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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혼 조정실의 풍경

가사조정위원이 본 이혼에 대한 고찰

by 정현주 변호사


협의 이혼이 되지 않는다면 반드시 거쳐야 할 재판상 이혼은 크게 1) 이혼 조정과 2) 이혼 소송의 방법이 있다. 이혼전문변호사 및 가사조정위원으로 숱하게 이혼 사건을 진행하고 있는 나는 그중에서도 1) 이혼 조정의 방식을 매우 추천하는 편인데, 가장 큰 이유는 부부가 어떠한 이유로든 이혼을 하기로 마음먹었다면 가급적 다툼 없이 빠르고 신속하게 헤어지는 것이 좋겠다는 나의 신념 때문이기도 하다.


이혼 조정은 소송과 다르기 때문에 통상적으로 계좌조회 등 상대방의 재산에 대하여 사실조회를 하지 않으며, 상대방이 알 수 없는 재산의 전부를 제출해야 하는 재산 명시 신청도 하지 않는다. 사실상 상대방과 원만하게 합의를 하여, 서로가 합리적으로 생각하는 한도에서 재산분할 및 양육비를 정하고 서로 더 이상 이 건에 대하여 다투지 않기로 하는 것이다. 이처럼 어느 정도 합의가 되어 처음부터 이혼 조정으로 이혼을 한다면 조정 기일 또한 대략 2개월 정도에 잡히게 되므로 미성년 자녀가 있다면 3개월의 숙려 기간 없이 가장 빠르게 이혼을 할 수 있는 방법이 되기도 한다.


얼마나 함께 살았든 이미 헤어지기로 마음먹은 상황에서, 누구의 잘못으로 인연이 끝나는 것인지가 그토록 중요한 일일까? 우리의 연이 잘못되었고 이제는 각자의 갈 길을 간다고 생각한다고 하여 지금까지 함께 있었던 시간들을 모두 부정할 필요까지는 없다. 한때는 사랑하는 인연으로 만났던 사이이기에 그 시절 서로에게 그 자체로 존재감을 주었던 것이다. 시간이 흘러 현재는 빠르게 헤어지는 것이 서로에게 좋은 결정이 되었다고 하더라도 그 사실 자체는 부정하기 어렵다.


하지만 실제의 이혼조정실의 분위기나 풍경은, 인연의 마지막을 보여주는 곳이라고 보기에는 지나치게 감정적인 경우가 많다. 어쩌면 둘 중의 누군가가 감정의 정리가 덜 되어서일까? 아니면 무엇인가 억울한 마음이 남아서일까? 나는 숱하게 상대방의 잘못을 드러내지 못해 안달하고 비난하며 감정적인 대치상태로 가거나, ' 차라리 너에게 돈을 더 주느니 변호사 비용을 더 쓰겠다. '라고 소리치며 소송까지 불사하겠다는 태도까지 종종 보게 된다. 결국 현실적인 이유(소송으로 갈 경우의 시간 및 변호사 비용과 정신적인 스트레스 등)에서 가급적 조정으로 마무리할 수 있도록 나 또한 의뢰인을 설득하는 편이지만, 어쩌면 당사자들에게는 조용히 이 인연의 끝을 받아들이는 시간과 과정이 좀 더 필요한 것은 아닐까 생각해 본다.


한편 이런 생각을 해본다. 행복해지기 위해 결혼을 결심하듯, 이혼 또한 행복해지기 위해 결심하는 것이다. 현재의 결혼 생활을 유지하는 것이 나에게 불행한 삶이라는 판단이 들기에 이혼을 결정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가장 중요한 것은 현재의 연에 대한 제대로 된 마무리가 아닐까? 억울한 마음이나 실패했다는 감정적인 마음도 물론 존재하겠지만 그보다 중요한 것은 '나의 행복'이므로, 지금까지 함께 있었던 인연의 마무리를 제대로 하는 것이다. 인연의 제대로 된 마무리가 있어야 이혼 이후의 나의 삶에 집중할 수 있다. 회피하지 않고 과거를 제대로 인정해야 앞으로의 삶을 올곧게 받아들일 수 있다.

꽤 많은 사람들이 이혼 이후 후회를 한다고 하지만, 내가 지켜본 바로는 꼭 그렇지만은 않다. 만약 후회를 한다면 마지막까지 최선의 노력을 하지 않았던 것이고, 너무 감정적이었던 것이고 제대로 현상을 받아들이지 못했기 때문인 것이다. 이처럼 과거의 한때를 제대로 매듭짓지 않는다면 앞으로 나아가기 어렵기 때문에 당연히 후회가 따라온다. 따라서 이혼이란 인생의 중대한 결정은 결코 감정적인 마음으로 결정하면 안 되며 충분한 마음의 받아들임이 필요한 것 같다. 이후의 더 나은, 행복한 삶을 위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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