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우리는 너와 나로 만나게 되었을까,

심연 속에서 부유하던 나, 그리고 너.

by 정현주 변호사


내가 혼자가 되었을 때, 나에게 무엇이 가장 필요한 것인지 찬찬히 생각해 보게 되었어. 어쩌면 그 계기로 나는 지난 시간들을 숱하게 떠돌았고 길게 숨을 멈췄으며 영혼이 흩어져 있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지. 나는 영혼이 흩어진 것도 제대로 인지하지 못한 채 그렇게 오랫동안 혼자 있었던 거야.


나는 때때로 이곳을 떠나곤 했어. 그때는 그것 외에 다른 방법을 잘 몰랐으니까 말이야. 명확하게 말하자면, 삶에 집중하지 못하고 부유(浮流) 했다는 표현에 더 가까울 것 같아. 그래, 그때의 기억은 이런 것이었어.

늦은 밤, 나는 이런저런 삶의 무거움에 짓눌려 와인을 한 잔 마시고 있었어. 지독하게 잠이 오지 않는 밤이었지. 모든 것은 어둠에 깔려 눈에 보이지 않았음에도 내 마음에는 병이 있다고 생각되었어. 일을 시작한 지 고작 몇 해가 지나지 않아 나는 무척이나 지쳐버렸어. 목표는 사라졌고 열정은 다 타버린 찌그러기 재가 된 것 마냥 더 이상 불씨가 되어 번지지 못했어. 나는 그때 오로지 혼자 있고 싶다는 열망 말고는 없었어. 무엇과도, 누구와도 연결되고 싶지 않다. 나에게 필요한 것은 오롯이 나 스스로 존재하는 일이다. 나는 그렇게 생각했어.


지근거리에는 늘 어둠과 같은 심연이 있었어. 그것은 그림자와 같이 내 곁에 달라붙어서 나를 외롭고 불안하게 만들었지. 어쩌면 그것으로부터 벗어나기 위한 가장 손쉬운 방법으로 나는 늘 떠나는 것을 선택했었는지도 몰라. 하지만 깊고 깊은 바다를 지나 긴 시간 끝에 깨달은 것은, 삶의 바로 옆에서 나를 지켜보고 있던 심연과도 같은 어둠이 날 계속 기다리고 있었다는 사실이야. 그래. 그 심연은 어디에도 가지 않고 늘 옆에서 나를 지켜보고 있었지. 한때는 그것을 피해 다니기도 했지만 나는 이제 그것이 전혀 두렵지 않았어. 아마도 받아들이기 위한 일종의 시간이 필요했을 뿐이야.


심연이란 또 다른 나였으며, 너를 만나기 위한 과정이기도 했지. 나는 그 심연 속에 들어가 눈을 감았어. 나는 곧 무중력 상태가 되었어. 그것은 무척 기묘한 감각이었어. 나는 우주 끝에 혼자 남겨진 것 같은 고독감을 느꼈지만 더 이상 고통스럽지 않았어.


한때, 내가 떠났을 때. 나는 많은 사람들을 만나고 스쳐갔지만 늘 고독했지. 심장이 뛰는 것 같은 불안감과 고독감은 현재의 상황을 부정하거나 해결짓지 않으면, 또 내 마음대로 마무리되지 않으면 견딜 수 없는 기분이 들게 하는 거야. 나는 나약하고 나약한 사람들을, 닳고 닳은 사람들을 마주 보면서 늘 떠나고만 싶어 했지. 오로지 그것 말고 다른 방법은 떠오르지 않았어.


하지만 나는 더 이상 심연을 피해 다니면서 부유하는 것이 아니라 심연 속으로 걸어 들어가기를 택했던 거야. 심연은 내가 들어오기만을 기다린 것 같기도 했어. 길게 여행을 떠난 방랑자처럼 정처 없이 떠도는 바람과 같은 내가 싫어지기도 했지만 어쩌면 이 모든 일은 당연한 수순처럼 느껴지기도 했어.


심연속에서 눈을 감고 모든 힘을 빼고 온전한 나로 존재하게 되었을 때.


나는 언제든 이곳을 떠나 저곳으로 갈 수 있었고 내가 머무르는 곳을 결정할 수 있게 되었어. 나는 진정한 바람이 되었어. 그리고 그때까지 내가 삶에서 진정으로 원하는 것이 무엇이었는지를 알게 되었지. 마치 밑그림이 그려진 도화지 위에 서서히 색을 입혀가는 것처럼 말이야.


그리고 나는 마침내 를 만났지.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