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률사무소 봄 정현주 변호사
나는 서울가정법원에서 가사조정위원을 한 적이 있었다. 내가 조정위원을 맡았던 사건은 많은 가사사건중에서도 '이혼'과 관련 된 사건들이었는데, 특히 '외도' 사건을 많이 담당하게 되었다. 하루에도 수도 없이 많은 이혼 사건들을 읽어보고, 또한 변호사가 된 후 많은 의뢰인들과 상담을 진행하게 되면서 자연스럽게 알게 된 것들이 있다.
많은 경우 바람을 피는 사람들은 정해져 있다. 따라서 나의 배우자가 결혼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다른 사람과 육체적 관계까지 가는 정도의 바람을 피운다면, 불행히도 한 번으로 끝나기는 힘들 것이다.
그(그녀)는 분명 나의 탓을 한다. 시간의 차이는 있지만 이야기를 들어보면 그렇다. '너랑 같이 있으면 갑갑해. ' , '너가 날 이렇게 만들었어.' , '너가 나에게 너무 집착했잖아.' 또는 이런 이야기도 한다. '나는 굉장히 외로워.' , '너는 나에게 관심이 없었잖아.' , '너와는 대화가 안 통해.' ...
결국 내가 상대를 너무 집착했거나 또는 너무 관심이 없었기 때문에 본인이 바람을 피게 되었다는 이야기로 귀결된다. 하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다. 바람을 피우는 사람들은 자신의 배우자가 어떤 사람이라도 큰 상관이 없다. 그들은 오로지 '자신의 문제'로 바람을 피우는 것이며, 그 이유에 대해서도 종종 스스로 잘 알지 못한다.
바람을 피우는 사람들은 대부분 애정에 대한 결핍이 있고
인정받고자 하는 욕구가 무척 강하다.
사람은 누구나 일정한 정도의 '애정 결핍'이 존재하지만, 바람을 피우는 사람들은 어린 시절부터 애정 결핍이 심한 경우가 많다. 애정이란 사람이 살아가면서 반드시 존재해야 할 필수 요소 중 하나이다. 내가 한 그루의 나무라는 생각을 해 보자, 그런데 나에게 성장을 위해 필수적인 물과 태양이 공급되지 않으면 어떻게 될 것인가?
결국 어딘가가 파괴되고 부러진 채 결핍을 안고 자라게 될 것이다. 사람 또한 마찬가지여서, 필요한 만큼의 애정을 받지 않으면 마음의 한 부분이 텅 빈 채로 자라게 된다. 하지만 사람은 그 어떤 생물보다 사랑을 필요로 하는 동물이기 때문에, 이미 어른이 되었지만 끝없이 나를 사랑해주는 사람을 찾게 된다.
하지만 이미 마음의 한 부분이 비어 있는 상태로 자란 사람은 불행히도 후천적으로 그 부분을 완전히 채울 수는 없다(어느 정도의 채움은 가능하다고 보인다). 따라서 이런 경우에는 내가 빈 부분을 채우려고 어떤 사람을 만나서, 어떤 인정과 사랑을 받더라도 허기를 느끼는 것이다.
나를 아무리 사랑해주는 사람을 만나도 끝없이 나를 바라봐줄 수는 없고, 나 또한 아무리 애정을 쏟는 대상을 만나도 그 사람에게 계속 만족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만약 내 배우자가 '바람을 피는 사람'이라면 그 사람은 분명 마음 한 켠에 애정에 대한 결핍이 있을 것이고, 또한 어딘가 보살펴주지 않으면 안될만큼 불안한 부분이 있는 사람일 것이다. 하지만 명심하자, 그 것은 그가 어린시절 동안 자라온 환경에 의한 결핍 문제이지 절대로 나의 잘못 때문이 아니다. 오히려 나는 그로 인해 마음의 상처를 입게 되었을 뿐이다.
하지만 결핍이 있는 자들은 자신의 결핍을 제대로 볼 수 없기에, 늘 자신의 허기짐을 다른 사람으로부터 채우려 하기에 이런 부분을 솔직하게 인정하지 못한다. 오히려 그들은 진심으로 자신이 엇나간 것을 다른 사람의 잘못때문이라고 생각하기도 한다.
바람을 피는 그 사람, 언젠가는 정착이 가능할까?
원칙적으로는 정착이 가능하지 않다. 사람은 잘 변하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들은 기본적으로 누군가에게 의지해야 하는 마음을 가지고 있는 경우일 가능성이 높으니, '최후에 너에 곁에 있을 사람은 오로지 나야. 내가 너의 유일한 의지처야.' 라는 것을 계속적으로 어필하면 언젠가 나에게 올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상당히 많은 시간이 걸릴 일이고, 그 동안 받을 나의 마음의 상처는 누가 알아준단 말인가?
나의 의지처는 그럼 누구란 말인가?
돌아올 사람은 결국 내가 연락을 끊고 이별을 고해도 언젠가 나에게 돌아온다. 그래서 훗날에 그가 반성하고 돌아오면, 어떻게 할 지는 그때가서 생각해보는 것이 낫지 않을까? 우선은 상처받은 나, 상처받은 나의 마음을 보살펴야 한다. 그리고 나서 그 다음을 생각해도 절대 늦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