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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현주 변호사 Mar 19. 2024

송무 변호사란 무엇인가?

정현주 변호사의 변호사 생활


나는 2017년도에 사법연수원을 수료하였지만 직후 임신과 출산을 하게 되어 동기 연수생들보다 2년 정도 늦게 변호사 생활을 시작하였다. 성격적으로 공무원 생활에 맞지도 않는 데다가 늘 자유로움이 꿈이었기에, 단지 여자라는 이유로 추천을 많이 받았던 사내 변호사 및 공공기관 입사는 처음부터 생각도 하지 않았다. 그런 나에게 ' 송무 변호사'는 이미 정해져 있던 길이었다.


2019년 초, 처음으로 고용 변호사로 일을 시작한 곳은 변호사 경력이 20년이 넘은 대표 변호사님이 계신 아주 작은 규모의 법률사무소였다. 나는 그곳에서 대표 변호사님이 수임하신 사건들의 서면을 쓰고 재판을 다니면서 늘 여직원과 대표 변호사님과 함께 점심을 먹었다. 추후의 개업을 생각한다면 그곳은 송무 변호사일을 경험하기에는 최적의 곳이 아니었나 싶다. 개업 변호사로서 가장 중요한 것이 바로 '수임력'인데, 그곳의 대표 변호사님은 당시에 아무런 마케팅도 없이 20년이 넘는 동안 한자리에서 나름 자리를 잡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때만 해도 많은 법률사무소 또는 법무법인에는 사건을 수임해오는 사무장이 따로 있었다. 변호사가 아닌 자가 사건을 수임하는 것은 변호사법 위반이다. 하지만 그만큼 변호사로서 사건을 수임하는 일은 예전이나 지금이나 힘든 일이 아닐 수 없었다. 따라서 어떤 루트로든 사건을 수임해 오는 사무장이 있어야 사무실이 굴러가는 구조가 많았다. 그런데 내가 경험한 사무실들은 사무장들은 없었다. 대부분 대표 변호사의 능력으로 수임이 결정되었고 나는 고용 변호사로서 그를 보조만 하면 되었다.


고용 변호사는 원래 수임과 무관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나를 믿고 신뢰하는 의뢰인들이 생기면서 우연히 수임도 하게 되었는데 나로서는 그 일이 꽤 일찍부터 일어났다. 의뢰인들은 사건을 진행하면서 별도의 사건을 의뢰하기도 하였고, 다른 사람의 소개를 통해 나에게 연락이 오기도 하였으며 나중에는 내가 쓰는 글들로 인해 많은 사람들을 만나게 되었다. 그 즈음, 나에게 '송무 변호사'라는 직업은 내 성격과 상황에 딱 맞는 일처럼 느껴지게 되었다.


우연히 나는 같이 일했던 변호사님으로부터 ' 변호사 다운, 변호사라는 직업이 정말 잘 어울리는 변호사 '라는 말을 들었다. 그의 말에 따르면, 나는 오래전부터 의뢰인의 이야기를 귀 기울여 들어주었다는 것이다. 그래서 내가 그 로펌을 퇴사했을 때 많은 의뢰인들이 나의 퇴사를 아쉬워했다고 한다. 그래서 나의 어떤 부분이 그들에게 울림을 준 것인지 물어봤더니 '이야기를 잘 들어줬다.'라는 말을 했다고 했다.


법률사무소 봄을 열고 남양주로 온 이후부터는 그야말로 수많은 사람들을 만났고 무척 바쁜 시간들을 보냈다. 당연히 사건의 모든 의뢰인들의 이야기를 그전처럼 들어주기는 어렵다. 또한 의뢰인의 모든 이야기를 반영하기도 어렵다. 그래서 나는 '사실에 대하여' 늘 설명하고 설명한다. 어떤 경우의 '사실'은 현실이고 때로는 그것을 원치 않더라도 받아들여야만 하기 때문이다. 물론 어떤 종류의 진실은 끝까지 외면하고 싶다는 것을 나 또한 잘 알고 있다. 때때로 어떤 일들은 나의 삶을 전부 부정당하는 것 같은 느낌을 주기도 하고, 또 현실을 직면한 이후의 오는 고통들은 본능적으로 피하고 싶기만 하다.


예를 들어 어떤 의뢰인은 이혼 소장을 받은 이후 나에게 찾아와 절대로 이혼을 원하지 않는다고 말한다. 의뢰인은 그 이야기를 만날 때마다 하지만 딱히 상대방의 주장에 반박을 할 만한 근거는 없다. 이런 경우 변호사는 어떻게 해야 할까? 의뢰인을 가장 위하는 것이 무엇일까? 일단은 그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그다음으로는 그의 마음을 보는 것이다.


그는 현실에 대하여 똑바로 보기를 저어하는 것이다.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을 수 있지만 그런 상황이 계속되면 현실을 왜곡하기도 한다. 왜곡된 현실은 그의 걸음을 그곳에 멈추게 하며, 결국 주변의 사람들을 원망하게 만든다. 그것은 변호사도 예외일 수 없다. 많은 의뢰인들이 변호사의 말에서 희망을 찾기에, ' 변호사님이 그때, 그렇게 말씀하셨잖아요. '라는 말을 한다. 그리고 또 상대방의 주장은 모두 거짓이 된다. 그래서 의뢰인들은 늘 ' 그 사람은 거짓말을 하고 있어요. '라고 말한다.


이런 이유로 변호사는 때때로 안개처럼 뿌옇게 가로막힌 길 위에서 그의 손을 잡고 '현실'로 끌고 나와야 하는 것이다. 그들이 그것을 받아들이든 받아들이지 않든 결국 '현실'은 변하지 않고, 또 그것으로 인한 감정의 동요 역시 '현실'이기에.


소송이 끝난 이후 비로소 뿌옇던 일들이 걷히기 시작한다. '현실'은 결국 눈앞에 있고 우리는 앞으로의 삶을 위해 이것을 받아들이지 않으면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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