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률사무소 봄 정현주 변호사
내가 알기로 송무로 돈을 많이 버는 변호사들은 생각보다 많지 않은데, 가장 큰 이유가 바로 '개업'이 아니라면 연봉이 인상되는 것에는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심지어 계속 월급쟁이 변호사(어쏘 변호사)로 살아가기도 어려운 것이, 경력이 2년에서 3년이 되면 송무 변호사로는 그 능력이 최고에 이르지만 경력이 3년에서 4년이 넘어가면서부터는 능력이 비례적으로 성장한다고 말하기도 어렵다. 한 해마다 오르는 연봉을 감당하기에는 고용주인 대표 변호사 입장에서도 큰 메리트가 없다. 오히려 대표 입장에서는 경력이 1년 또는 2년이 된 젊고 열정적인 변호사를 고용하는 것이 비용적으로나 효율적으로 더 낫다는 생각도 든다.
모든 업종에는 일을 잘하는 사람이 따로 있다. 즉 경력이 오래되었다고 해서 그 사람이 일을 잘하거나 결과가 좋다고 말하기는 단언하기 어렵다. 송무 변호사도 마찬가지여서 어쏘 변호사로서 일을 배우는 기간은 제각각이다. 어떤 변호사들은 일을 배우는 기간이 6개월 미만인 경우가 있고 어떤 변호사들은 일 년 정도이며, 일 년이 넘어도 계속적으로 헤매는 변호사들도 있다. 결국 송무 변호사들은 어쏘 변호사 시절을 거치면서 자신들의 클라이언트를 찾아 수임으로 연결 짓지 않는 한, 갓 변호사시험에 합격하여 지식으로나 열정으로나 체력적으로 월등한 젊은 변호사들과의 경쟁에서 밀릴 수밖에 없다.
나는 애초에 사내 변호사나 공공기관 등에 대한 취업을 생각한 적이 없었고, 송무 변호사 일이 딱 맞다고 생각했다. 또한 처음부터 '개업'이 목적이었다 보니 어쏘 변호사로 송무 일을 한 경력은 2년이 채 되지 않았다. 유독 사회생활이나 조직이 맞지 않는 사람들이 있는데 내가 딱 그런 케이스였다. 책임을 지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얼마나 있겠는가? 대표 변호사가 되어 모든 일에 책임을 져야 하는 상황이 지금도 물론 좋지만은 않지만 일에 있어서 내가 독립적으로 결정하며 자유롭게 시간 조절을 하는 것이 필요했다.
변호사의 일은 출·퇴근 시간보다 맡겨진 사건을 잘 해결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정해진 틀과 형식보다는 그 내용과 결과가, 그리고 의뢰인과의 소통과 만족이 중요한 것이다.
생각해 보면, '개업'을 한다는 것은 한편으로 사업을 하는 일이라 배짱도 필요하다. 열심히 하면 최소한 망하지는 않겠지.라는 자신감, 설사 망하더라도 다시 도전하여 일어날 수 있겠지.라는 긍정적인 마음이 필요한 것 같다.
송무 변호사로서 개업은 일단 들어가는 시설비가 많지 않으니 좋은 점은 있다. 음식점만 해도 주방설비가 필요하고, 의사만 해도 최신 기계에 대한 렌탈이 필수적이며 카페를 차리려고 해도 고객들이 혹할만한 그럴듯한 인테리어와 위치가 중요하지만 변호사는 어디에서든 책상과 노트북, 상담 테이블만 놓아도 바로 영업은 가능하다.
옛날과 달리 변호사도 무한 경쟁 시대라고는 하지만 결국 일을 잘하고 진심을 다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생각을 한다. 맛집으로 따지자면 일단 음식의 맛이 좋아야 한다고 할까.
감사하게도 나는, 처음 법률사무소 봄을 개업을 했을 때부터 의뢰인들이 그야말로 물밀듯이 찾아주셨다. 가까운 지하철조차 다니지 않는 남양주에 봄 사무실을 개소하였음에도 경의중앙선을 타고 한참을 걸어오시거나 SRT를 타고 찾아주신 의뢰인 분들도 많이 계셨다. 사건이 늘어나면서 나는 일을 함께 처리해 줄 수 있는 직원 및 변호사님들을 계속 모시게 되었는데, 정신을 차려보니 법률사무소 봄은 법무법인을 만들어도 충분할 정도로 꽤 많이 성장해있었다.
송무 변호사로서 수임을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내가 애초에 송무 변호사로 일을 하려고 마음먹었던 까닭은 타인을 도와주면서 당사자가 아닌 바로 옆에 물러나 있는 점이 내 적성과 맞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함께 일하시는 봄 변호사님들이 열심히 사건을 진행해 주시고 결과도 나쁘지 않았지만, 내가 직접 모든 사건을 살피기는 어려워지면서 아쉬웠던 것도 사실이다. 사건이 많아지면서 재판과 입회에 직접 참여를 할 수 없는 점도 아쉬운 부분이었다.
최근 나는 원점으로 돌아가야 하는 것이 아닌가라는 생각을 해 보았다. 꼭 할 수 있는 사건만 맡아, 의뢰인의 입장을 제대로 대변하는 변호사가 되어 직접 사건을 처리하는 기쁨을 담뿍 느끼고 싶다는 마음이 든다. 돈을 많이 벌지 못하더라도, 어쩔 수 없이 소송에서 패소하는 일들이 종종 생기더라도, 다시 한번 가슴이 벅차오르도록 뛰어 보고 싶다는 생각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