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정현주 변호사 Aug 08. 2024

상해를 인정했는데 불처분결정을?

가정보호사건 불처분결정


' 가정보호사건 '이란 주로 가정 내에서 가정폭력 행위가 일어났을 때 가정법원으로 송치된 사건을 말한다. 법원에서는 '가정보호사건'을 심리할 때 그전부터 보이고 있었던 성행이나 가정 상황 등을 모두 고려하여 처분을 내리게 되는데, 이때는 피해자가 신청을 하는 경우 피해자를 증인으로 신문하고, 피해자에 대하여는 의견을 진술할 기회를 주기도 한다. 



가정보호사건에서도 피해자 보호를 위해 필요하다는 판단이 되면 재판부는 재판이 열리기 전에 결정으로 가해자의 퇴거 또는 접금금지를 명할 수 있는데 이를 임시조치결정이라고 한다. 



이처럼 가정보호사건은 기본적으로 일반적인 형사사건과 같이 가해자를 처벌하는 것에 중점을 둔 것이 아니라 가정을 유지하는 선에서 내리는 선처를 내리는 것을 의미하지만, 대부분의 형사 사건이 그렇듯이 범행을 인정하는 경우(또는 증거가 명백한 경우)에는 불처분 결정을 받기가 쉽지 않다. 



소년재판을 많이 하는 나로서도 '심리불개시 결정'이란 사실상 무죄 결정을 받기가 어려운데 가정보호사건에서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불처분 결정'을 받기가 쉽지 않다. 그런데 법률사무소 봄에서는 불가능한 일들이 가능한 일들로 바뀌기도 한다. 이번에는 의뢰인이 '범행을 모두 인정' 하였음에도 '불처분 결정'을 받았던 특별한 사례를 소개해 보고자 한다. 



법률사무소 봄 정현주, 이완수 대표 변호사



법률사무소 봄을 찾아주신 의뢰인 봄씨는 벌써 결혼 10년 차가 넘었다. 남편과는 협의하에 아이를 갖지는 않기로 했다. 뒤늦게 취미로 시작한 공부가 처음에는 재미도 있었고 즐겁기도 했으나, 조금 더 나은 직업을 갖고 싶어 공인중개사 시험을 도전하기로 마음먹은 뒤로는 어느 날부터인가 스트레스로 밀려오기 시작했다.  그녀는 늘 머리가 지끈거렸고 가끔 혼잣말로 욕을 하기도 했다. 



봄씨는 사실 오래전부터 조울증(양극성 정동장애) 진단을 받아 상담 치료를 받고 있었다. 봄씨가 앓고 있던 병은 마음을 아프게 하는 것을 넘어서서 정서불안, 충동조절 장애 등을 불러왔다. 시간이 갈수록 그녀는 늘 예민했고 신경질적인 태도를 보였다. 남편은 늘 그 부분이 걱정되어 여러 차례 공부를 그만두라고 말하기도 했다. 솔직한 마음으로는 그녀의 짜증스러운 모습들을 늘 받아주는 것이 힘들기도 했다. 우울은 전염되고 부정적인 생각도 전이가 된다. 



어느 날 봄씨의 예민함은 극에 달하여 별것 아닌 일로 남편과 큰 소리로 다투게 되었는데, 남편이 봄씨에게 ' 계속 이렇게 살 거면 너 혼자 살아라. 당장 집에서 나가라. '라는 말을 하고 말았다. 그 순간 봄씨는 소위 꼭지가 도는 느낌이 들었다고 했다. 그녀는 남편을 밀쳐 넘어뜨리고 옆에 있던 주방용품을 잡아 남편의 머리를 여러 번 쳐서 피투성이로 만들어 버렸다. 남편은 기절하지는 않았지만 곧바로 일어나기 어려울 정도로 비틀거렸다. 



' 내가 지금 무슨 짓을 한 거지? ' 



그 순간 봄씨가 생각한 것이 바로 그것이다. 남편은 바로 112에 전화를 걸었고 곧 경찰들이 집으로 들어왔다. 이것이 사건의 내막이다. 그 이후의 일은 자세하게 기억이 나지는 않는다. 드문드문 생각날 뿐이다. 경찰들이 현장 사진을 찍던 기억, 경찰서에서 상황에 대해 대답하고 간신히 고개를 끄덕였던 기억, 기억들...



아무리 부부 사이라고 해도 당연히 폭행은 안 된다. 남편은 생각보다 많이 다쳐 병원에 입원을 하고 작은 봉합수술까지 받아야 했다. 봄씨는 아이러니하게도 남편의 보호자로서 병간호를 하게 되었다. 그리고 그제야 자신의 예민성이 불러온 행위의 심각성을 받아들이게 되었다.   



물론 여러 차례 사과를 했다. 남편에게 무슨 일이 있더라도 자신의 행동은 용서될 수 없으니 정말 미안하다고, 죽고 싶다고 말했다. 시간이 흘렀다. 경찰은 남편에게 '가정을 유지할 것인지?'를 묻는 것 같았다. 남편은 한동안 고민했지만 그래도 봄씨와 가정을 유지하겠다고 답을 했다. 그렇게 되자 사건은 ' 가정보호사건 '으로 가정법원으로 송치까지 된 것이다. 



가정보호사건으로 송치가 되면 보조인(*국선변호인과 비슷한 제도)이 선정되는 것은 알았지만 아무래도 국선 변호사라는 점에서 마음에 걸렸다. 국선 변호사들은 보수가 많지 않다고 들어 사건도 제대로 해주지 않는 것은 아닐까? 그녀는 돈이 문제가 아니었다. 처음으로 받게 된 재판에서 제대로 된 변호를 받고 싶었다. 그것이 설령 어쩔 수 없는 결과라고 하더라도 말이다. 





법률사무소 봄 정현주 대표 변호사



이렇게 찾아오신 봄씨를 위해 법률사무소 봄의 변호사들은 여러 가지 제안을 하였다. 우선 남편의 탄원서를 받아 피해자인 남편과 봄씨의 관계가 잘 봉합이 되었으며 잘 지내고 있다는 사실에 집중해서 관련 자료를 제출했다. 다행히 봄씨는 관련 전과가 전혀 없었고 이번과 같은 '특수 폭행' 사건도 처음 일어난 일이었다. 



비록 증거가 명확하여 범행을 부인하기조차 어려웠지만 그 대신에, 오히려 철저하게 반성하는 모습을 보였다. 



' 가정폭력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이하 '가정폭력 처벌법'이라 합니다.) 제1조는 가정폭력 처벌법의 목적에 관하여 " 이 법은 가정폭력 범죄의 형사처벌 절차에 관한 특례를 정하고 가정폭력 범죄를 범한 사람에 대하여 환경의 조정과 성행의 교정을 위한 보호 처분을 함으로써 가정폭력 범죄로 파괴된 가정의 평화와 안정을 회복하고 건강한 가정을 가꾸며 피해자와 가족 구성원의 인권을 보호함을 목적으로 한다. "라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즉, 가정보호사건에서의 보호 처분의 경우, 가해자에 대한 처벌을 주목적으로 하는 형사처벌과 달리 피해자를 어떻게 보호하고 나아가 가정을 어떻게 보호할 것인지가 가장 중요하게 고려된다고 할 것입니다. 따라서 행위자에게 엄벌만을 하는 것은 근본적인 가정폭력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되지 않고, 가정폭력 처벌법의 취지에도 부합하지 않는다고 판단됩니다. '



다행히 여러 가지 자료를 제출한 끝에 법률사무소 봄의 변호사들조차 예정하지 못했지만 이 건에 대하여 '불처분 결정'을 받을 수 있었다. 구성요건이 모두 인정이 되는데도 불처분결정을 받는다는 것은 형사재판이 아닌 가정보호사건이라 가능한 일이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봄씨가 기쁜 마음으로 연락을 주셔서 기분이 좋았던 사건이다. 또한 변호사로서는 이렇게 생각지 못하게 무죄 결정을 받는 것이 가장 행복한 경우이기도 하다. 



법률사무소 봄에서 실제로 진행된 상해 가정보호사건 불처분결정문








매거진의 이전글 이혼 소송이 길어지는 이유는 뭐가 있을까?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