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것은 오랜 친구들에게도 마찬가지 였다. ㅡ 다행히 나의 오랜 친구들은, 나와 비슷한 성향이어서 나의 본능적인 거리두기를 이해해 주었고 그들도 타인을 만날 때면 거리를 두면서 사람을 대하곤 한다. 적어도 내가 몇 십년간, 타인의 눈으로 가까이 볼수 있는 거리에서는 그렇다고 느꼈다.
나 또한 선을 지키려고 노력하는 편이다. 하지만 그런 세심한 거리두기에도 불구하고, 때때로 어떤 사람들은 과격하리마치 그 미묘한 선을 넘어오려고 하기도 한다. 그러다 종종 나의 거리두기는 실패하기도 한다.
물론, 나 또한 타인과의 거리를 좁히고 싶을 때가 종종 있다. 누군가와 좀 더 가까워 지고 싶고, 그에게 좀 더 중요한 사람이 되고 싶다고 느낄 때도 있다. 하지만 적어도 타인의 마음에 '의도적으로' 들어가 본적이 없어서인지, 그런 생각은 보통 망상으로 끝이났다.
나는 상당히 소심하며, 주로 타인에게 다가서는 편이 아니어서 (설령 내가 가깝게 지내고 싶다고 하더라도) 보통은 나의 미묘한 거리두기 선을 넘어서려는 타인에 대해 방어만 하면 되었다. 그러다보니 시간이 갈수록 나의 거리두기는 심화되었고 ㅡ 자연스럽게 그런 거리를 깨려는 사람들에 대해 극심한 반발심을 갖게 되었다. 그 이유가 무엇인지 아직까지도 정확하게 말할 수는 없다.
정확하진 않지만 ㅡ 나의 거리를 무참히 깨려고 하는 사람들의 모습은 단지 이기적으로만 보였다. 그들은 상대의 감정을 고려하지 않고 오로지 자신의 욕망만 내세울 뿐이다. 어떤 의미에서 그들은 무뢰한인 것이다.
오래전부터 나는 거리를 두지 않으면, 아마 너무 쉽게 상처받는다고 생각했던것 같다. 그리고 같은 크기로, 나는 타인에게 상처를 주고 싶지 않았기 때문에 ㅡ 우리는 조금 멀리 있어야 하며, 또한 홀로 서 있기에 더 완전하게, 서로를 그리워할 수 있다고 믿었다.
누군가가 나에게 가급적 기대하지 않는 것,
그리고 나 또한 너에게 가급적 기대하지 않는 것.
우리는 혼자이며 그렇기 때문에 그 외로움은 온전히 나의 것이고, 그것은 누구의 탓도 아니라는 것.
우리는 그것을 종종 잊곤 한다.
하지만 홀로 있을 때 내 옆에 와주는 사람만큼 위로되는 것이 있을까?
나는 단지 그것을 잊고 싶지 않은 것인지도 모르겠다.
지친 오후 아무도 없는 사무실 밖을 나서며 지하로 내려가 차를 탄다. 그리고 이제는 익숙한 밤 거리를 달리며 집으로 들어선다. 늦은 밤이다. 목이 말라 갑자기 잠을 깨었다. 요즘에는 밤 늦은 시간, 또는 새벽이 가까운 시간에 나는 종종 잠을 깨곤 한다. 오늘은 아침부터 안개가 잔뜩 끼었다. 내 주위를 감싸고 있는 차가운 안개의 늪 사이로 빠져드는 것 같다. 나는 침대에 누워 눈을 감고 오지 않는 잠을 청해본다.
산다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산다는 것은 여러가지 과정속에서 열심히 수평을 맞추는 일과도 같다. 감정이든 상황이든 쏠리는 것은 과중하고 결국 피로해지기에, 적당한 여유를 가지기 위해서는 중도를 맞추는 것이 무척 필요하다. 아마 그러기 위해서는, 쉼표가 필요한 것일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