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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현주 변호사 Sep 12. 2024

아빠가 양육권을  가져올 수 있을까?

법률사무소 봄 정현주 변호사


이혼 소송을 상담하다 보면 생각보다 많은 아빠들이 양육권, 친권을 가져오고 싶어 한다. 하지만 자녀들의 나이가 어릴수록 또 엄마가 진지하게 양육권을 주장할수록 아빠가 양육권, 친권을 가져올 가능성은 희박해진다. 이런 이유로 나는 아빠들에게 양육권 다툼은 어차피 시간만 끄는 것이니 차라리 재산 분할 등 다른 사안에 집중하는 것이 좋겠다는 말을 하기도 한다.


그런데 이혼을 하면서 아빠가 아이를 키우기로 합의가 되었는데 갑자기 엄마가 양육권을 가져가겠다는 소송을 걸어온 경우는 어떠할까? 이런 경우에도 무조건 엄마가 유리한 것일까?


법률사무소 봄을 찾아주신 의뢰인 봄씨는 아내와 몇 년 전 이혼을 하면서 두 아이의 양육권을 가져왔다. 아내는 당시 양육에도 크게 관심이 없었고 아이들을 키울만한 여력이 되지 않았던 것이다. 경제적인 측면에서도 그렇고 아이들을 잘 키워주실 부모님이 계셨던 봄씨는 아내에 비해 환경이 좋았다. 또한 봄씨로서는 재혼 생각도 없었기에, 아이들을 봄씨가 키우기로 결정한 것은 여러모로 보아 잘 된 결정이 아닐 수 없었다.


그런데 몇 년 후 봄씨에게 소장이 날아왔다. 헤어지고 연락이 끊어지다시피한 아내에게서 '친권자, 양육자 변경'을 해달라는 내용이었다. 무슨 바람이 불었는지 아내는 변호사까지 선임하여 갑자기 아이들을 자기가 키우겠다고 주장한 것이다. 봄씨는 이 일로 극심한 정신적 고통을 겪었다.


' 변호사님, 엄마가 양육권을 주장하면 위험하다고 그러던데 정말 그런가요? 이거 싸워도 가망이 없는 건가요? '


봄씨는 힘들지만 현재의 삶에 만족하고 있었다. 퇴근을 하여 아이들과 함께 저녁시간을 보내는 것이 유일한 낙이기도 했다. 육아는 해보지 못한 사람은 정말 알 수 없을 정도로 어려운 일이다. 봄씨도 때때로 그냥 엄마에게 양육권을 줘버릴까?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하지만 역시 아이들의 양육환경을 생각하면 아빠인 봄씨가 키우는 것이 여러모로 낫다는 생각이 들었다.


불안해하는 봄씨에게 나는 우선 엄마의 양육환경을 물어보았다. 아이들이 어려 보조 양육자가 절실하게 필요한 상황이었지만 들어보니 엄마는 아이들을 제대로 맡길만한 곳이 없었다. 그렇다면 해볼 만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 같은 환경에서는 물론 엄마가 양육권 다툼을 하면 유리하지만, 봄씨처럼 이미 양육환경이 잘 조성되어 있는 경우에는 양육권 다툼에서 저희가 불리할 것이 없습니다. 법원에서는 이미 조성된 양육환경을 그대로 이어가려고 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엄마가 양육권을 다투는 한, 어쩔 수 없이 가사조사를 받으시게 될 거예요. '


' 가사조사가 무엇인가요? '


가사조사란 법원에 있는 가사조사관으로 하여금 원·피고의 양육환경을 조사하는 과정을 말한다. 법원은 다툼이 있을 때 한 쪽 말을 무조건 들어줄 수가 없다. 따라서 양육권 분쟁이 생기는 경우 가사조사관으로 하여금 어느 쪽이 양육을 하는 것이 유리한지를 살펴보게 하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아이들에게 엄마와 살고 싶은지, 아빠와 살고 싶은지를 물어볼 수도 있는데, 나이가 어릴수록 마음이 왔다 갔다 하기 때문에 이 부분까지 고려가 된다.


봄씨는 긴 가사조사를 거치는 동안(가사조사는 최소 4~5개월이 걸리는 것이 기본이다), 늘 불안한 마음이 있었다. 가사조사를 거치는 동안 오래간만에 엄마와 면접교섭도 시작되었다. 양육권을 가져오고 싶어 했던 엄마는 만날 때마다 아이들에게 무척 잘해줬고 아이들은 헤어질 때마다 엄마와 함께 살고 싶다며 울기도 했다. 그런 상황을 보는 봄씨는 속이 상할 때도 더러 있었다. 잘 키운다고 생각했는데 역시 아이들에게 엄마의 빈자리를 느낄 수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또 매일 육아를 하는 경우 가끔 만나는 엄마처럼 항상 잘해주는 것은 당연히 불가능하다. 아이들이 그 마음을 알까.


그래도 봄씨는 끝까지 포기하지 않았다. 아이들에 대한 양육권 · 친권을 다투면서 너무 적었던 양육비 증액에 대한 반소 청구도 함께 했다. 긴 시간이 지나고 다행히 법원은 아이들의 양육환경을 바꾸지 않는 것으로 결론이 났다. 상대방의 청구는 완전히 기각되었고, 양육비도 증액이 되는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었다.


법률사무소 봄은 다양한 소송을 의뢰인과 함께 한다. 그 과정에서 여러 차례 기쁨과 슬픔이 오고 가는 과정을 가장 가까이에서 보기도 한다. 무엇보다 열심히 서면을 제출하고 의뢰인과 지속적으로 소통하여 결과적으로 상대방의 청구를 방어하고 승소 판결을 받는 것이 가장 좋은 일이 아닐 수 없다.







법률사무소 봄에서 실제로 진행된 양육자 친권자 변경 방어 승소 판결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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