가 들어가고 사건 전체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하는 상황이 오다 보니 더욱 그렇다.
오늘은 장작 일 년에 걸친 소송이었지만 우리가 생각했던 결과가 나오지 않았던 사건 의뢰인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 사무실에서 만나기로 했다. 상당히 긴 소송이었다. 그 과정에서 나름의 최선의 노력을 하였지만 결과가 좋지 않았다. 그 이유가 무엇인지를 알기 위해 판결문을 찬찬히 살펴보았다. 소송에서 지면 변호사들도 무척 괴롭다. 하지만 그렇더라도 좋은 결과를 기다렸을 의뢰인의 마음에 견줄 수는 없다. 길고 긴 사건이었던 만큼 상심도 컸으리라.
좋은 마무리,라는 것이 있던가? 나는 분명히 있다고 생각한다. 소송은 시험 합격과 같이 과정이 전혀 중요하지 않고 오로지 결과로 말해주는 경우도 있지만 내가 담당하는 많은 사건들은 그런 종류의 것들보다는 그 과정에서의 애환 · 감정의 해소 · 충분한 이해가 더 필요한 경우도 많기 때문이다.
물론 대표 변호사로서의 많은 일들 덕분에 의뢰인들이 원하는 만큼의 시간을 매일매일 줄 수는 없다. 하지만 사건들은 어쨌든 나를 거쳐 해결이 되어 가는 것이고 어떤 면에서는 나를 믿는 사람들이 기대오는 짐이기에 그만큼의 책임을 느끼면서도 동시에 한결 가벼워져야 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그 과정에서는 날 도와주는 다른 변호사님들의 도움, 직원들의 도움, 또는 적절한 휴식과 쉼이 정말로 필요하다는 것을 최근에는 더욱 더 많이 느끼는 요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