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아름다운 기회를 미처 가져보기 전에
나는 인간관계가 그다지 넓지 않은 내향형 인간에 가깝지만, 그래도 가장 가까운 사람들이나 내가 믿는 친구들에 대한 애정은 늘 깊고 크다. 우리는 꽤 오랜 시간들을 함께 보냈고 함께 성장해 왔다. 그것이 가시적으로 드러나느냐, 아니냐의 차이인 것이다. 특히 나는 작년 말을 거쳐 굉장히 많은 변화를 하고 있는 중이다.
지난주, 선생님은 나에게 이런 말을 하셨다.
'최근 몇 달간, 급변하는 모습을 보고 있는 거 같아.'
그리고 이런 말도 하셨다. ' 어떻게 한순간에 변할 수 있지? '
하지만 나의 기억들은 이런 것이다. 최근 내가 빠져 있는 것은 글로, 늘 그렇지만 잘 모르는 사람들을 만나는 것보다 글을 읽는 것이 더 좋다는 생각을 한다. 쉬는 날에 인도네시아를 잠시 다녀오려고 비행기와 기차표를 알아보다가, 생각보다 많이 알아보고 꽤 준비를 해야 한다는 것을 알게 되고서는 잠시 보류를 했다. 하지만 어떻게든 마음을 비워야 했으므로 인생에서 가끔 생각날 때마다 한 번씩 다녀오는 섬을 다녀오기로 했다. 아주 짧은 일정이다.
지난 주말, 나는 오래간만에 백팩에 노트북과 책을 넣은 다음 카페에 가서 글을 썼다. 집에서는 새벽이 아니라면 도저히 글을 쓰기 어렵기 때문이다. 그날은 무척 추운 날이었다. 멀리서 불어오는 바람은 내 얼굴을 세차게 때리고 누구도 걷는 사람이 없었지만 나는 오래도록 걸었다. 따뜻한 아메리카노를 시키고 문가에 앉아 노트북을 열었다. 굉장히 오래간만에 길게 쓴 20대 여행기와 연재하고 있는 소설을 쓰고 있었는데 얼마나 몰입을 했던지 시간이 가는 줄을 전혀 몰랐다.
내 바로 옆자리에는 사이가 좋아 보이는 커플이 데이트 장소를 물색하고 있었다. 그 둘은 무척 닮아 있었고 서로를 바라보는 느낌이 애틋했다. 그 좋은 느낌은 향수와 같이 은은하게 내 자리에까지 전해졌다. 나는 살풋 웃으며 지나가는 눈길로 그들을 보았다. 살면서 누군가에게 진심으로 마음을 낸다는 것은 정말 어려운 일이다. 그런데 그 사람이 날 좋아한다니, 그렇게 사랑의 화살표가 맞는 경우가 얼마나 드물 것인가. 그것이야말로 우주적인 이벤트가 아닐 수 없다.
하지만 우리는 그 아름다운 기회를 미처 가져보기도 전에, 다른 미미한 것들에 감정을 잃어버린 채 살기도 하는 것이다. 한때는 올곧다고 믿은 자존심에, 상처를 받기 두려운 마음에 높은 방어벽을 쌓고 이방인처럼 삶을 살았다. 꽤 오랫동안 나의 마음을 모르는채로.
물론 지금 역시 일정 부분 이방인에 가깝겠지만 지금은 좀 더 많은 것들을 받아들이고 있다. 나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언제나 현재, 그리고 앞으로 살아가야할 삶의 방향이다.
그리고 실체로서 사는 것, 진짜의 삶을 사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