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률사무소 봄 정현주변호사
어제는 안양에 있는 소년분류심사원에 접견을 간 날이다.
소년재판이 있었던 지난달, 예견은 했지만 판사님이 소년분류심사원을 보낸다고 했을 때 보조인석에서 재판을 지켜보던 나와 소년의 어머니는 모두 마음이 좋지 않았다.
" 보조인의견서는 모두 읽어보았습니다. 그런데 이미 보호관찰 중에 재범 사건이 여러 건이에요. "
안경을 쓰고 있던 판사님은 어쩔 수 없다는 듯, 딱딱한 어조로 말씀하셨다.
사실 이미 4호나 5호 처분(보호관찰)중에 재범이 생기면 특별한 일이 없는 한 분류심사원은 예정되어 있다고봐도 무방하다. 그렇기에 우리는 모두 이런 일이 언제든 일어날 수 있음을 직감하고 있었다.
그래도, 마음을 먹는다고 해서 일어난 일들에 대해 모두가 담대히 받아들일 수 있는 것은 아니다.
" 어머니, 제가 금방 접견가서 잘 얘기해주고 올께요. "
안양에 있는 소년분류심사원은 예전에 왔을 때와 전혀 변한 것이 없어보였다. 분류심사원으로 가는 길목에는 커다란 운동장과 공터가 있다. 길가의 드문 드문 놓인 벤치에는 주민들이 봄 바람을 맞으며 앉아있었다.
나는 2주 만에 소년을 다시 만나 생활에 대해 천천히 물어보았다. 15분간만 면회가 허용되는 가족과 달리 보조인은 시간제한이 딱히 없다.
" 변호사님, 변호사님이 보시기에 저 이번에 몇 호 받을 것 같아요?
애들이랑 맨날 그 얘기해요. "
아이는 무엇보다도 자신이 몇 호처분을 받을지가 가장 큰 관심사였다. 매일 재판까지의 날짜를 세는 모양이다. 또 이곳에서 만난 다른 소년들이 몇 호처분을 받았는지, 분류심사원에는 어떻게, 몇 번을 들어왔는지에 대한 이야기들을 했다.
나는 아이에게, 몇 호처분을 받을지 확실히 알 수 없다. 불안한 마음이 있는것은 물론 이해하지만 어차피 받아야할 처분이라면 그것이 내 생각과 다르게 처분이 나오더라도 받아들여야 한다. 고 말했다.
그리고, 내가 왜 여기까지 오게 되었는지, 앞으로 어떻게 살고 싶은지, 내가 무엇을 하고 싶은지 천천히 생각해보자. 라고도 말했다.
사실 분류심사원과 보호감호소가 의도하는 것이 그런것이다. 원래 있는 곳에서 떨어져 천천히 스스로 생각해볼 수 있도록 하는것, 생활태도를 바로잡는 것들이다. 분류심사원에서까지 문제를 일으키면 개별실이란 곳에 가게 되는데, 그 곳은 독방처럼 며칠간 완전히 혼자 지내게 한다.
아이들에게 완전히 혼자있음.이란 시간은 무척 두려운 일임에 틀림없다.
분류심사원에 처음 들어온 소년들은, 무엇보다 가족의 의미를 다시 한 번 생각해보게 된다. 특히 자신의 방황을 바라봐주고 응원해주는 특별한 존재에 대해서.
나는 이 날 아이의 어머니에 대해서도 많은 이야기를 나눴다. 그렇게 40여분이 지날 무렵, 아이가 갑자기 날 똑바로 쳐다보면서 이렇게 말했다.
" 변호사님, 전 변호사님이 참 좋아요. 전 장래희망에 '변호사'라고 적었어요. "
"응, 나도 **가 정말 좋아, 너가 꿈이 변호사라고 말해주니 정말 좋다. "
나는 진심으로 그렇게 생각한다. 사람은 무한한 가능성을 가지고 있다고. 그리고 제각기 다른 계기로 인해 변화할 기회를 갖게 된다고.
인생에서의 방황은 누구에게나 찾아올 수 있는 일이다. 어쩌면 어릴 때에 찾아오는 것이 훨씬 나을 수도 있다.
나는 아이에게 앞으로 5년 후, 10년 후에는 넌 무조건 잘 되어있을거야. 라고 말해주었다.
재판 때 만나자.
접견실을 나와 아까 보였던 운동장에 오래도록 앉아 있었다. 어머님과도 전화를 하고 수 없이 걸려오는 의뢰인과 전화를 하다 보니 벌써 오후가 훌쩍 지나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