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킷 14 댓글 2 공유 작가의 글을 SNS에 공유해보세요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나는 다시 그리운 이 섬에 왔다.

정현주 변호사

by 정현주 변호사 Mar 03. 2025
아래로


가끔 오는 이 섬은, 해외로 나가기 여의치 않을 때 마음을 찾으러 가끔 오는 곳으로 바다와 산으로 둘러싸여 있는 곳이다. 나는 등산을 그렇게 많이 다니지는 않지만 이 아름다운 곳은 적당한 등산로와 산책로가 있다. 낡은 다리를 건너 계단을 오르면 마치 숲으로 들어가는 것 같은 숲의 향기가 펼쳐진다. 푸릇한 나무는 하늘을 온통 뒤덮고 고요한 바다 가까이에는 크고 작은 자갈들이 깔려 있다. 저 멀리서 파도가 산산이 부서지는 소리가 들린다. 그 뭉클한 정경은 나의 낡고 서걱거리는 마음속으로 들어온다.


지난밤, 나는 겨우 이 섬으로 가는 마지막 배에 올랐다. 너무 늦게 완도에서 선착장으로 출발했기 때문이다. 오는 길은 너무 어둡고 낯설어서 깜짝 놀랐다. 하지만 섬으로 들어가는 마지막 배를 놓칠까 봐 최선을 다해 운전을 해야 했다.


주위는 이미 어둠이 짙게 깔려 있었다. 바다 바로 옆은,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을 정도의 안개가 베니스의 그것처럼 스산하게 깔려 공포감을 일으켰다. 나는 무서웠다. 오래간만에 느끼는 두려움이었다. 하지만 다행히 그 깊은 밤의 바다를 가로지르는 배에 올라 뒤로 가는 배의 뒤편에서 며칠 전 입었던 내 마음의 상처를 되돌아보았다.


짧았지만 고향과도 같은 안식에 이른 순간들, 오래전 단짝을 만난 듯한 그리운 날들, 나는 위안을 얻었고 한편 그곳에 머물고자 했다. 나는 분명 그전의 나와 달랐다. 하지만 깊은 잠에 빠져들었을 때, 나는 한곳을 향해 날아오르는 인연의 실타래처럼 기억을 되감으며 날아올라야 했다.


그리고 그 섬의 기억들을 더듬어 다시 이곳에 왔다.


undefined
undefined
브런치 글 이미지 3
undefined
undefined
undefined
브런치 글 이미지 7



매거진의 이전글 생방송 전날, 섬에 갇히다.

브런치 로그인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