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률사무소 봄 정현주 변호사
변호사로 일을 하면서 가장 기쁜 순간은 의뢰인이 행복해할 때인 것 같다. 사건이 해결돼서 정말 감사하다는 말을 들으면 나 또한 행복한 마음이 든다. 상대의 마음이 전해져서일까, 나는 타인의 마음을 과거에서보다 더 잘 느끼게 되었다.
나는 서울가정법원과 의정부지방법원의 국선보조인 및 사선 보조인으로 소년사건을 자주 맡고 있다. 안양에 있는 분류심사원은 한 달에 한 번꼴로 가고 가끔 소년원 접견을 하기도 한다. 한 달 전쯤, 내가 쓴 글을 읽고 아이의 부모님이 멀리 법률사무소 봄까지 찾아주셨다.
' 아이가 고등학교를 들어가면서부터 방황을 했는데, 이번에는 사고를 많이 쳐서요.... '
이야기를 들어보니 아이가 고등학교를 올라가면서부터 나쁜 아이들과 어울리게 되었는데, 그 이후 같이 편의점에서 물건을 훔치고, 학교에서 시비에 휩싸이는 등 문제 행동을 많이 일으켰다고 한다. 저번에는 그런 이유로 1호, 4호 처분을 받았는데 재판을 받기 하루 전날에 시비가 된 것이 문제가 되어서 갑자기 분류심사원에 들어가게 되었다는 것이다.
아이가 갑자기 분류심사원으로 들어가자, 어머니는 큰 충격을 받았다. 면회를 하려고 보니 일주일에 두 번밖에 면회도 안 되고 15분의 시간만 허락되어 아이를 보자마자 하릴없이 눈물이 흘렀다. 주변의 이야기들은 무시무시했다. 이미 4호 처분을 받고 있는데도 정신을 못 차리고 계속 사고를 친 것이 문제가 될 것이다. 이번에는 시설(6호)에 들어가게 될 것이다. 어쩌면 소년원을 가게 될지도 모른다. 이런 이야기들을 듣자, 도저히 안되겠다는 생각이 들어 변호사를 선임해야겠다는 마음이 들었다고 한다. 그리고 나의 글들을 읽고 일단은 나를 만나보고 싶다는 마음에 남양주까지 찾아주셨다.
' 아이는 물론 다른 친구들과 어울리다가 이런 일이 발생했다고 하겠지만, 그렇게 생각해서는 안 돼요. '
사정을 듣고 나는 우선 부모님에게 그렇게 말했다. 자신이 한 일을 남의 탓으로 치부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런데, 그렇게 되면 발전이 없다. 결국 어떠한 행동에 대한 결과는 스스로 책임을 져야 하는 것이다. 나이가 어린 소년들도 나쁜 친구들은 스스로 관계를 단절시킬 수 있고, 당장 그것이 어려우면 주위에 도움을 요청할 수 있다. 나는 우선 아이가 스스로 잘못을 인정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아이도 남 탓을 하지 않고 그것을 깨달아야 앞으로 나아갈 수 있어요.라고 덧붙였다.
소년사건에서 사선변호인을 쓰는 이유는 무척 명확하다. 대부분 시설이나 소년원을 가지 않도록 하기 위해 변호사를 찾아오는 것이다. 또한 사선변호인을 쓰는 경우 실제로 시설이나 소년원을 보내지 않을 수 있는 확률도 상당히 올라가긴 한다. 우리의 입장에서는 어떤 경우에 시설이나 소년원에 가는지를 알고 있기에, 그 부분에 대해 판사님께 제대로 어필하여 아무리 상황이 안 좋더라도 가급적 5호 보호관찰 처분이 나올 수 있도록 도움을 주고 있다. 하지만 겉으로만 해서는 안 된다.
우선은 아이를 면담하여, 무엇이 잘못되었는지를 인지하게 하고 이 과정을 통해 정말로 변화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변호사로서, 보조인으로서의 가장 큰 역할이다.
어느 추운 날, 나는 최 변호사님과 함께 분류심사원에 있는 아이를 찾아갔다. 한 시간에 걸쳐 사건의 경위를 듣고, 왜 그렇게 행동했는지를 물었다. ' 모르겠어요. 제가 왜 그랬는지. ' 아이는 그렇게 말했다.
' 하지만 지금 여기에 있는 게 많이 힘들지? '
분류심사원에 처음 들어간 아이들은 무척 힘들어한다. 선생님들은 싸늘하고 냉담하며, 낯선 아이들과 갑자기 같은 방을 써야 하니 답답하다. 들어가자마자 계속 글을 쓰게 하는데 그것도 힘들다고 한다. 무엇보다 여기에 있다가 재판을 받아 또 시설이나 소년원을 가지 않을까, 계속 세상과 단절되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 크다. 같은 방을 쓰는 아이들은 하루 종일 ' 너 몇 호 처분을 받을 것 같아. '라는 말을 하기도 한다. 답답한 곳에서 내가 무슨 처분을 받을지가 초유의 관심사가 되니 너무 괴롭다.
' 일단, 나는 **가 시설이나 소년원으로 가지 않고 집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최대한 도울 거야. 그 과정을 위해서는 **가 ***한 내용으로 반성문을 써야 해. 그리고 정신과 상담도 잘 받아야 하고, 판사님께 이곳에 있으면서 정말로 많이 반성했고 깨우쳤다. 앞으로는 그렇게 하지 않겠다. 구체적으로 어떻게 살겠다.라는 점을 자세하게 적어야 해. 그런데 가장 중요한 것이 있어. 그걸 거짓으로 적으면 안 돼. 나는 네가 정말로 느끼는 대로 적어주길 바래. 분류심사원에 있으면서 내가 여기까지 왜 오게 되었는지, 앞으로 어떻게 살고 싶은지 깊이있게 생각해야 해. 실제로는 그렇지 않은데 바깥으로 나갈 마음에 거짓으로만 앞으로 어떻게 하겠다는 내용으로 글을 쓰면, 내가 너를 여기까지 본 의미가 없거든. 그렇게 해줄 수 있겠어? '
아이는 알겠다고 했다. 그 이후 아이의 잘못된 일들은 몇 건 더 밝혀져 사건은 계속 병합되었지만, 아이는 착실하게 분류심사원에서 생활을 잘 하였다. 부모님은, 아이가 너무 많은 건들을 순식간에 저질렀기 때문에 시설이나 소년원처분이 나오는 것은 아닌지 무척 걱정하고 계셨다. 시간이 가면서 **가 변화하는 것은 정말 다행이란 생각을 했다. 바쁜 와중에서 소년사건을 하는 이유는 바로 이런 점에 있다. 소년들은 변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들은 자기가 제대로 믿고 따를 수 있는 사람이 한 명만 있더라도, 또 제대로 방향만 잘 제시해줘도 충분히 변할 수 있다. 그런 취지로 소년재판이 있는 것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