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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연두씨앗 Feb 21. 2021

[이 노래] 젊은 연인들 _서울대트리오

 아직 오지 않은 누군가를 기다리며 부르던 노래..





84년생인 나는 이 노래를 어떻게 알고 있는 것일까.

77년 제1회 대학가요제 수상곡인 이 곡...

워낙 대학가요제에 좋은 노래가 많이 나왔던 터라

아마 내가 자라고 크는 동안 수없이 들어왔을 것이다.

우연히 라디오에도 나왔을 테고 기억 언저리 어딘가에서 들었던 기억이 있다.

( 엄마에게 이 노래를 들려주었더니 엄마가 이 노래를 좋아한다고 했다. 어쩌면 엄마의 영향이었을까?)


80년생인 내가 80년대 노래를 듣고 있으면 사람들은 취향이 '올드'하다 비웃었다.

좋은 노래는 시간이 흐르고 흘러도 좋다.

첫 구절을 듣는 순간, 첫 가사를 듣는 순간 그냥 좋았다.


- 오래전 내가 맡았던 방송 코너에서 영화나 뮤지컬, 연극 같은 공연을 소개하는 짧은 코너가 있었다.

변명일지도 모르지만 돈도 없고, 시간도 없고, 같이 볼 사람(?)도 없었던 나에게

문화공연은 사치였다.

그저 노래 한 곡만 들어도 좋았고, 가끔 드라마 한 편으로도 충분했다.

본의 아니게 일 때문에 뮤지컬<진짜진짜 좋아해> 공연을 보게 되었고 그 공연에서 이 노래를 듣게 되었다.

시대가 70~80년대 풍이라 올드한 노래가 많이 나왔는데...

하나같이 너무 좋았다.

기억력이 안 좋은 나는 기억나는 가사를 곱씹어 외웠다.

(가사를 알고 있어야 노래 제목을 찾을 수 있고 그래야 다음에 그 노래를 찾을 수 있기 때문에 가사를 정확하게 외우는 일은 매우 중요했다.)

촬영이 끝나고 집에 가면 늘 늦은 저녁이었고, 방송까지 늘 정신없는 하루가 반복되는 일상이었다.

(쉬어도 늘 촬영 아이템, 촬영 구성안, 촬영 진행, 원고 걱정, 방송 펑크 걱정, CP의 컨펌, 언제 생길지 모르는 여러 가지 변수에 마음을 졸여야 했다.)


그때 나는 입봉 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새내기 작가였다.

26살...

혼자 서울에서 자취를 하며, 집에 커다란 꽃 모양 스티커 하나 붙여놓고 이름을 붙이고, 화분에도 이름을 붙여주었다. 자기 전에는 몇 개 없는 집에 굴러다니는 인형들을 안고 잠이 들었다.


노래 제목은 알았어도 곡을 구하기는 쉽지 않았다.

간혹 PC에 능통한 분들이 얻어준 MP3 파일을 듣던 나로서는 원하는 노래를 다 들을 수 없었다.

무료로 들을 수 있는 음악사이트나 싸이월드 도토리를 모아 노래를 들어야 했다.

노래와 상관없지만 그 시절 나의 상황이었다.

첫 직장을 퇴사하고 작가 일을 배우겠다고 여의도에서 1년을 미친 듯이 날밤을 새며 지났다.

혼나기도 종종 혼나고, 출연자 미팅도 따라다니고, 섭외 전화 한 통을 걸기 전에도 수십 번 한숨을 쉬고 마음을 다잡아야 했다. 말 그대로 막내로서 치열하게 살았던 시절이었다.


좋아하던 사람에게 차였고

사귀는 사람도 있었고

새로 대시하는 사람도 있었는데

마음이 허무하고 채워지지 않았다.


돌아오지 않는 사랑을 기다렸고,

함께 있는 사랑을 의심했고,

내 마음에는 내가 허락한 사람 외에는 아무도 들어오는 것을 허락하지 않았다.

그런 메마른 생활이었다.


사랑에 실패한, 연애를 하지만 행복하지 못했던,

그저 다정한 연인이 손잡고 가는 뒷모습이란 가사 한 줄이 가슴을 후퍼 팠다.


노래를 듣고 있으면

다정한 연인은 하염없이 걷는다.

걷고 또 걷고, 또 걷는다.

그들은 뒷모습 뒤로 꽃잎이 흩날리고

그들의 뒷모습 뒤로 비바람이 불고

그들의 뒷모습 뒤로 가을의 낙엽이 떨어지고

그들이 자나 간 눈보라 뒤에 발자국만 선명하게 남아있다.

내 머릿속엔 노래가 끝나는 동안

누군가의 손을 잡고 말없이 한참을 걷는다.

그걸로 잠시 동안 편안해진다.

이 세상의 모든 것들이 멀어져 가도 내 곁에 남아있을 누군가를

생각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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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연인들> - 서울대 트리오


다정한 연인이 손에 손을 잡고 걸어가는 길
저기 멀리서 우리의 낙원이 손짓하며 우리를 부르네
길은 험하고 비바람 거세도
서로를 위하며 눈보라 속에도
손목을 꼭 잡고 따스한 온기를 나누리
이 세상 모든 것 내게서 멀어져 가도
언제까지나 너만은 내게 남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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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디오에서였나?

이 노래의 숨겨진 스토리를 들은 적이 있다.

가수를 꿈꾸던 두 청년이 노래를 만들어 가수 준비를 하다가

화재로 목숨을 잃고 노래도 묻혀있다가 6년 후인가

청년의 어린 동생이 대학생이 되어 대학가요제에 나가 이 노래를 불렀다고 한다.

노래는 너무 좋은데

담긴 사연이 너무 슬퍼서 가슴이 아프다.

가슴이 아픈 노래는 가슴이 아플 때 들으면 
노래 때문에 가슴이 아픈지 가슴이 아파서 슬픈지
잘 모르게 만들어준다.





- 2020년 10월 기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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