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안양 소년분류심사원을 가다.

법률사무소 봄 정현주변호사

by 정현주 변호사


어제는 안양에 있는 소년분류심사원에 접견을 간 날이다.


소년재판이 있었던 지난달, 예견은 했지만 판사님이 소년분류심사원을 보낸다고 했을 때 보조인석에서 재판을 지켜보던 나와 소년의 어머니는 모두 마음이 좋지 않았다.


" 보조인의견서는 모두 읽어보았습니다. 그런데 이미 보호관찰 중에 재범 사건이 여러 건이에요. "


안경을 쓰고 있던 판사님은 어쩔 수 없다는 듯, 딱딱한 어조로 말씀하셨다.

사실 이미 4호나 5호 처분(보호관찰)중에 재범이 생기면 특별한 일이 없는 한 분류심사원은 예정되어 있다고봐도 무방하다. 그렇기에 우리는 모두 이런 일이 언제든 일어날 수 있음을 직감하고 있었다.

그래도, 마음을 먹는다고 해서 일어난 일들에 대해 모두가 담대히 받아들일 수 있는 것은 아니다.

" 어머니, 제가 금방 접견가서 잘 얘기해주고 올께요. "


분류심사원1.jpg
분류심사원2.jpg
안양 소년분류심사원으로 가는 길,


안양에 있는 소년분류심사원은 예전에 왔을 때와 전혀 변한 것이 없어보였다. 분류심사원으로 가는 길목에는 커다란 운동장과 공터가 있다. 길가의 드문 드문 놓인 벤치에는 주민들이 봄 바람을 맞으며 앉아있었다.


나는 2주 만에 소년을 다시 만나 생활에 대해 천천히 물어보았다. 15분간만 면회가 허용되는 가족과 달리 보조인은 시간제한이 딱히 없다.


" 변호사님, 변호사님이 보시기에 저 이번에 몇 호 받을 것 같아요?

애들이랑 맨날 그 얘기해요. "


아이는 무엇보다도 자신이 몇 호처분을 받을지가 가장 큰 관심사였다. 매일 재판까지의 날짜를 세는 모양이다. 또 이곳에서 만난 다른 소년들이 몇 호처분을 받았는지, 분류심사원에는 어떻게, 몇 번을 들어왔는지에 대한 이야기들을 했다.


나는 아이에게, 몇 호처분을 받을지 확실히 알 수 없다. 불안한 마음이 있는것은 물론 이해하지만 어차피 받아야할 처분이라면 그것이 내 생각과 다르게 처분이 나오더라도 받아들여야 한다. 고 말했다.


그리고, 내가 왜 여기까지 오게 되었는지, 앞으로 어떻게 살고 싶은지, 내가 무엇을 하고 싶은지 천천히 생각해보자. 라고도 말했다.


분류심사원4.jpg
분류심사원5.jpg
소년분류심사원 면회실



사실 분류심사원과 보호감호소가 의도하는 것이 그런것이다. 원래 있는 곳에서 떨어져 천천히 스스로 생각해볼 수 있도록 하는것, 생활태도를 바로잡는 것들이다. 분류심사원에서까지 문제를 일으키면 개별실이란 곳에 가게 되는데, 그 곳은 독방처럼 며칠간 완전히 혼자 지내게 한다.


아이들에게 완전히 혼자있음.이란 시간은 무척 두려운 일임에 틀림없다.




분류심사원에 처음 들어온 소년들은, 무엇보다 가족의 의미를 다시 한 번 생각해보게 된다. 특히 자신의 방황을 바라봐주고 응원해주는 특별한 존재에 대해서.

나는 이 날 아이의 어머니에 대해서도 많은 이야기를 나눴다. 그렇게 40여분이 지날 무렵, 아이가 갑자기 날 똑바로 쳐다보면서 이렇게 말했다.

" 변호사님, 전 변호사님이 참 좋아요. 전 장래희망에 '변호사'라고 적었어요. "

"응, 나도 **가 정말 좋아, 너가 꿈이 변호사라고 말해주니 정말 좋다. "

나는 진심으로 그렇게 생각한다. 사람은 무한한 가능성을 가지고 있다고. 그리고 제각기 다른 계기로 인해 변화할 기회를 갖게 된다고.

인생에서의 방황은 누구에게나 찾아올 수 있는 일이다. 어쩌면 어릴 때에 찾아오는 것이 훨씬 나을 수도 있다.

나는 아이에게 앞으로 5년 후, 10년 후에는 넌 무조건 잘 되어있을거야. 라고 말해주었다.


재판 때 만나자.


분류심사원7.jpg
분류심사원8.jpg


접견실을 나와 아까 보였던 운동장에 오래도록 앉아 있었다. 어머님과도 전화를 하고 수 없이 걸려오는 의뢰인과 전화를 하다 보니 벌써 오후가 훌쩍 지나갔다.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