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렌체로 가는 길, 딸과의 대화.

스스로를 사랑하기 위해서는.

by 정현주 변호사


로마에서 벌써 3일째, 오늘은 로마 테르미니역에서 피렌체로 가는 날이다.


함께 기차를 기다리며, 테르미니역 바로 근처에 이름 모를 음식점에 들어갔다. 로마에 와서 처음으로 시켜본 해산물 리조또와 글라스 와인, 초콜릿 아이스크림.



문득 딸이 말한다.

' 엄마, 로*쓰가 날 또 바보, 멍충이라고 놀렸어. 그런데 아직까지 사과도 안 했어. '


' **이는 로*스가 싫어? '


' 응, 정말 싫어. 로*쓰는 너무 말썽꾸러기잖아. '


' 그렇구나, 근데 로*스는 **이만 괴롭히는 건 아닌 것 같던데, 맞지? 다른 아이들한테도 못되게 군다는 것 같던데. '


' 응, 맞아. 로*쓰는 엘%도 괴롭혀. 저번에는 지@@도 때렸어. 엄마가 혼내줬으면 좋겠어.'


엄마가 혼내줬으면 좋겠어?라고 되물으니 초콜릿 아이스크림을 입가에 가득 묻힌 딸은 날 물끄러미 올려다보며, 응.이라고 답한다.


마침 나온 로마에 와서 처음으로 맛보는 해산물리조또( 페스카토레 라고 해서 토마토 베이스인줄 알았지만 토마토소스는 없었다)를 먹으며, 나는 딸을 잠깐 바라보았다.


'엄마는, **이가 필요하다고 하면 무조건 너를 지키기 위해 나설 거야. 그런데ㅡ 로*스 일은 엄마가 나서지 않아도 될 것 같아. '


' 왜? '


' 왜냐면, 로*스와 같은 아이들은 많이 있거든. 앞으로도 계속 만나게 될 거야. 그럴 때마다 엄마가 너의 인생에 나서서 모든 것을 해결해 줄 수는 없어. 그건 너에게도 좋지 않아. 오히려 너가 로*스에게 어려운 사람이 되는 것이 낫지 않을까? 그래도 안되면 엄마한테 말해. 그때 도와줄게. '


' 어떻게 하면 되는데? '


' 예를 들어, 로*스가 다음에 너에게 바보, 멍충이라고 말하면 그냥 무시하는거야. 로*스는 너의 반응을 보려고 하는 거니까 그냥 무시해. '


' 하지만, 그러면 날 또 찾아와서 괴롭힐 텐데?'


' 그렇게 무시했는데도 쫓아와서 계속 괴롭히면, 그때는 로*스를 똑바로 바라보면서 이렇게 말해. " 네가 계속 날 괴롭히면 선생님한테 말할 거야. 그리고 엄마한테도 말할 거야. 네가 나한테 함부로 굴지 않았으면 좋겠어. " 그리고 명심할 것이 있어. 말을 할 때는 울지 마, 알았지? 아무것도 아닌 일에 울 이유는 없어. 이렇게 몇 번 반복했는데도 계속 괴롭히면 엄마에게 말해. '


그러자 딸이 묻는다. 로*스는 왜 친구들을 괴롭히는 거야?


이 질문에 대한 답을 해주기 전에 난 잠시 생각했다. 아이가 어디까지 이해할지는 모르겠다. 또 어디까지 기억할는지도. 하지만 나는 말해주었다.


' 학교에 들어가면, 아무런 이유도 없이 널 싫어하는 친구도 만나고, 또 널 아주 좋아하는 친구도 만날 거야. 앞으로도 계속 그래. 그건 너의 잘못이 아니야. 계속해서 널 좋아하거나 싫어하는 사람을 만나게 되거든. 그럼 그 친구들을 어떻게 대하면 될까? **이는 널 싫어하거나 괴롭히는 친구들에게는 무심해지면 되는 거야. 어려운 사람이 되는 거지. 그런 것들에 일일이 반응할 필요는 없어, 또 그런 모든 일들에 엄마가 나서는 것도 옳지 않아. '


' 왜? '


왜냐면, 엄마가 널 아무리 사랑하더라도 **이는 **이의 인생이 있기 때문이야. 하지만 기억해. 엄마는 언제까지나 너의 뒷배야.


여기까지 말하자, 아이는 웃으며 날 껴안았다. 너의 모든 삶에 관여하지 않겠다는 나의 말을 너는 이해할까? 하지만 굳이 강해져야 한다는 것은 아니다. 모든 일에 강한 사람이 될 필요는 없다. 나는 오로지 네가 스스로를 사랑하는 사람이 되길 바라는 것이다. 스스로를 사랑하는 이는 그 자체로 충분히 강하다. 그리고 스스로를 사랑하기 위해서는 누군가의 지극한 애정과 믿음이 필요하다.


다만 기억해. 엄마는 너에게 그런 애정과 믿음을 주는 사람이라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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