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정적인 의뢰인을 상대할 때
오늘은 송무 변호사라면 누구나 공감할 만한 이야기를 해보려고 한다. 다른 일들도 마찬가지겠지만 송무 변호사로 일을 하는 것은 여러 가지 정신적인 고통들을 수반한다. 그중에서 가장 힘든 일이라면 아무래도 '감정적인 의뢰인을 상대하는 일'일 것이다.
의뢰인의 입장에서는 좋은 일로 변호사를 찾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 오히려 여러 가지 좋지 못한 일로 변호사를 찾게 된다. 일반적으로는 사건에 시달리는 의뢰인들의 마음 상태는 사람에 대한 배신감, 혐오감, 고통, 분노, 슬픔, 우울감과 같은 감정이 많고 그 과정에서 무척 신경질적이거나 날카롭거나 공격적인 태도를 취하는 경우도 많다. 대부분의 경우 불안감에서 기인하겠지만, 모든 과정에서 기대했던 반응이 나오지 않으면 갑자기 변호사에게 화를 내는 경우도 많기 때문에 이런 경우들을 모두 상대해야 하는 변호사는 버겁다.
예를 들면, 소송 중에 상대방이 제출한 서면을 의뢰인에게 보냈는데, 그날 갑자기 변호사에게 전화를 걸어 ' 저 사람들 말이 다 거짓인데, 우리는 왜 지금까지 반박하지 않은 건데요? '라고 화를 내는 식이다(물론 변호사들은 모든 서면으로 계속 반박을 했고 내용을 확인하여 제출해왔다). 또는 변론 기일 통지를 메일로 보내줬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확인을 하지 않은 채 ' 왜 사무실에서 기일 통지를 안 해줬는데요? '라고 화를 내시기도 한다. 어떠한 경우에는 변호사들이 반성하고 되돌아봐야 하는 경우들도 있겠지만 어떤 경우에는 기력을 모두 소진할 정도로, 나는 심지어 우리가 모두 이긴 소송에 대해 상대방이 항소를 하자 ' 왜 2심 변호사 비용을 다시 받으시는 건데요? '라는 불만을 들은 적도 있다.
그래서 변호사들은 우스갯소리로 들고 있는 사건 수만큼이나 '여자친구'가 있다는 농담을 하기도 한다. 사실 나는, 공격에 매우 취약한 사람에 가깝다. 일이 아닌, 어떤 사람들의 일방적인 분노와 공격을 받으면 싸운다기 보다는 모든 의욕을 잃곤 했다. 지금이야 어느 정도 담담해진 것도 사실이지만 초창기에는 송무 변호사를 하면서 상대했던 다양한 의뢰인의 분노(?) 덕분에 밤잠을 못 이루거나 고통을 받았던 때도 있었다. 누구든 연락을 취했을 때, 나에 대한 공격적인 어투나 내용을 상대하여 그 상대를 달래야 하는 상황이 계속되면 매우 진이 빠지기 때문이다. 고용으로 일을 하며 다양한 의뢰인을 경험했던 나는 법률사무소 봄을 개소하면서 모든 사건에 대한 사건의 진행 및 변론 진행 방향, 서면의 내용을 모두 의뢰인에게 확인하고 제출을 진행하고 있는데, 이 모든 과정을 남겨야 추후에 의뢰인이 다른 이야기를 할 때 사실은 그렇지 않았다는 것을 보여줄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좋은 의뢰인분들도 많이 계신다. 초창기 법률사무소 봄은 나에 대한 절대적인 믿음을 가지고 멀리서부터 찾아와주신 분들이 일찍부터 계셨고 당시에는 변호사들이 많지 않아 나와의 직접적인 소통으로 만족도가 무척 높았다. 송무 일을 하면서 지난 몇 년간 나는 의뢰인분들이 내 덕에 문제가 해결이 되었고 마음이 편안해졌다는 말을 해주실 때마다 무척 보람된 기분이 들었다. 지금 역시 다양한 의뢰인들을 만나지만, 유독 마음이 가는 분들이 있다. 진심으로 정말로 잘 되어서 얼른 이 상황을 벗어나기를 바라는 마음이 들기도 한다. 사건이 끝나면 변호사는 의뢰인에게 언제나 제3자, 아예 모르는 객과 같은 존재로 남는 것이 일반적이고 나는 그것을 퍽 좋아하는 성향이지만, 일 년이 넘는 기간 동안 원하는 대로 직접 출석을 해드리고 계속 소통을 하여 전부 승소를 한 결과를 받았음에도 ' 마지막에는 왜 저에게 이익되는 말을 하지 않으셨는데요? 왜 저를 케어해주지 못한 기분이 들죠? '라는 말을 듣거나 하면, 마음이 좋지 않아 오늘은 어떻게든 나의 닳은 에너지를 끌어올려야겠다는 마음이 든다.
최근의 나는 3년 전과 비교를 하면 많은 방송 섭외 요청 등으로 훨씬 더 바빠지고 유명해졌다. 그러다 보니 전국에서 사건을 의뢰해 주시는 분들이 계시고 함께 일을 하는 변호사님들이 많아지면서 그전보다 더 다양한 의뢰인들을 만나게 된다. 3년 동안 법률사무소 봄을 다녀간 봄의 의뢰인은 상담을 제외하고 맡기신 사건만 천 건이 넘어간다. 당연히 사랑이 많아진 만큼 공격도 많아지고 이 모든 감정들을 내가 모두 담을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다. 또한 내 마음이 닳을수록 좀 더 마음을 내서 다른 사람들에게 더 에너지를 나눌 수 없다는 것을 잘 알기에, 적절한 마음의 거리를 둬야 한다는 것도.
하지만 사람의 일을 해결한다는 것은, 나의 의지와 별개로 참 쉽지 않고 힘든 일이다. 아무리 시간이 지나도, 지치지 않고 늘 같은 마음을 낸다는 것은 얼마나 어려운가. 마음의 수련은 늘 필요한 일이라 느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