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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도한 사실을 말했더니 명예훼손 고소를 당했다.

명예훼손 고소를 당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을 때

by 정현주 변호사


* 다음은 법률사무소 봄의 실제 의뢰인의 사례를 각색한 것이다.


남편이 외도한 사실을 알게 되면 처음에는 다양한 감정을 경험한다. 무작정 그 여자를 찾아가 따져 묻고 싶기도 하고, 지금 당장 이혼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고, 주위의 모든 사람들에게 이러한 사실을 알려 남편과 그 여자를 사회적으로 완전히 매장시키고 싶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특히 아내가 외도한 경우보다 남편이 외도한 경우 이런 충동을 더욱 많이 느낀다. 아직까지 많은 남자들은 자신의 아내가 외도한 사실을 알게 되더라도 이러한 사실을 공공연하게 말하기보다는 아주 친한 몇 명에게만 말하고 바로 해결을 하려고 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처음 남편이 바람을 피웠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을 때 나는 아무런 생각도 들지 않았다. 모든 사고가 정지가 되어 화면이 멈춘 것처럼 말이다. 남편이 바람을 피운 상대가 내가 친하게 지내던 같은 동호회의 언니라는 사실을 알게 되자 충격은 더 심해졌다.


우리는 같은 자전거동호회에서 만났다. 남편과 나는 아이를 가지기 전부터 자전거 타는 것을 좋아해 한 달에 한 번은 꼭 같이 자전거를 타러 다녔다. 우리끼리만 타는 것도 좋지만 같은 취미를 가진 사람들과 함께 자전거를 타 보는 것이 어떻겠냐? 남편의 제안에 나도 재미가 있을 것 같아 인터넷 카페를 통해 동호회에 가입하게 되었다.


우리는 우연히 같은 연배인 한 부부와 친해지게 되었다. 아무래도 자전거라는 공통의 관심사가 있었고, 남편들끼리 뭔가 서로 통하는 것이 있어 보였다. 나보다 2살 연상이었던 언니는 자기 관리도 열심히 하는 것 같았고 자전거 외에도 쿠킹클래스, 미술 등 취미 생활이 많았다. 당시 임신과 출산으로 우울했던 나는 언니와 따로 자주 만나며 결혼생활의 어려움을 토로했다. 그러다 보니 남에게는 할 수 없는 소위 '여자들끼리의 대화'도 종종 하게 되었다.


표면적으로는 큰 문제는 없었지만 '여자들끼리의 대화'를 통해 알게 된 사실에 의하면 언니네 부부도 문제가 많았다. 일단 언니의 남편이 집착이 심한 것이 문제였다. 언니는 어딜 나가든 밤 10시까지는 무조건 들어와야 했고, 자신이 아는 친구가 아니라면 주말에 따로 약속을 잡아 나가기도 힘들 만큼 남편이 집착을 했던 것이다.


" 결혼한 지 벌써 십 년이 다 되어 가는데 그만큼 사랑하는 거 아니야?"

나는 내심 언니가 부럽기도 했다. 하지만 언니는 남편이 그러면 그럴수록 더욱 일탈이 간절한 모양이었다. 뭐 아무렴 어때. 모든 부부에게는 모두 각자의 사정이 있는 법이다.


우리는 부부끼리 자주 모여 함께 밥도 먹고 술도 마시고 여행도 갔다. 서로가 서로에게 잘 맞는 느낌이 들었다. 언니네는 아이가 없었지만 언니는 우리가 아이를 데리고 나가도 전혀 싫어하는 내색이 없었다. 그런데 어느 날의 일이다. 다 같이 밥을 먹고 돌아오는 길에 나는 뒤 따라오던 남편이 언니에게 볼 뽀뽀를 하는 모습을 우연히 보게 되었다. 순식간에 지나간 일이었다. 그러나 나는 그 순간 남편이 언니를 쳐다보는 눈빛을 직접 목격했고, 그 눈이 진심이라는 것을 바로 알게 되었다.


그날은 어떻게 집에 들어왔는지도 모르겠다.


" 왜 그래, 화났어?"


나는 내 눈치를 살피는 남편을 단 한 번도 쳐다보지 않았고 집에 들어갈 때까지 한 마디의 말도 꺼내지 않았다. 그리고 밤늦은 시각까지 거실에 앉아 오늘 보았던 장면을 계속 떠올렸다. 여자의 직감이라는 것이 있다. 그리고 그 직감은 특히 좋지 않은 일이 있을 때 더 잘 맞는 법이다. 그 눈빛은 남편이 아주 예전에 나에게 보여주었던 것이었다. 지난 몇 년간 나는 단 한 번도 본 적이 없었던.


하지만 부부란 꼭 열정적일 필요는 없다고, 다소 무뎌지고 당연해져도 함께 삶을 살아나가는 동반자라고 생각했다. 아니다. 어쩌면 더 이상 사랑이 존재하지 않는 이 관계를 붙들기 위해 내 나름대로의 합리화를 해 왔는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나는 꺼낼 것이 있다고 적당히 말을 지어내고 남편의 차에 있었던 블랙박스의 메모리카드를 가져와서 돌려보기 시작했다. 그리고 곧바로 나는 영상을 통해 외도의 정황을 찾았다.


그 이후의 일들은 세세히 밝힐 수는 없다. 나는 남편에게 따져 물었고 언니에게 찾아가 화를 내다가 욕도 했다. 하지만 돌아온 것은 허망할 정도로 뻔뻔했던 그들의 모습이었다. 그들은 제대로 된 인정을 하지도 않았고 나에게 사과를 하지도 않았다.


나는 그날부터 제대로 먹지도 못했고 깊이 잠들지도 못했다. 내가 믿고 있었던 사람들이 나를 기만하고 바람을 피운 것도 모자라 계속 적반하장으로 구는 모습을 지켜보자니 마음이 찢어질 듯했다.


나는 이대로는 안 되겠다는 생각에 그들을 만나게 된 계기가 된 자전거 동호회에 이러한 사실을 알리기로 마음먹었다. 다른 사람들도 사실을 알아야 했다. 물론 그들에게 망신을 주고 싶었고, 또 한편으로는 마음의 위로를 얻고 싶기도 했다. 이미 세상에 내 편이란 단 한 명도 존재하지 않았으니까.


나는 자전거 동호회의 관리자에게 그들의 외도 사실을 알리고 그들이 더 이상 자전거 동호회에 나오지 못하도록 탈퇴해 달라고 요청했다. 물론 동호회의 모든 사람들이 외도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즈음 남편은 매일같이 나와 싸움을 계속하다가 결국 집을 나가버렸다. 처음부터 내가 이혼을 할 마음을 가졌던 것은 아니다. 일단 남편의 제대로 된 사과를 듣고 싶었다. 그러고 나서는... 나도 잘 모르겠다. 그 이후의 일은 그 이후에 생각하고 싶었다. 확실한 것은 처음부터 남편과 헤어지고 싶었던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하지만 돌아오는 것은 남편의 원망이었다. 남편은 일을 왜 이렇게 크게 만들었냐며 모든 문제의 원인이 마치 나라는 듯이 오히려 날 비난했고, 이렇게까지 만든 것은 모두 내 책임이라고 끝까지 자신의 잘못에 대한 인정을 하지 않았다. 남편은 오히려 이혼이 간절해보였다. 그리부터 며칠 뒤, 나는 경찰서에서 걸려 온 전화를 한 통 받게 되었다.



" ***씨 되시죠? 여기는 남양주**경찰서 형사* 팀이고 저는 경위 ***입니다.

2022년 12월 **일 경에 ~~ 에게 ~~~~~라고 말한 사실이 있으시죠? 이와 관련하여 고소장이 접수되었고요. 한 번 서에 나오셔서 조사를 받으셔야 할 것 같습니다. "



보이스피싱이라고 보기에는 내용이 너무 자세했다. 떨리는 마음에 나는 알겠다고 말하고 전화를 끊었다. 명예훼손죄라니 생각지도 못했다.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 몰라 인터넷을 검색했더니, 그제야 나와 유사한 사례가 종종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런데 '진실사실'을 말하더라도 명예훼손죄가 된다고? 아니 어떻게 이런 일이 있을 수 있나,


나는 어떻게 해야 하나.





법률사무소 봄의 정현주 대표 변호사


명예훼손은 허위의 사실을 공연히 알리는 것뿐 아니라, 진실한 사실을 알리는 것도 포함이 된다. 따라서 만약 외도 사실이 진실한 사실이라고 하더라도 이를 공공연하게 제삼자에게 말했고 여기에 명예훼손의 고의가 인정이 된다면 명예훼손죄의 구성요건에 해당하게 된다.


하지만 얼마나 억울한 일인가? 간통죄가 없어진 마당에 사실상 외도를 한 상대방에게 할 수 있는 것은 오로지 상간소송이 전부이고 이와 관련한 증거도 스스로 확보해야 하니 말이다. 만약 마땅한 증거가 없다면 아무리 외도를 한 것이 사실이더라도 위자료는 인정되기 힘들다. 그리고 이와 관련하여 억울하고 힘들다는 이유로 주위의 사람들에게 이런 사실들을 함부로 말하게 되면 이처럼 반대로 명예훼손 고소가 들어올지도 모른다.



물론 경찰수사관들도 변호사들도 이런 상황에서 누가 가해자이고 누가 피해자인지 모르지 않는다. 하지만 형사처벌이라는 것은 그 동기나 경위보다는 오로지 범죄의 구성요건에 해당하는지 여부로 판가름 나게 되고 어느 정도의 혐의가 인정이 되면 처벌은 받게 될 수밖에 없다. 때문에 이런 상황에 이르기 전 감정적인 행동을 하기 전, 반드시 변호사와의 상담을 거치는 것이 안전할 것이다.



외도를 한 남편은 더 이상 당신의 편이 되어주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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