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이 흔들린다면 아직 '이혼의 때'가 아니다.
가사조정위원 법률사무소 봄 정현주 변호사
실제 이혼 사유 중 가장 많이 헤어지게 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변호사로서 소송을 진행하면서 느끼는 부분을 솔직히 말해보자면 아마 '성격 차이'일 것이다. 혼인 생활이 길어지면서 자연스럽게 함께 사는 배우자의 끝. 을 보게 되는 경우가 많은데, 이런 경우 시간이 가면서 서로를 미워하거나 증오하게 되기도 한다.
' 변호사님, 사람은 정말 변하지 않는 것 같아요. 저번에 변호사님이 말씀하셨던 대로 그냥 이혼을 했어야 하나 봐요.. '
어떤 경우에는 이혼 조정을 신청했다가 흔들리는 마음에 소를 취하하고 다시 이혼 조정을 신청하러 오는 경우도 있다. 그런 경우 많은 의뢰인들이, ' 당시에는 몰랐지만 그때는 이혼을 망설이는 마음이 있었다. 하지만 결국 사람은 변하지 않는다. '라는 말을 한다. 폭언을 하는 사람은 폭언을 계속하고, 경제적인 부분에 문제가 있는 사람은 또다시 같은 문제가 발생하며, 외도를 하는 사람은 또 외도를 한다. 그 과정에서 상대방은 늘 상대가 변하기를 바라지만 상대는 변하지 않고, 사람의 마음처럼 마음대로 되지 않는 것이 없다.
이처럼 상대방의 폭언이나 경제적인 문제나 다른 문제가 있다고 하더라도 이혼을 마음먹게 되는 가장 큰 이유는 '성격 차이'인 것 같다. 부부 사이의 문제가 생겼을 때 만약 마음이 잘 맞거나 해결할 수 있다고 하면 또 그럭저럭 살아나가기 때문이다. 하지만 어떤 이유로든 애정이 식어 서로의 문제를 해결하기 어려운 상황이 오면 아무리 작은 것이라도 큰 문제가 된다. 마음이 식으면, 상대의 어떤 것도 용납하기 힘들어지기 때문이다.
법률사무소 봄 정현주 대표 변호사나는 이혼 사건을 많이 담당하고 있기도 하고 가사조정위원을 하고 있어 이혼 조정실에 많이 가는 편이다. 남양주지원의 조정실은 2층에 위치하는데, 이혼 조정실에 들어갈 때마다 무거운 분위기가 감돈다. 모든 경우의 이혼이 그런 것은 아니지만 이번 이혼 조정은 마음적으로 모두가 힘들게 진행이 되었다.
우선 나의 의뢰인은 처음부터 양육비, 재산 분할 등 아무것도 양보하지 않겠다는 태도를 보였다. 이혼을 요구한 것은 상대방이 먼저였으나 그 과정에서 상처를 많이 받았던 의뢰인은 이혼에는 합의하면서도 상대방의 그 무엇도 원하는 대로 해주지 않겠다는 태도를 보였다. 이혼 조정을 하다 보면 많은 경우 이혼을 원하는 쪽에서 결국 많은 부분을 양보하면서 이혼이 성립이 된다. 조정은 소송절차와 달리 기본적으로 합의가 있으면 바로 성립이 되기 때문이다. 이혼을 원하는 쪽은 대부분 조속하게 절차가 마무리되기를 바란다. 소송을 가면 길어지고, 그뿐만 아니라 상대방이 항소를 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혼을 원하는 의뢰인에게는 나는 바로 '이혼 조정'을 권유하는 편이다. 이번 조정도 결국 이혼을 먼저 제안했던 상대방의 많은 양보로 마무리되었지만 그 과정의 눈에 보이지 않는 다툼은 대리인인 나에게까지 느껴질 정도로 처참했다. 둘은 서로를 한 번도 쳐다보지 않았고 한쪽은 무척 피로한 얼굴로 오래도록 눈을 감고 있었으며 다른 한쪽은 계속적으로 상대방을 원망하고 있었다. 마음의 미련이 남아있는 것 같지는 않았지만 어느 쪽도 상대를 배려하거나 신경 쓰지 않는 듯했다. 그들은 오로지 이 시간이 빨리 지나가기만을 바라고 있었다.
이혼은 이렇게 서로에 대한 감정이 아예 없다고 해도 무방할 만큼 무관심하거나 싫어할 때 가능한 것 같다. 조금이라도 흔들리는 마음이 있다면 그때는 아직 '이혼의 때'가 아니다. 그리고 이혼의 때란 그야말로 부지불식간에 찾아오는 것 같다. 그토록 흔들려 했던 의뢰인이 몇 번의 상담을 받으면서도 마음을 먹지 못하다가 어느 날 이혼을 결심하고 찾아오기도 하고 흔들리는 마음 그대로 계속 살기도 한다.
한편, 한 쪽은 이혼의 때가 왔으나 한쪽은 여전히 그대로라면 어떻게 되는가?
이런 경우에는 대부분, 이혼을 강하게 마음먹은 쪽의 의사에 따라 흘러가게 되는 것 같다. 물론 이혼 여부에 대한 고민을 하는 것이 아니라, 이혼을 하기로 완전히 마음먹었을 때이다. 이혼을 마음먹은 이유가 무엇이든, 생각보다 사람의 마음은 잘 변하지 않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