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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평 여행] 유명산 자연휴양림 1편

경기도 가평 산림욕장 1박 2일

by 연두씨앗 김세정

위치 : 경기 가평군 설악면 유명산길 79-53

전화 : 031-589-5487

개장연도 2002년 09월 07일

프로그램 / 산림문화, 교육, 목공체험, 산림치유



여름휴가 전 그냥 한 번 신청이나 해보자 해서 신청한 것이 덜컥 당첨이 되었다.

2주의 해외여행 이후 바로 떠나느라 제대로 준비도 없이 떠났다.

여행 전 마트 장 보러 갔다가 축농증이 심해진 신랑...

혼자 짐 싸다가 그냥 하루고 멀지도 않으니 가서 해결하자며 나도 덩달아 여행 준비 포기!


나의 개인적인 성향상 나는 짐을 바리바리 싸 짊어지고 다니는 스타일이다.

여행지에서 무언가 없어서 불안해하고 싶지 않아서였다.

그러다 보니 자연히 무언가를 놓고 갈 수밖에 없는 여행이 늘 불편하고 걱정스러웠다.

그러다 최근 몇 번의 여행을 통해 준비 없이 가는 여행을 몸소 체험하고 있다.


여행을 가기 전 준비가 잘 되어있으면 더할 나위 없이 좋겠지만 완벽한 준비 없이도 즐거운 여행을 할 수 있다.


우리가족의 이번 여행은 산림 속에서의 휴식이 목적이었다.


갈 때는 비가 살짝 왔으나 다행히 도착하니 비가 갠 후였다.


숲 속의 집 입실은 오후 3시부터라 관리사무실에 차를 주차하고 근처 산림욕장 나무 놀이터에서 잠시 놀았다.

이곳에는 아이들과 함께 할 수 있는 다양한 다양한 체험시설이 많다고 했다.

우리 가족은 체험을 하기 위해 산림복합체험센터를 찾아갔다.


나무로 만든 다양한 체험품들
곳곳에 아이들이 놀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해뒀다.


아이들 체험학습

솟대 만들기(2000원) / 미니장승 만들기(3000원) / 연필꽂이(5000원) / 나무 보석함(10000원) / 딱따구리 (2000원) 소마큐브(4~5천 원쯤 됐던 듯) 등


엄마 마음은 소마큐브를 만들고 싶었지만 아빠가 미니장승이 귀여울 거 같다고 해서 장승 만들기 했다.

장승 만들기도 큰 장승 하나 만들기와 미니장승 2개짜리가 있어서 우리는 미니장승 2개짜리를 하기로 했다.


미니장승 만들기 (체험비 3000원)


나무 조각끼리 글루건을 사용하여 붙이고 그것을 네임펜으로 꾸미는 작업이기에 어린아이들의 경우 어른들의 도움이 필요했다.

목공이나 체험장 안에서 도와주시는 도우미분들이 있었으나 우리 집은 워낙 엄마 아빠가 체험이나 만들기에 열정적이라 1인 1 막대로 각자 장승 만들기에 돌입했다.



나무 조각이 많은 편은 아니었다. 아이들이 단순히 끄적거리고 붙이는 작업만을 하고 온다고 생각지 않고

기념품을 만들겠다며 온 가족이 체험에 나섰다.

네임펜으로 나무토막 색칠하기
독특한 분위기가 있는 아빠표 장승. 약간 기린을 닮았나? / 다영이 작품, 토끼가 장승 옆에 서 있다.


숲 속 도서관 앞 의자에서 잠깐 휴식 중
숲속의 집 / 뻐꾸기



단촐한 내부

간단히 체험을 끝내고 숙소로 왔다.


우리의 숙소는 숲 속의 집 <뻐꾸기>

4인 가족인 우리 가족은 작은 방으로 선택했다.

화장실과 원룸 하나... 가격은 성수기 기준 73000원 정도였다.


뭔가 아담하면서도 좁은 느낌?

그나마 천장이 높아서 답답함이 좀 덜했다.

(4식구가 나란히 누우면 끝)


특이사항은 싱그대 옆에 정수기가 똬악!

그리고 에어컨 사용료가 별도인데...

1일(24시간) 기준으로 2000원이다.


숲 속에 있어 가만히 문만 열어놔도 시원하긴 했지만

이왕 놀러 왔는데 2000원 때문에 여행을 망칠 수 없으니 에어컨 비용도 결제~~


저녁에 문 열어놓고 있으니 창문으로 웬 귀뚜라미 한 마리가 들어와 나를 놀라게 했다.

귀뚜라미와 왕개미를 발견한 나는 신랑에게 모든 문을 닫게끔 하고 에어컨을 가동했다.


도시에서 곱게 자라 것도 아니고, 나름 바퀴벌레도 휴지로 잡을 수 있고

날아다니는 모기도 손으로 때려잡는 나지만 곤충은 싫다. 벌레는 더 싫다.

sticker sticker


준비물 : 수건 / 세면도구 / 드라이기 / 세제(있으나 개인적으로 챙김)



숲 속의 집 근처 곳곳에 작은 냇가들이 있어 가볍게 물놀이하기 좋았다.

물은 깨끗한 편이나 계곡이라 그런지 무척 차갑고 돌들은 미끄러운 부분도 있었다.


출발 전 비가 올 듯 흐려서 따로 수영복을 준비하지 않은 터라 가볍게 반바지만 입고 물가에서 발 담그고 놀았다.


어린이로 돌아간 신랑은 차가운 계곡에서 고기잡이에 바빴다.

"우리 고기를 많이 잡아서 구워 먹자."


아빠의 농담을 진짜로 받아들인 큰 딸은 잡은 물고기를 놓아줄 때가 되자, 다 놓아주면 우린 뭘 먹느냐고 난리였다. 울며 매달리는 딸에게 우리가 먹기로 했던 고기는 물고기가 아니라 구워 먹는 돼지고기라고 설명을 하고서 겨우 숙소로 돌아왔다.


정신없이 와서 음식도 대충 챙겨 온 터라 먹을 것이 마땅치 않았다.

여행지에서 항상 외식을 하던 터라 낯선 숙소에서의 요리를 어떻게 해야 할지 머리가 복잡해졌다.

우선 여행 전 급히 샛별 배송으로 시킨 양념돼지갈비를 인덕션{하이라이트였다.)에서 굽고, 여행지에서 남은 우동 컵라면을 데웠다. 하이라이트에 익숙하지 않다 보니 굽는 데 시간이 꽤 소요됐다.

겨우 고기를 다 먹고 뒤돌아섰더니 남은 식량은 모두 바닥난 후였다.

딸들도 맛있다며 서로 먹겠다 싸우며 다 먹고,

그나마 남은 음식들은 아빠가 음식은 남기면 안 된다며 꾸역꾸역 입 속으로 밀어 넣어 과식하고

막상 내가 먹으러 가니 고기도 밥도 없고 김만 덩그러니 남아있었다.


어린 시절 가족끼리 여행을 가면 아빠는 늘 휴양림이나 계곡가에서 텐트를 치셨다.

아빠들은 낚시를 하거나 술을 드시고, 엄마들은 주로 음식을 하셨다.

아이들은 제 또래들과 모여서 게임을 하거나 함께 수영을 했었다.


어릴 때부터 엄마는 여행을 무척 싫어하셨다. 아마 지금의 내가 그렇듯 엄마의 영향이 있었을 터였다.

무엇보다 어릴 적 엄마가 여행 중 가장 싫어하는 것은 여행 가서 아빠는 술 먹고 그 뒤처리는 모두 엄마가 하는 것 때문이었다.

엄마는 음식을 하고, 치우고, 안주도 가져다주어야 했고, 틈틈이 아이들도 돌봐야 했다.

그 시절 아빠들이 그러하듯이 아빠들은 아빠들만의 놀이를 즐기셨다.


엄마가 고기를 굽거나 음식을 해오면 우리는 제비 새끼들처럼 앉은자리에서 고기를 먹거나 과일을 먹어치웠다.

엄마는 결국 남은 고기나 과일을 치우는 역할이었다.

"이놈들 엄마가 힘들게 고기를 구워줬으면 엄마 한 번 먹어보세요. 도 안 하고 지들끼리 다 먹다니..."

어릴 때 수없이 들었던 말인데....

머릿속에서 어릴 적 엄마를 떠올리고 있을 때 둘째 녀석이 고기 하나를 들고 와서 입에 넣어준다.

"고마워."

나는 입맛을 쩝쩝 다시며 고기를 구웠다.

신랑은 농담처럼

"누가 고기를 굽는 척하며 다 먹는 것 같다."며 고기의 양에 대해 물었다.

나는 당연히 그냥 하는 소린 줄 알고.

"누가 주워서 계속 먹나 보지."

라고 대꾸했다.

내가 고기를 구울 때 실제로 첫 째 딸이 와서 한 입만 달라면서 보채기는 했지만 그리 많이 먹지는 않았다.

그런데 나의 그 말을 신랑은 내가 고기를 굽으면서 계속 먹고 있다고 생각했던 모양이었다.


오랜 시간 서서 고기를 구웠는데 내게 남은 거라고는 김 3장밖에 없었다.

내가 분함에 심통을 부리자 급하게 신랑이 근처 편의점으로 가서 컵라면 2개와 아이스크림, 그리고 과자를 사 왔다.


안 먹고 자면 좋을 시간이었지만 그러기엔 하루 종일 못 먹은 내 뱃속이 나를 괘씸히 여길 것 같아.

컵라면 한 개를 뚝딱 비워버렸다.

고기를 1kg 사놓고 왜 500그람만 가지고 왔을고...

나는 출발 직전 냉동실에 놓고 온 고기를 떠올렸다.


물놀이 덕분이었는지 여행의 피로가 아직 덜 풀렸는지 아이들은 눕자마자 일찍 잠자리 들었다.


"여보 내일은 우리 뭐해?"

"내일 생각해"


자기 직전까지 유튜브로 물고기 잡는 영상만 잔뜩 본 신랑은 내일도 고기 잡고 싶다며 잠이 들었다.

"내일은 또 뭐할지.."

나는 또 할 일없이 내일 걱정을 하며 잠자리에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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