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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호사지만 형사조정위원으로 사건을 다룰 때

정현주 변호사

by 정현주 변호사


오늘은 오래간만에 남양주 검찰청에서 '형사조정'이 있었던 날이다. 나는 남양주지원에서 민사조정위원 및 가사조정위원을, 남양주검찰청에서 형사조정위원을 맡고 있는데, 조정위원으로 참석을 하는 날이면 지나치게 한 쪽 편만 들어야 하는 변호사의 시선에서 벗어날 수 있으니 그 자체로 많은 도움이 된다. 검찰에서 조사 입회를 하는 일이 흔하게 일어나는 것은 아니므로, 남양주검찰청에 간 것도 꽤 오래간만의 일이었다.



'형사조정'이란 말 그대로 범죄의 혐의는 인정이 되지만, 피해자와의 합의로 사건이 종결될 수 있는 '반의사불벌죄', '친고죄'인 경우나 또는 기소유예가 가능할 정도로 경미한 사건의 경우 검사가 결정을 내리기 전 피의자 및 피해자의 의사를 확인하는 절차를 의미한다. 조정을 좋아하는 법원과 같이 검찰청에서도 피해자와 피의자가 합의가 되면 사건이 원만하게 종결이 되는 것이므로 검찰로서는 전혀 나쁠 것이 없다. 결국 판사의 결정과 같이 검사의 처분(기소든 불기소든)이란 어떤 근거를 가지더라도 어느 한 쪽은 불복할 만한 마음을 가질 수밖에 없게 되기 마련인데, 조정은 그 과정을 원활하게 해결하는 과정이 되기 때문이다.



조정위원을 한다는 것은 변호사로서 당사자의 대리인으로 법원이나 검찰에 출석하는 것이 아니라 판사와 같이 사건을 중립적인 입장에서 상황을 해결해야 하는 것이다. 언제나 한 쪽 당사자의 말만 듣고 일방적으로 사건 및 조정을 진행시키는 역할만 하다가 조정을 하면서 조정위원 및 조정 판사님의 마음을 이해해 볼 수 있고 다양한 시야를 가져볼 수 있으니 무척 좋다. 이런 경험들은 당연히 당사자의 대리인으로서 조정으로 상황을 유도해야 할 때 조정위원을 설득할 수 있는 여지가 많다는 뜻도 된다.



법률사무소 봄 정현주 대표 변호사



조정위원은 법조인만 할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법원이나 검찰에서는 조정위원 중에서도 변호사 자격이 있는 자가 조정을 하기를 바라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조정위원을 여러 명 불러야 하는 경우, 무조건 법조인의 자격이 있는 조정위원을 한 명 정도는 포함하여 부르고 조정의 중재도 맡기는 경우가 많다. 아무래도 법률적인 쟁점에 대하여 풍부한 지식이 있는 조정위원이 있는 상태에서 조정을 이끌어내는 것이 합리적이기 때문이다.



그렇지 않다면 한쪽 당사자에게 무조건 양보를 하라는 식으로 이야기가 오고 갈 수 있고, 조정위원임에도 조정이 실패되어 소송으로 진행시 판결 결과에 대한 예상을 하지 못해 한쪽 당사자에게 비합리적으로 조정을 권유하게 될 수도 있다.



오늘 형사조정위원으로서 조정을 맡았던 사건은 경미한 폭행 사건이었다. 피의자는 전과가 없는 사람으로, 술집에서 사소한 시비가 붙어 욱하는 마음에 피해자의 멱살을 잡았는데 피해자가 이를 고소하게 되어 검찰까지 넘어오게 된 것이다. 일반적으로 이런 단순 폭행은 경찰단계에서부터 '합의'에 관한 이야기를 많이 꺼내게 된다. 반의사불벌죄의 경우 대부분의 피의자는 빠르게 합의를 하여 공소기각을 원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이처럼 합의가 쉬울 수 있는 친고죄, 반의사불벌죄 사건의 경우는 경찰 단계에서부터 합의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는 것이 대부분이지만 일반적으로 서로가 생각하는 '합의금'의 액수가 맞지 않아 검찰 단계까지 오게 된다.



' 변호사님, 상대방이 다친 것도 아니고 멱살 한 번 잡은 것이 단데 제가 도대체 얼마까지 양보해야 하나요? '



피의자 입장에서는 자기도 나름 이유가 있어 멱살을 잡았고 상대방이 다치지도 않았는데 합의금으로 너무 많은 금액을 부른 것이 억울한 모양이었다. 피해자 입장에서는 어떨까? 일반적인 피해자 입장에서는 사실 급하게 합의를 해 줄 필요가 없다고 생각한다. 어쨌든 자신은 피해를 당한 사람이고, 고소를 위하여 경찰서에 오고 간 것도 손해를 본 거라고 느끼기 때문이다.



조정위원은 변호사가 아니기 때문에 합의에 적극적이긴 사실 어렵다. 자칫 잘못하면 합의를 강요한다는 진정을 당하기도 하고, 어느 한 쪽의 편만 든다는 인상을 줄 수도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최종적인 금액을 제시하거나 제시받은 이후 만약 이에 대한 생각이 필요하다는 판단이 들면 바로 거절을 할 것이 아니라 일주일 정도라도 시간을 달라고 말하는 것이 좋다.



나는 개업 변호사가 되고 난 이후 꽤 많은 경험을 했다. 처음에는 하남 경찰서, 남양주북부경찰서에서 민원인들을 상대로 한 법률상담을 하며 많은 수사관님들과 친해졌고 덕분에 경찰서장 감사장 및 경찰청장 감사장까지 수상하게 되었다. 이후 청문감사실 징계위원, 선도 심의위원회 위원으로 활동하면서 경찰서 내부의 사정 및 여러 수사관님들의 성향 및 조사 입회 시에 유, 불리점에 대해서도 자연스럽게 알게 되었다. 이후 고소대리 및 피의자 방어 사건을 맡을 때 이런 경험들은 큰 자산이 되었다.



남양주 법원과 검찰청에서는 개원 초기부터 국선변호인, 형사, 민사, 가사 조정위원을 하고 있는데 이러한 다양한 경험은 사건을 진행하는 데 있어서 도움이 된다.



변호사를 찾기 어려운 사건들 중에는 정말로 변호사의 도움이 필요한 경우도 많고, 또 상상하기 어려운 일들이 우리 주위에 도처에 일어난다는 것을 알게 된다. 조정을 하면서 양쪽의 이야기를 다 들으며 조율을 하는 과정은 실제로 조정을 할 때 상대방의 설득을 위한 도움이 되기도 한다. 국선 사건을 통해 형사 사건을 이해하게 되고 조정 사건을 통해 사람의 마음을 보게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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