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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현주 변호사 Aug 01. 2024

티비앤스토리에서 소개팅 연예방송 섭외 연락이 왔다.

법률사무소봄 정현주변호사



나는 무척 고전적인 사람이다. 최신 트렌드나 연예계, 사회적인 이슈에 대하여 관심이 별로 없다. 아이패드 대신 여전히 노트와 필통을 들고 다니고 배가 고프면 배달 어플을 쓰지 않고 근처로 나가 슬슬 걸어 포장을 해온다. 모임을 싫어하고 사적인 만남은 극단적으로 적은 편이며, 주로 혼자 사무실에 남아 일을 하거나 어렵사리 시간이 나면 딸과 함께 여행을 가는 것이 어쩌면 유일한 낙이다.

  

직원들로부터 또는 변호사들로부터 '나는 솔로'와 같은 소개팅 프로에 대한 이야기를 종종 들을 때가 있다. 나는 사실 tv를 보지 않은지 상당히 오래되어 그런 부분에는 전혀 관심이 없다. 그런데, 최근에는 신기한 일이 있었다.

  



꾸준하게는 있었지만 최근에는 방송, 기사 등 여러 매체로부터 섭외 요청이 많이 들어오는 편이다. 나는 늘 정신없이 바쁜 날들이 많은데, 변호사에게 들어오는 섭외 요청 중에는 협찬이 절대 다수로 많기 때문에 웬만한 요청은 모두 직원을 통해 받고 대부분의 협찬 방송은 출연 거절을 하고 있다.


그런데 며칠 전, 티비앤스토리에서 전화가 왔다. 직원분을 통해 들은 바로는 여러번 나와 연락을 하고 싶다며, 나의 개인 연락처를 물어보셨다고 한다. tv나 연예 방송에 전혀(?) 관심이 없는 나로서는 티비앤스토리가 그렇게 유명한 방송사인지 잘 알지 못했다. 어찌 되었든 그 일은 봄 사무실에 몰아치는 일들 덕분에 자연스럽게 넘어갔는데, 어느 화요일 밤저녁을 먹고 있는데 마침 핸드폰으로 전화가 왔다.


' 여보세요? '


' 네, 정현주 변호사입니다. '


' 아, 정현주 변호사님이세요? 지금 사무실로 전화를 했는데 변호사님이 직접 전화를 받으시네요! '


봄 사무실은 사무실로 부재중 전화가 올 시 내 핸드폰으로 바로 연결이 될 때가 있다. 그래서 모두가 퇴근한 6시 이후 종종 낯선 번호로 전화가 울린다. 일을 하느라 대부분 전화를 놓칠 때가 많지만 마침 저녁을 먹기 바로 직전이었고 핸드폰이 바로 앞에서 울리고 있기에 바로 전화를 받았다.


아마 티비앤스토리 작가님으로 추정(?)되는 분은 내가 전화를 직접 받자, 바로 기쁘다는 듯이 말을 이어나갔다.


' 변호사님, 저희는 티비앤스토리인데요, 이번에 새로운 연예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있거든요. 여기에 정현주 변호사님께 출연 섭외 요청을 하고 싶어서요. 괜찮으실까요? '


나는 바로 협찬인지 조심스럽게 물어봤는데, 작가님은 전혀 아니라는 반응이다. 연예 프로그램이라고? 잘은 모르지만 협찬이 아니라면 내가 안 나갈 이유가 없다. 방송의 성격이 뭐 그렇게 중요한가!


' 네, 그럼 출연하겠습니다. '


' 오, 정말요? 아, 그런데 변호사님..지금 전화가 괜찮으실까요? 그리고.. 실례지만 마지막 연예가 어떻게 되실까요? '


출연을 하겠다는 의사를 밝히자 작가님은 기쁘다는 듯 이야기를 이어나갔는데 바로 나의 연예경력(?)을 물어보시는 것이 의아했다. 일단 대답을 하고 작가님의 이야기를 조금 더 들어보니 이 프로그램이 신설되는 프로그램이라 아직 정확하게 밝힐 수는 없지만 '소개팅'과 관련된 프로그램이라고 한다.


그런데 이야기를 더 들어보니 내가 방송 패널로 출연하는 것이 아닌, 소개팅 출연자로 나간다는 것이다. 으잉? 그 유명한 '나는 솔로' 같은 건가? 소위 말하는 '짝녀' 로 출연하여 관심 있는 이성에게 마음을 밝히고 속마음 토크를 하고..  


' 아아.... '


그 순간 탄식했다. 내가 패널로 나가는 것이면 정말 좋았을 텐데,라는 생각에 말이다.


' 아 제가 출연 의사를 밝히긴 했는데, 다시 생각해 보니 어려울 것 같습니다. 작가님. '


' 아! 이유가 무엇인가요. 변호사님! '


아쉬워하는 듯(?) 한 작가님께 나는 말했다.


' 아, 제가 처음에는 잘 몰라서 출연 의사가 있다고 말씀드렸는데, 저는 당연히 변호사로 패널처럼 나가는 줄 알았습니다. 변호사 직업을 가지고 있는 출연자가 아니라요. 제가 소개팅 출연자로 나가게 되면 아무래도 이런저런 구설에 오를 수 있는데 제 입장에서는 그런 상황은 만들고 싶지 않습니다. 좋은 기회 주셨는데 죄송합니다. 작가님! '


' 아아... 어떤 의미인지 알겠어요. '  


단호하게 거절 의사를 밝히자 통화는 급하게 마무리되었다. 하지만 문득 신기하다. 나에게 소개팅 연예 방송 출연자로 나오라는 섭외 요청이 온 것 자체가 말이다. 대체 섭외 기준이 무엇일까?


최근 들어 많은 방송, 기사와 관련된 섭외 요청을 받고 있다. 이 부분에 대하여 나에게 오히려 ' 어떤 기준으로 계속 방송에 출연이 가능하신지? '라고 되묻는 매체도 있었다. 글쎄, 그것은 오히려 내가 묻고 싶은 질문인데... 나는 당연히 알 수 없다고 답을 했다.


다만 한 가지 분명한 것은 어떤 기회가 왔을 때, 최선을 다해 그 기회가 좋은 것인지 판단하고 그 기회에 응해야 한다는 것이다. 삶이란 어디로 흘러갈지 모르는 세찬 기류에 따라 정처 없이 떠도는 나룻배와 같다. 어떠한 이는 안정적인 것을 택하고 또한 지키려 하는 것이 본능이지만, 그들조차도 삶이란 거대한 항해에서 노를 젓는다. 자신의 삶을 예단하기 어렵다. 우리가 떠도는 것은 미미한 지점일 뿐이다.


요즘 들어 내가 생각하고 인식하는 것들에 대한 변화가 찾아오는 것을 새삼스럽게 느낀다. 방향이라는 것을 보는 것이다. 희뿌연 안개와 같은 곳에 꽤 오래 머물렀지만, 시간이 갈수록 안개가 걷히고 조금 더 명료해지고 있다.


나는 티비앤스토리 작가님께, 다른 좋은 기회가 있으면 언제든 출연을 할 의사가 있으니 꼭 연락을 달라는 말을 전했다. 이번 섭외도 비록 거절했지만 나에게는 값진 기회라고 생각하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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