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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현주 변호사 7시간전

나에게 오라, 가장 낮은 곳에서 너를 기다릴지니

누구나 사랑을 원해.


너는 지난 날, 여행길에 썼던 한 편의 시를 나에게 보여주었다.


' 사람들은 정말로 이상하지? 왜 좋아하는 사람에게는 그토록 한 없이 이기심을 부리는지 모르겠어. 오히려 감정이 없는 사람에게는 한없는 아량을 보여주면서도, 내가 사랑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에게는 끝없이 자신을 받아주기를 바라는 것 같아. '


나는 너의 말을 듣고 생각했다.


' 아마도 의존하는 마음이 아닐까? '


나는 말했다. ' 좋아하는 마음도 그렇겠지만 상대에게 의존할수록, 나의 나약한 면을 여과없이 보여주게 되는 것 같아. 어쩌면 스스로가 가지고 있는 그 결핍을 누군가에게 이해받고 싶어하는지도 모르겠어. '


' 그래 맞아, 누구나 사랑을 원해. '


그리고 너는 한편의 시를 보여주었다.


나에게 오라,

가장 낮은 곳에서 너를 기다릴지니.


이 황폐한 사막은 내가 지금껏 걸어온 길과도 같다.


나는 지금껏 나를 바꾸지 못하고 오로지 있는 그대로의 나를 이해해주길 너에게 바라였다. 한때는 나는 그것이 사랑이라고 착각했었다. 하지만 그것은 결핍으로 가득찬 내가 험난한 세상을 살아가기 위해 필요한 생존의 공기를 너에게 바라였던 것이다.


이 낮은 곳에서 나는 깊이 침잠하며 나를 되돌아 본다. 나의 오해와 이기심과 착각을 마주본다.


그리고 그 황폐한 사막과 아름다운 바다와 눈부시게 빛나던 달을 떠올려본다.


나에게 오라,

가장 낮은 곳에서 너를 기다릴지니.


또 너는 그렇게 자유롭게 나를 떠나며

가장 눈부시던 세상 속으로 사라져간다.


그리고 그는 결국 이해를 받지 못하고 혼자만의 시간의 벽에 스스로를 가두었어.


고립된 세계의 벽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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