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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현주 변호사 Nov 09. 2024

잠시 쉬고 여행을 다녀오기로 했다.

그들은 소유를 원하고 그것이 떠남의 이유라는 것을 알지 못한다.


꽤 오랫동안 쉬지 않고 달려온 것 같다. 좋아하는 책을 집중해서 읽을 여유도, 또 마음을 돌아볼 시간도 없이 번잡한 시간들이 흘러갔다. 여행도 반 년 넘게 가지 못하다니 나로서는 재앙과도 같은 일이다.


그동안 많은 사람들을 만났지만 대부분은 일과 관련된 것으로, 나의 존재를 드러내지 않고 상대방의 문제를 듣고 해결해 주는 관계였다. 집에 돌아오는 시간은 이미 너무 늦고 또 다른 것을 하기에는 나에게 남은 에너지를 끝까지 소진한 상태라 불가능에 가깝다. 마음을 채우고 내면을 들여다보기에는 꽤나 어려웠던 것이다.


예전보다는 잠을 잘 잤지만 여전히 예민한 나는 나에게 분명히 필요한 시간들과 또 채워야 하는 것들을 뒤로 미루고 있었다.


그래도 나는 이 시간 속에서, 필요한 만남을 가지기는 했다. 마음을 채워야 했지만 여전히 번잡한 여러 가지 일들을 처리해야 했기 때문이다. 그녀는 내가 나를 잃어버리지 않도록 거울과 같이 나를 비춰주었다.


휴일에 우리는 같이 영화를 보고, 산책을 하고, 많은 말들을 나누었다. 우리는 종종 심연(深淵) 속에 머물렀다. 나는 망설이지 않고 심연으로 건너가 하염없이 잠에 빠져들었다. 어쩌면 그 정도로 나는 정신없이 피곤했던 것이다. 그녀는 나에게 일종의 가교(架橋)와 같은 역할을 했다. 이를테면 현실의 세계에서 번잡해지고 지쳐있던 나를 데리고, 우리가 원래 있어야 할 심연(深淵)의 세계로 데려갔던 것이다. 하지만 다른 많은 이들과 마찬가지로 그녀는 소유를 원하고 나는 여전히 떠나야 했다. 사람들은 결국 나를 변화시키려는 노력을 하고 그것이 나를 떠나게 하는 이유임을 잘 알지 못한다.


지난날들의 나의 과오(過誤)는 그야말로 나의 정신 속에서 ㅡ 완전한 과거가 되었다. 나는 그들이 나에게 바라는 것이 무엇인지, 또는 여전히 기대하는 것이 무엇인지 명확하게 알 수 있었다. 하지만 나는 변해버렸다.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나는 늘 변하고 있었으므로. 나는 마음의 감응(感應)을 더 이상 원하지 않는다.


아쉬운 때이긴 하지만, 새로운 변호사님도 오신 참에 오래간만에 나는 여행을 다녀오며 잠시 쉬기로 결정했다. 브런치 북을 발간하고, 글을 쓰기 위해 내 마음을 오롯이 놓는다. 그림자로 존재하는 이곳의 나는 어째서 시간이 갈수록 더 명료해지며, 실존적으로 변해가는지 의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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