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 속의 아침이 밝았다.
산속에서의 아침 치고는 좀 늦은 아침이었지만 산책을 가야 한다는 남편을 따라 아이들을 이끌고 가까운 산책로로 향했다.
잘 닦여진 산책로와 맑은 공기는 산책하기 안성맞춤이었다.
사실 나는 좀 더 이불에서 밍그적거리고 싶었다. 하지만 말괄량이 두 딸을 신랑에게만 맡기기 그래서 함께 따라나섰다. 막상 산책을 나와보니 산책코스가 생각보다 멀지 않았다.
20~30분 코스였던 거 같은데 중간중간 버섯 구경도 하고 곤충 구경도 하고 사진도 찍으며 갔다.
산책을 끝내고 숙소로 돌아와 남은 식량을 탈탈 털어 아침을 준비했다.
신랑과 둘째 딸은 새우볶음밥. 큰 딸은 미리 주문한 양반죽으로...
그리고 엄마인 나는 어제 사온 또 하나의 컵라면을 아빠와 나눠먹었다.
퇴실 준비를 하며 냉장고의 물건을 정리하는데..
가져온 물건이 없으니 가져갈 물건도 별로 없었다.
그때가 돼서야 신랑이 한 소리 한다.
"봐봐 많이 안 가져오길 잘했지?"라는 남편.
반은 맞고 반은 틀리다. (어제는 틀리고 오늘은 맞다)
뒷정리를 하고 나와 숲 체험 신청을 했다. 숲 체험은 2시부터였다.
나는 조금 피곤했던 터라 굳이 걸어야 하는 숲 체험이 내키지 않았지만 딱히 다른 일정도 없었으므로 숲 체험을 하기로 했다.
[숲 속 놀이터]
숲 체험까지 시간이 꽤 남았다. 아이들의 숲 속 자연 놀이터에서 놀고
대부분의 아빠들이 그러하듯이 신랑은 아빠는 낮잠 타임에 들어갔다.
(주변에 주무시는 아버님만 4~5분 계심.)
웃으며 자는 척 하는 둘째 & 딸들과 휴식중인 아빠
짝찟기중인데 잠시 생태교육을 위해 모셔옴.<유명산 자연휴양림>
예약은 031 585 6180
오전 10시와 오후 2시에 진행되고
소요시간은 약 1시간 30분 정도 걸린다고 했다.
지금도 충분히 지쳤는데라고 생각할 즈음에
남편은 급히 차에서 달달한 커피를 꺼내와 내 입에 넣어주며 마누라를 급속 충전시켜주었다.
주말이지만 사람이 없어서 1학년 남자아이 한 명과 아빠.
우리 가족 4명 총 6명과 숲 해설사와 도우미 2분이 진행하였다.
첫 시작은 잣나무 숲에서 시작됐다.
[잣나무 vs 소나무 ]
잣나무와 비슷한 소나무.
둘을 구별하기 위해 잎의 개수를 살펴보면 된다며 잎의 개수에 대해 알려주었다.
잣나무는 뾰족한 잎이 5개 붙어있고 소나무는 2개씩 붙어있단다.
아이들의 질문 하나하나에 대답해주심.[속새]
습지에서 자라는 여러해살이풀
아이들이 "뱀이다~!"라며 발견한 '속새'라는 식물.
마디마디가 나눠져 있는 이 풀로 숲 해설사 선생님께서 풀피리를 만들어주셨다.
마디를 4~5센티로 자르고 그 끝을 잘근잘근 씹어 부드럽게 만든 다음 잎 안에 깊이 물고 후후 불면 신기하게 예쁜 소리가 났다.
처음 불어본 풀피리.
그 소리가 무척 신기하고 예뻤다.
비누풀 향기 맡는 둘째
솔이끼
<상사화>[상사화]
예쁜 꽃이 인상적인 이 꽃의 이름은 상사화였다.
꽃잎과 잎이 피는 시기가 달라서 서로 만나지 못한다고 한다.
[호랑거미]
길쭉한 띠가 있는 거미의 종류를 호랑거미라 한다.
꽃나무에도 풀숲에도 호랑거미가 거미줄을 치고 기다리고 있었다.
[부들]
소시지 같은 둥글고 긴 모양의 잎이 붙어있는 식물 '부들'
주로 물속에 사는데 가운데가 텅 비어서 공기가 통해서 물속에서 살 수 있다고 한다.
가운데를 잘라 안을 살펴보면 공기구멍을 볼 수 있다.
비행기의 벽면이 이런 모양으로 만들어지는데, 가볍지만 구조가 단단하다고 한다.
졸참나무 (도토리나무)
도토리 알이 작은 상수리나무.
떨어진 작은 도토리에서 작은 도토리 벌레를 찾았다.
이게 우리가 알밤 먹을 때 굼틀거리면서 나오는 그 벌레라던데..
벌써 이렇게 구멍을 딱 뚫어서 그 안에 알을 낳아놓았다.
빈집(좌) vs 말벌이 살고있는 딱따구리 구멍(우) [딱따구리의 둥지와 말벌집]
그리고 나무 위에서 발견한 딱따구리의 보금자리
큰 딱따구리가 살기 작아서 포기한 집과..
새끼가 나가고 비어있는 딱따구리 집에 벌들이 와서 벌집을 지었다고 한다.
전에 비슷한 일이 있을 때 딱따구리가 와서 벌집을 다 빠 내고 둥지를 다시 틀었으나 새끼들이 자라서 다른 곳으로 간 뒤 딱따구리 둥지가 비게 되자 또 벌들이 와서 자리 잡았다고..
해설사님 말에 따르면 워낙 딱따구리가 보금자리를 잘 만들어놔서 벌들에게는 이만한 장소가 없을 거라고 했다.
딱따구리는 큰 나무에 구멍을 뚫어 아주 깊게 파고 들어가기 때문에 비나 바람 등 자연재해에도 끄덕 없이 튼튼하고 딱따구리 새끼들을 키우기 위해 속도 아주 넓다고 한다. 그러니 말벌로써는 이보다 더 좋은 보금자리를 찾기는 힘들었을 테니 잠시 잠깐이라도 대궐 같은 딱따구리 둥지에 벌집을 만든 것은 아니었을까?
딱따구리가 없는 동안 잠시 벌들의 안식처가 된 나무...
[질경이]
밟아도 밟아도 다시 일어나는 질긴 생명력을 지닌 식물
생명력이 질겨서 이름도 '질경이'란다.
잎을 당기면 실 같은 엷은 줄기가 여러 겹 나온다.
이 줄기 덕분에 밟아도 쉽게 쓰러지지 않고 다시 솟아오른다고 한다.
흩어지는 분수의 물 사이로 예쁘게 무지개가 보였다.
무지개를 잘 모르는 둘째는 무지개를 못 찾아 한동안 두리번거렸다.
아마 무지개가 생기는 원리를 알았다면 이곳의 무지개에 대해 더 쉽게 설명해줄 수 있었을 텐데..
그것은 조금 더 뒤에 설명하기로 하고 예쁜 무지개와 기념사진만 살짝 찍고 내려왔다.
어느새 친해진 아이들과 숲 해설사님숲 체험이 끝나고 출출해진 배를 채우기 위해 다른 곳으로 이동
[양평 맛집]
몽실식당 / 031-771-9296
주소 : 경기 양평군 양평읍 양평 장터길 9-1
(주차는 시장 안에 위치해 있어 바로 앞 근처 철도 아래 주차했다.)
도래창 전문점인 몽길 식당
평도 많고 방송에도 꽤 소개된 맛집이라 했다.
양평 맛집 <몽실식당> 전경
'도래창이 뭔가요?'
돼지의 횡격막을 둥글게 잘라낸 일종의 특수부위
기본찬도 많고 기본에 충실한 맛배도 고프고 실패하기 싫은 나는 냉면+불고기를 주문하고 싶었으나 인터넷 가득 '도래창'에 대한 평이 자자해서
신랑이 도래창을 주문하자고 했다.
그래서 도래창 2인분과 냉면+불고기를 시켰다. 도래창에 기본으로 된장국 포함됨.
파인애플을 넣은 냉면과 불고기 세트 (8000원)
도래창 2인분 (1인분에 12000원)돼지 장간막이라는 특수부위라는데 굳이 먹어야 할까?
싶었지만 신랑이 원하니 먹어보기로 했다.
곱창과 닭똥집을 섞은 맛이라는데..
그 둘의 조합은 모르겠고 적당한 양념이 어우러져 있고 냄새도 없는 편이라 무난하게 먹었다.
특히 서비스 된장찌개가 푸짐하니 맛이 좋았다.
밥까지 먹고 다시 부지런히 집으로...
해가 진 뒤 찬 바람이 서서히 불어왔다.
여름이 이제 가고 있는 게 느껴진다.
여름아 가지 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