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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너에게 가장 필요한 나무가 되고 싶다.

변호사이기 전에, 나는 일하는 엄마이기도 하다.

by 정현주 변호사

사람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

나는 그것이 '사랑'이라고 생각한다.


진부하게 들리겠지만 사실이 그렇다. 그 이유에 대해서도 나는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사람에게 '사랑'이 가장 필요한 이유는 사람이 모두 불완전하게 태어나기 때문이다.


사랑의 종류에는 여러 가지 것들이 있다. 비단 연인과의 사랑뿐만 아니라, 연민도 있고, 자식에 대해 느끼는 애틋한 마음도 있고, 책임감에서 비롯된 사랑, 죄책감에서 비롯된 사랑 등 아주 여러 가지 것들이 있다. 하지만 인간은 모두 불완전하게 태어나기에, 어떤 환경에서 어떤 사람을 만나고 자라느냐에 따라서 남은 삶의 많은 부분이 결정된다.


어쩌면 사람은 무한한 가능성만큼, 어떤 인정과 사랑이 채워지느냐에 따라 결정되는 불완전한 모양의 흙과도 같다. 그래서 필요한 사랑이 충분히 공급되느냐 아니냐로 남은 인생이 많은 부분 결정이 되는 듯도 싶다.




열등한 생물일수록, 다시 말하면 변화의 가능성이 크지 않을수록 좀 더 환경에 최적화되게 태어난다. 하지만 사람은 그 어떤 생물보다도 열등하게, 불완전하게 태어나는 만큼 발전 가능성을 가진다.


인간은 그 어떤 생물과 비교해도 열등한 존재로 태어나, 제대로 된 성장을 위해서 무조건적인 사랑(인정, 헌신)을 필요로 한다. 이처럼 사랑이란 사람에게 마치 화초에게 물을 주는 것, 적절한 빛을 주는 것처럼 필수적인 요소인 것이다.


따라서 나의 삶에 '사랑이란 빛'이 존재했다면 나는 이미 축복받은 것이다.


나 역시 몹시 불완전한, 결핍을 가진 채로 어느새 어른이 되어버렸다. 나의 어린 시절은 딱히 사랑이란 빛이 존재한다고 보기 어려웠다. 물론 어느 정도 온화한 열기들이 있었을 것이나, 그것들이 나의 삶의 큰 자양분이 되었다고 여기기에는 너무 무거운 짐을 지고 있다고 생각되었다. 그러다 나는 여전히 나의 삶이 가장 중요한 채로 어느 순간 엄마가 되었다.




오늘도 늦은 저녁, 나는 일을 마치고 '나의 빛'을 찾으러 어린이집으로 걸음을 재촉했다. 일을 하는 엄마가 그렇듯이 아이가 배가 고픈 것이 가장 걱정이 되었다. 하지만 또 일은 생각보다 늦어진다. 일에도 온전히 집중을 하기 어렵다. 아이가 아프기라도 하면 나는 5분 대기조처럼 어쩔 수 없이 뛰어가야 하는 것이다. 내가 사회에서 아무리 인정을 받는다고 하더라도 이 것은 완전히 별개의 문제이다.


가끔은 그런 긴장상태가 피곤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그 무엇보다 온전하게 집중을 하지 못한다는 것은 그 자체로, 많은 긴장을 안겨준다.


하지만 막상 도착해보니 그 많은 신발장에 내 아이의 신발만 덩그러니 놓여 있는 것을 보고 마음 어딘가가 아파왔다. 그리고 일과를 마치고 잠이 드는 늦은 밤, 나도 나의 아이처럼 불완전한 사람이라는 것을 이내 깨닫는다.


오늘도 온종일 밖에서 녹초가 되도록 일을 하고 또 나를 필요로 하는 사람들에게 가장 필요한 것들을 내어주었다. 그리고 나는 밤이 되어 완전히 혼자서 그 아무것도 원하지 않고 쉬려고 한다.


이런 때, 문득 내 옆에서 내 몸에 꼭 붙어 잠든 나의 아이가 그만큼 내가 그토록 필요로 하는 사랑을 듬뿍 담아주고 있다는 것을 느낀다. 그 자체로 내가 기대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나는 가장 필요한 위로를 받는다는 것을 알게 된다.


나를 필요로 하는 너에게 가장 큰 사랑을 주는 것,


그것은 예기치 못한 순간에 내게도 더 큰 사랑이 되어 돌아온다는 것을 알게 될 때마다, 사람이 왜 사랑이 가장 필요한지 다시 한번 느끼게 되는 요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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