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의 향방은 결정되어 있는가?

나는 여전히 삶의 무한한 가능성을 믿고 있다.

by 정현주 변호사


나에게는 3명의 친한 친구들이 있다. 모두 중·고등학교 때 만나 지금까지 친하게 지내는 친구들이다. 우리는 그 시절부터 현재까지 지속적으로 연락하면서 삶의 대부분의 이벤트를 함께 했다.


그러니까 벌써 20년도 더 된 이야기들이다. 우리는 모두 인문계 고등학교를 거쳐 다른 과에 진학했고, 모두 다른 직업을 가지게 되었다. 대학교 시절의 연애, 이별, 결혼 등의 크고 작은 인생의 일들을 거쳐 이제는 모두 아이들의 엄마가 되었지만, 지금도 일주일에 몇 번씩 연락을 하고 있다.


특히 내가 주로 연락을 하고 있는데, 최근 일본에 살고 있는 지나가 거의 4년 만에 한국에 온다는 소식을 들었다.


지나!


지나는 고등학교 1학년 때 만나 내 20대의 방황의 대부분을 함께 했던 친구였다. 특히 호주를 같이 갔던 것을 기화로 그 이후의 수많은 여행을 함께 했다. 특히 우리는 호주 케언즈에서 같은 집, 같은 방을 썼다. 일반적으로는 친한 친구와 함께 살면 결별을 경험하게 된다고 하지만, 결과적으로는 나는 지나와 여행을 함께 가면서(특히 같이 살게 되면서) 더욱 친하게 되었다.


물론 다툼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지나는 한국을 떠나 장기간 호주에 있으면서 우울증에 시달렸다. 특히 케언즈에서 바로 아르바이트를 구했던 나와 달리 오랫동안 아르바이트 자리를 찾지 못해 진지하게 한국으로 다시 돌아가는 것을 진지하게 고민했을 정도로 춥고 배고픈 기억에 시달렸다(케언즈는 사시사철 더운 도시이긴 하지만..).


나는 지나와 함께 여행을 다니는 것을 무척 귀찮아(?)했는데, 당시에는 지나를 내가 챙겨야만 하는 사람이라고 인식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돌이켜 생각해 보니 그렇지 않았다. 오히려 지나가 나에게 많은 것들을 맞췄던 것이다. 만약 그때 그녀가 없었더라면 나는 무사히 한국에 돌아올 수 없지 않았을까? 장기간 여행을 다니고 있었던 나는 얼마든지 사고의 회로가 중간에 바뀌어 한국을 돌아오지 않는 선택을 했을 가능성이 높다. 지나는 그때마다 불안정한 나에게 가장 큰 버팀목이 되어주었다.


2006, 호주 여행을 마치고 인도 델리에서 지나와,



호주에서는 기차를 타면 48시간 시간 동안을 멈추지 않고 달리기도 한다. 그래서 기차값이 무척 비싸고 비효율적이다. 처음에는 이러한 사실을 잘 모르고 함께 기차를 탔다가 기차 안에서 잠들고 깨고를 반복하거나, 또는 버스를 타고 끝도 없이 달리다가 시차가 바뀌는 경험을 하기도 했다(운전수는 4시간에 한 번씩 교체되었다).


지나는 결국 호주 케언즈에서 알게 된 일본인 친구와 만나다가 결혼을 하게 되어 일본에서 살게 되었다. 결국 지나도 우연히 나와 함께 호주를 갔던 인생의 선택으로 인해 삶의 가장 큰 부분까지 바뀌게 되었던 셈이다. 호주를 간지 벌써 20년이 다 되어간다. 그때를 떠올려 보면, 어떤 계기이든 내리게 되는 삶의 결정으로 인해 인생의 향방이 완전히 바뀔 수 있다는 생각을 새삼스럽게 하게 된다.


생각해 보면 삶의 대부분은 얼마나 많은 우연성들이 결정을 지배하고 있는가? 그것은 마치 크랩그라스(crab-grass)처럼 덩굴들을 뻗어가며 새로운 식물로 자라는 것과 같이 매우 독립적이며 자유롭고 무정형적이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인생의 어떠한 선택들은 절대로 되돌릴 수 없다. 삶의 대부분은 우연한 선택에 의해 결정지어지지만 그 결과에 예속되는 것까지 막을 수는 없기 때문이다.


40대가 된 지금에 이르러 생각해 보면 우리는 결국 나이가 들어가면서 그 선택된 '결과'에 대한 책임과 의무가 지배적인 세계에 살고 있다. 이제는 더 이상 그 선택의 계기나 다른 선택지에 대한 가능성을 생각하지 않는다. 그것은 무척 불요한 질문이며, 이미 결과에 예속된 삶을 사는 것으로도 하루하루가 치열하기 때문이다.


" 요즘 어떻게 지내? "


나의 질문에, 한 친구는 아이 이야기를 꺼낸다. " 요즘 내 아들들은.... , 내 아들들하고... 남편이랑 아들이... " 그럼 나는 이렇게 답한다.


" 아니, 아이들 말고 나는 네가 궁금해! "


다른 친구는 오랜만에 만나자는 제안에 아이들과 함께 뮤지컬을 보러 가자는 이야기를 꺼낸다.


" 안돼! 절대로 안돼! 우리끼리 따로 만나자, 내가 보고 싶은 건 너니까."


결국 우리는 우리 셋이서만 따로 시간을 보내기로 했다. 4년 만에 지나가 오는 날이기도 하니까, 뭔가 특별한 만찬을 준비해야겠다.





물론 어떠한 선택은 절대로 되돌릴 수 없지만, 나는 여전히 삶의 무한한 가능성을 믿고 있다. 생각보다 우리의 삶은 대단히 짧기 때문이다. 우리는 종종 인생의 결정에 대한 대가를 '어찌할 수 없는 일'이라고 받아들인다. 하지만 정말로 그럴까? 삶은 한계 지어져 있을까? 물론 책임과 의무를 완전히 회피할 수 없겠지만 삶의 대부분은 동질성이 없으며 끝없는 이질성(heterogeneity)과 결합하는 과정이다. 인생의 향방은 결정지어져 있지 않다. 삶은 그렇게 유동적이고 변화하며 대단히 자유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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