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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현주 변호사 Aug 05. 2024

이혼 소송이 길어지는 이유는 뭐가 있을까?

법률사무소 봄 정현주 변호사



며칠 전, 봄 사무실의 의뢰인이 나에게 전화를 걸어왔다. ' 변호사님, 이번에 정말 끝이 난 거죠? 저 정말 이혼한 거 맞죠? ' 그녀는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다행히 상대방이 항소를 하지 않아서 판결이 확정이 된 것이다. 금방 끝이 날 것 같았던 그녀의 이혼 소송은 몇 년이 걸리도록 끝날 기미가 보이지 않았었다. 하지만 어찌 되었든 끝이 났다. 상대방이 항소를 하지 않아 이대로 완전히 이혼이 되었다. 그녀는 후련하고 기쁜 마음을 감추지 못했다. 



이혼 소송을 수년간했다는 이야기를 꽤 들어보았을 것이다. 때로는 이혼의 의사가 합치가 되어 있더라도 재산분할, 위자료, 양육권 등의 다툼으로 인해 재판은 1~2년은 쉽게 넘어가기도 한다. 더욱이, 조정이 되지 않으면 1심 판결에 불복하여 쌍방이 항소를 할 수 있으니 재판은 또 그만큼 길어지기도 한다. 



그렇다면, 이혼 소송에서 이처럼 시간이 길어지는 이유는 무엇일까? 또한 그렇게 재판이 길어질 경우에, 어떻게 대처하는 것이 좋을까? 오늘은 이 부분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고자 한다. 




법률사무소 봄 정현주 변호사



1. 이혼 의사에 대한 합치가 없을 때.     



협의 이혼이 되려면(조정도 마찬가지다), 이혼을 하고자 하는 당사자들의 의사가 모두 합치가 되어있어야 한다. 크게 분류를 하여 말하자면, 1) 이혼에 대한 의사 2) 미성년의 자녀가 있다면 양육권 및 양육비 3) 재산분할 부분에 대한 합치다. 이 중에서 단 한 가지도 의사의 합치가 없으면 협의 이혼은 불가능하기 때문에 소송으로 가게 된다. 소송이란 결국 당사자의 의사가 다르니 재판부의 판단으로 이혼 및 양육권, 재산분할에 대하여 판결을 받는 것이다. 



그런데 가장 기본이 되는 이혼 의사에 대한 합치가 없다면 어떻게 될까? 재판부에서는 이혼을 원하지 않는 쪽에서 명확한 유책 사유가 없는 한, 한 쪽의 의사만 듣고 이혼 여부를 결정하기 어렵다. 따라서 이런 경우에는 가사조사를 명하여 실제로 혼인이 파탄되었는지를 살펴본다. 그런데 문제는 이 '가사조사' 기간이 생각보다 길다는 점에 있다. 대부분의 법원에서는 가사조사관이 가사조사를 담당하게 되는데, 가사조사관의 수에 비해 사건이 월등히 많다 보니 ' 가사조사' 과정을 거치게 되면 그 기간만 해도 수개월 걸리게 된다. 



그렇다면 상대방이 끝까지 이혼을 안 하겠다고 우길 경우는 어떻게 될까? 이때는 이혼을 원하는 쪽에서 조급한 마음을 가질 것이 아니라 일단 별거를 하는 것이 좋다. 가사 조사 등으로 재판이 길어지는 만큼 별거가 길어질 수 있는데, 그만큼 혼인이 파탄되었다는 주장을 하기가 한결 쉽기 때문이다. 그러니 재판이 길어진다고 해서 무조건 나쁠 것도 아니다. 




2. 감정을 해야 하는 재산이 있을 때 



많은 사람들이 재산분할에 대한 다툼이 치열할수록 소송이 길어진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이것은 반은 맞고 반은 틀린 생각이다. 재산분할에 대한 다툼이 있더라고 서로의 재산가액에 대한 다툼이 없다면 크게 소송이 길어질 일이 많지는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파트 시세와 달리 감정이 필요한 공장이나 땅 등의 시세를 알 수 없는 재산이 있다면 필수적으로 그 재산의 가액을 판단하기 위해 '감정 절차'를 거치게 된다. 이에 해당하는 예로는 부동산뿐만 아니라 시가를 알 수 없는 비상장 주식, 사업체 등도 해당할 수 있다. 



감정은 법원에 신청을 하게 되는데, 법원에 소속된 감정사들이 대략 감정비용 및 감정에 걸리는 시간들을 제출하게 되고 감정을 신청한 쪽에서 감정비용을 부담한다. 이런 절차를 거쳐 감정에 들어가게 되면 몇 개월이 걸리게 되고 그 기간 동안 소송은 일단 기일이 추정(추후지정)되게 된다. 




3. 양육비, 양육권 다툼이 있을 때   



양육권 다툼이 있는 경우에도 이혼 소송이 길어진다. 일반적으로 양 당사자가 양육권을 서로 가져가겠다고 다투는 경우에는 나이가 어릴수록 엄마 쪽이 유리하다고는 하나, 다른 여러 사유가 있을 수 있으므로 법원에서는 가사조사를 통해 자의 복리를 생각할 때 어느 부모 쪽이 유리할지에 대하여 판단한다. 이 과정에서는 당연히 2차 양육자(조부모 등), 재산 상황, 거주 형태 등을 모두 조사하게 되는데 아이들의 의견도 듣는다.  



양육비의 경우 서로 합의가 된 바가 없다면 서울가정법원에서 발간하는 양육비산정기준표에 따라 양육비를 정하게 되지만 이것도 명확하게 급여가 나올 때이다. 만약 상대 배우자가 공무원이거나 일반 기업을 다니는 경우에는 원천징수 내역서, 급여명세서 등을 통해 수입을 확인할 수 있지만 일반 사업을 하는 경우에는 수입이 일정치 않거나 세금 누락으로 인해 실제 수입과는 전혀 다른 수입이 인정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런 경우에는 신용카드 사용내역 등의 우회적인 방법을 통해서 수입을 추정할 수밖에는 없을 것이다. 이처럼 양육권과 양육비도 다툼이 본격적으로 개시되면 소송 전체를 지연시키는데 크게 일조를 할 수밖에 없다. 




법률사무소 봄 정현주 변호사



오늘은 이혼 소송을 길어질 수밖에 없는 요인에 대하여 간략하게 말해보았다. 이처럼 이혼 소송이 길어지게 된다면 어떤 마음을 가지는 것이 좋을까? 또한 상대방이 무조건적으로 이혼을 원하지 않는 의사라고 할 때 실제로 이혼이 될까? 



이와 관련하여 이혼전문변호사로서 겪은 의뢰인들의 속내를 살펴보면, 우선 이혼 소송이 길어질수록 이혼이 성립이 될 가능성은 매우 높아진다는 것이다. 단순히 혼인 파탄을 인정받아서 판결로 이혼한다.는 결과를 받아들이는 것 외에, 처음에는 이혼을 절대 하지 않겠다고 주장했던 상대방 배우자도 소송이 길어질수록 마음이 바뀌어 이혼을 원하는 경우가 절대다수로 많았다. 



또한 이혼의 과정은 위에서 말한 여러 가지 사유들로 인해 불가피하게 길어지는 경우들이 왕왕 있고 이는 사람이 어찌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니니, 이 과정에서 지나친 몰입은 좋지 않다. 오히려 지나친 몰입으로 인해 감정이 상한 의뢰인들은 변호사에게 상대방에 대한 비난적이고 원색적인 글을 써달라고 부탁을 하게 된다. 이를 해소할 방법이 없고 이런 과정에 이르게 된 것이 모두 상대방 탓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비난은 또 다른 비난을 부르게 되어 계속 스트레스만 가중된다. 



따라서 쉽지는 않겠지만 이혼 소송이 길어질 것으로 보이면, 변호사에게 절차에 대한 부분을 맡기고 이미 이혼을 했다는 마음을 가지고 편하게 일상으로 돌아가서 할 수 있는 일들에 집중하는 것이 좋다. 그러다 보면 자연스럽게 이혼이 될 것이며, 어렵다고 생각했던 문제들도 어느 순간 해결이 되어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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