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겨울을 좋아한다. 나는 늘 겨울을 기다려온다. 가을 사이사이로, 단비와 같은 겨울이 떨어져 내리고 ㅡ 차를 한잔 마시면서도 그 젖어듬에 나는 취한다.
사랑이란 얼마나 어리석은지, 내가 가야할 길을 붙들어두는 존재뿐이 되지 못하고, 거침없이 흘러갈 내 길목에 서 있는 이정표조차 되지 않는다. 어느 날 밤, 나는 길고 긴 꿈을 꾸었다. 내가 거대한 사향고래가 되어 태평양 한가운데를 유유히 헤엄치고 있는 꿈이었다.
하지만 나에게 태평양은 너무나도 협소하게 느껴졌다. 아마 덩치가 몹시 커져버려서 그런지도 모르겠다.
나는 좀 더 넓은 곳을 향해 가고 싶었다. 처음에는 좀 더 넓은 세계로 뻗어나가고 싶었으나 ㅡ 그 이후에는 그 사이사이에 만나는 다른 친구들의 이야기들이 더 궁금해졌다.
그리고 나는 모자를 벗었고, 그냥 내가 헤엄치던 그 세계의 드넓은 바다속에 머물기로 했다. 아마 체념하기로 마음먹었던 것 같다.
호주에서 걷고 걷다 도착한 서부의 한 마을은, 나무로 된 작은 이정표가 있었다. 그 마을은 지도를 아주 크게 확대해야 보이는 이름뿐이 없는 도시였다. 숲으로 가득 쌓였고, 기찻길은 방문객이 없어서인지 무성한 나무들로 뒤덮혀 있었다. 그래서 얼핏보면, 그곳에 마을이 있다는 것조차 알 수 없을 정도로 고요했다. 나는 그 조용함이 퍽 마음에 들었다. 그래서 일단 짐을 풀고, 그 곳에 며칠간 쉬기로 했다.
때는 8월이었으나 날씨는 기분좋게 차가웠다. 한낮에는 그 골목사이로 그 누구도 다니지 않았기 때문에 ㅡ 기차가 다니지 않는 기차역으로 가서, 바람을 맞으면서 앉아 있었다. 나는 그때 아마 '눈향나무'를 쓰고 있었던것 같다.
마을은 밤이 될때마다 키가 작은 포도나무들이 가득 차 뜨거운 보랏빛으로 이글거리면서 타오르는 광대한 초원이 바로 옆에 보였고, 또 역시 사람들이 보이지 않았다.
가끔 산책으로 우연히 만나는 사람들은 모두 지루한 표정이면서도, 건강한 웃음을 띄고 있었다. 그러나 그 조차 나에게는 ㅡ 조각조각 걸려있는 하나의 망상으로 보이곤 했다. 어쩌면 이 모든 일들이 내 머릿속에서만 일어나는 일일지도 모른다 ㅡ 라고 생각했다. 그 도시는 마치 그림과 같았기 때문에, 나는 그림속에 그 풍경을 아직도 걸어두고 있다.
어쩌면 그 풍경들마다, 나를 넣어두는 것은 어떠했을까 생각해보기도 한다. 그렇다면 먼 훗날, 나는 그곳을 기억할때 ㅡ 그 순간의 나를 함께 잘 떠올릴수 있지 않았을까, 어떠한 종류의 기억들은 기계의 잡음처럼 지직거리면서 흔적도 없이 사라져버리기도 하기 때문이다.
이처럼 나의 행복했던 순간들은 수년중에 단 몇번으로 걸리곤 했다. 그리고 물론 마음이 아픈 기억들도, 그 행복속에 함께 있다.
내가 행복을 멀리 떠나보낼때 ㅡ 나의 아픔도 그 속에 녹아 있는 것이다.
나의 사랑은
북마크같은 아픔이 함께 걸려 있다.
그래서 ㅡ 나는 언제까지나 이곳에 있는 것이 아닌, 사향고래와 같은 드넓은 바다를 건너 어딘가에, 또 어딘가에 길을 두고 마음을 두고 또 그렇게 다른 나를 찾아 헤매게 되는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