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전부터 깊은 새벽이 되면 어딘가 시간이 다르게 흘러가기 시작했다. 시계로 치면 그런 것이다. 정확한 간격의 60초의 시간이 지나고 나서 1분이 오고, 또 같은 간격의 60분이 지나고 나서 1시간이 흐르는 보통의 시간 개념과 달리, 새벽녘이 되면 어딘가 시간의 간격이 일그러지기 시작한다. 그리고 그것은 무척 주의 깊게 봐야만 알 수 있는 미세한 변화인 것이다.
하루는 12시가 되어 끝나고 다시 시작되는 것이 아니다. 밤이 가장 깊어졌을 때, 하루가 뒤바뀌기 시작한다. 밤이 가장 깊은 시간은 12시가 아니라 오히려 새벽과 맞닿은 지점이다. 정확하게 몇시라고 할 수는 없지만, 그 시간은 과거와 미래가 공존하는 형태의 시간이다.
과거와 현재, 또한 미래가 공존하는 그런 지점이 존재한다.
운이 좋으면 그 지점에 미끄러지듯 들어간다. 가끔 그 깊은 적막속에서 쉴 때가 있다. 거실에 앉아 컴퓨터를 들여다보면서 작업을 하다가도 비로소, 숨을 들이쉬고 그 깊은 밤 속에 몸을 맡겨본다.
넘실넘실, 깊은 어둠은 나를 침식하고 내 뇌를 멈추고 방금까지의 시간을 모두 과거로 만들어 버린다. 그렇게 아무렇지도 않게 나는 미래로 휩쓸리듯 넘어간다.
잠든 모든 사람들이 그렇게. 선택의 여지 없이 과거는 뒤로 밀려버리고 미래가 다가오는 것이다.
어떤 때는 그 일그러진 시각, 그 공간에 남겨지고 싶다는 생각도 해 본다. 만약 그 간격이라는 것을 내가 알 수 있다면, 최소한 물리적으로 가둬질 수 있다면, 그것은 보편적인 '죽음'외에는 다른 방법이 있을까('죽음'조차도 현재의 육체는 계속 사그라들테지만 말이다).
최소한 그 간격은 분명 절대적인 공간, 쉼의 공간과도 같이 느껴진다. 그 곳은 과거와도 미래와도 비켜난 '영원한 현재'이므로, 만약 가능하다면 '그 간격'을 건너 우리는 다른 세계로 가 볼 수 있을 것이다.
그 곳은 생의 치열함과는 거리가 먼, 큰 쉼표와 같은 그런 공간이다.
생의 치열함은 다름 아닌 '현재'에 충실해야 가능한 것이기 때문이다. 나에게 다시 오지 않을 시간, 오로지 한 번의 시간을 살기 때문에 치열함이 생기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