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연한 어느 봄날에.

우연히 들어간 카페에서.

by 정현주 변호사



어느 날 주위를 둘러보니 아름다운 갈색 나무 위에 벚꽃들이 만개한다. 저녁에는 아직 선선한 바람이 남아 있으나 모든 것이 따뜻한 이곳은 완연한 봄날의 한복판이다.



추위를 싫어하는 나는, 여름이 오기 전 아름다운 간극인 이 봄의 세계에 잠시 머물고 있다. 아무도 없는 새벽, 이미 이어진 통로 길을 따라 길을 나서는 나는 멀리서 들려오는 애잔한 새의 울음소리를 듣는다. 그들이 봄의 내음을 맡고 추운 겨울을 지나 다시 돌아온 것이다. 이름 모를 커다란 나무들은 20년은 족히 산 듯 단단해 보였다. 길게 뻗은 날씬한 가지들은 그물망처럼 하늘을 가리고 그 틈과 틈 사이로 눈부시게 비치는 햇살로 인해 나는 눈을 감았다.



이렇게 눈을 감고 얼마나 더 걸을 수 있을까? 어느 순간 해가 꽤 높이 올라가 있음을 알았다. 나는 어제저녁 친구를 만나고 함께 걷기 위해 역 앞에 버려둔 자전거를 찾으러 열심히 걷고 있는 중이었다. 그래서 나는 머리를 묶지도 않고 집에서 편하게 입는 얇은 원피스와 양말을 신은 채로 집을 나섰다. 하지만 이렇게 따뜻한 봄이 왔을지는 몰랐기에 얇은 재킷이 아닌 패딩을 걸쳐 입었다.



구름에 달 가듯이 사뿐하게 길을 걷는 나는 꽤 여러 번의 신호등을 지난다. 여기저기서 바쁘게 움직이는 사람들의 살아있는 목소리, 열심히 핸드폰을 보고 주위를 보지 않는 사람들의 무심한 몸짓들이 나를 스쳐 지나간다. 나 역시 그들에게는 그저 객일 터였다. 이 모든 장면들은 살아있지만 동시에 아무에게도 기억되지 않을 평범한 오전의 풍경들이다.



목적지까지 약 삼분의 이 정도 왔을 무렵, 나는 우연히 'cafe mamas '라고 적힌 곳을 발견한다. 낡고 다소 오래된듯한 외관 바로 앞에 서 있는 메뉴판을 둘러보았는데 '모닝세트'가 눈에 들어온다. 모닝세트에는 내가 좋아하는 단호박 수프가 커피와 포함되어 있다. 나는 반사적으로 파란색의 육중한 문을 밀고 카페로 들어간다. 카운터에서, 나는 이곳에서 먹을 것이라고 말하며 단호박 수프가 포함된 모닝세트'를 주문한다. 평일 오전에 카페는 나에게 매우 오래간만으로 앤티크 한 창문 밖으로 빛이 스며들고 있다.



테이블에는 몇몇의 사람들이 앉아 나와 같이 모닝세트를 먹고 있는 듯 보인다. 나는 창문이 내다보이는 4인석 테이블에 조용히 앉았다. 곧 진동벨이 울리고 나는 커피와 얇게 썰린 치아바타 빵과 노란 단호박 스프가 담긴 쟁반을 테이블에 놓았다. 자전거를 찾으러 가는 나는 목적을 잠시 잃고 누구도 나를 알 수 없는 이 낯설고 아름다운 공간에 혼자 앉아 커피와 수프를 먹는 것이 즐겁다.



왜일까, 이토록 생경한 감정은. 나는 낯선 곳으로 와 낯선 곳을 여행하고 친숙한 너와 대화를 나눈 마지막 끄트머리에서 어쩔 수 없이 두고 온 나의 자전거를 찾으러 완연한 봄을 가로질러 걷고 있다. 그리고 우연히 보인 카페에 들어가 좋아하는 음식을 먹고있다.



나는 내가 문득 달라져있고 나의 마음이 조금 다른 곳에 있으며 다른 곳으로 향하고 있는 나의 낯섬이 좋게 느껴진다. 몇 년 만에 우연히 맛보게 된 이 단호박 수프처럼.



이번 주말에는 노트북을 가지고 바깥으로 나가 글을 써 봐야지. 이 완연하고 아름다운 봄의 세계에 좋아하는 이들과 함께 진실한 시간을 보내고 싶다는 생각을 한다. 진짜의 삶은 다른 것이 아니다. 나의 충만한 행복감을 좋아하는 이와 함께 나누는 것, 아름다움을 함께 공유하는 것, 너가 원하거나 필요할 때 기꺼이 옆에 있어주는 것. 그런 모든 행동과 의식 속에 나의 마음이 있고 나의 실체가 있으며 진짜의 삶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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