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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연두씨앗 Jan 23. 2021

[이노래] 이 노래 어때?

내 MP3 같이 들을래?

'사랑이 뭔 지 모르지만 짝사랑과 비슷한 느낌이 아닐까' 생각했던 순수했던 고등학교 시절이 있었다.

CD플레이어에서 MP3로 유행이 넘어가는 시절, 길거리에서도, 버스에서도, 가게에서도 어디 가든 늘 음악이 흘러나오던 시절이 있었다.

무수하게 좋은 노래들이 많았지만 나는 집으로 돌아오는 차 안에서 이어폰으로 듣는 노래를 제일 좋아했다.

 

모두가 그렇겠지만 나도 내 MP3에는 내가 좋아하는 노래만 담았다.

지금은 월정액 찬스로 원하는 노래를 언제 어디서나 마음껏 들을 수 있지만

당시에는 MP3 원음을 구하기는 어려웠던 시절이었다.

 

음악을 좋아한다고 부모님께서 따로 음원 사라고 돈을 주시는 것도 아니고,

용돈을 쪼개서 들을 정도의 열정도 없던 나는 언니 찬스와 지인 찬스를 이용해서 좋은 노래를 내 MP3에 고스란히 담아두었었다.

지금은 기억에서 사라져 버린 어린 시절 듣던 노래들

참 좋은데 잊힌 곡들을 하나씩 적어보고 싶어 졌다.





나는 어릴 적부터 노래 듣는 것을 참 좋아했다.

내가 처음 기억하는 노래는 김완선, 현진영, 소방차 같은 가수였다. (80년 후반이었나 보다)

엄마가 일하러 가시고, 남은 시간은 재밌게 놀다가 만화영화 시간이 되면 TV 앞에 앉았다.

대부분 그렇게 틀어놓은 TV에서 가요 프로그램을 봤었던 것 같다.

손범수 아나운서가 진행하는 가요 톱 10을 즐겨봤었는데 그때 내 나이는 7살 정도였던 거 같다.


84년생이 내가 김완선과 소방차를 이야기하면 사람들은 눈을 크게 뜨고 의아해한다.

"HOT세대 아니에요?"

"네, 저는 젝스키스 팬클럽이었어요."



뜻도 모른 체 "어젯밤에 난 네가 싫어졌어~" 라며 소방차의 노래를 따라 불렀고


좌) 강수지  우) 하수빈

강수지와 하수빈 중 누가 더 예쁜지 고민했었고

세기의 대결이라 불리던 신승훈과 김건모의 대결을 지켜보고

김원준의 외모에 반해 처음으로 가수의 사진을 모아댔다.

(김원준은 내가 어릴 때 처음 본 세상에서 제일 잘생긴 사람이었다. 물론 지금도 뱀파이어 같은 외모를 가지고 있는 거 보니, 이제 무섭기까지 하다. 30년이 흘러 나는 아줌마가 되었는데, 왜 원준이 오빠는 안 늙어요?)

92년 데뷔 초 김원준 vs   2020년 방송화면 김원준   (근 30년은 그대로..)



그리고 서태지와 아이들...

음악을 듣고 충격에 빠졌었다. 어떻게 앨범에 버릴 곡이 없을 정도로 다 좋았다.

카세트테이프가 유행이던 시절,

좋아하던 가수의 테이프를 사고, 음악방송에 간혹 나오면 녹음을 해서 듣기도 했었다.


언니와 나는 라디오 앞에서 좋아하는 가수의 노래가 나오길 기다렸다가 녹음을 해서 듣곤 했다.

사실 대부분의 테이프는 자금력이 좋은 언니가 샀다. 언니는 어릴 때부터 사고 싶은 게 있으면 그냥 샀다.

나는 이것저것 고민만 하다가 잘 못 사는 성격이었는데... 언니는 신기한 과자도, 새로운 문구도, 새로운 음반도 잘 샀다.


지금은 한 기획사의 대표가 된 가수 박진영의 첫 앨범도 정확하게 기억난다.

날 떠나지 마 란 노래를 처음 들었고, 방송을 통해 본 후 충격을 먹었다.

노래는 너무너무 좋았는데 초등학생이었던 나에겐 비주얼 쇼크 그 자체였다.

(외모 빠였던 나였지만 정말 노래는 너무 좋아서 노래만 주구장창 들었다.)


임창정의 이미 나에게로는 라디오를 통해 듣고 좋아했던 곡이었다.


내가 어릴 적에는 노래방 문화도 유행이었다.

우리는 주말에 외식을 하고 종종 노래방에 갔었는데

초등학교 들어가서는 나도 당당히 1~2곡 정도는 연습해서 부르곤 했었다.

내가 음치라는 것을 알기 전까지 나는 노래를 아주 즐겨 잘 부르던 아이였다.


그리고 Ref와 룰라 투투 같은 가수의 노래를 초등학교 소풍 때 장기자랑으로 부르던 시절이었다.

그리다 내가 초등학교 졸업할 때쯤 HOT가 등장했다.

당시 초등인데 HOT는 안 좋아하기는 힘들었다.


친구들끼리 첫인사가

"너는 누구 팬이니?"

였으니 말이다.


나는 토니 안의 팬이었다.

특히 캔디 때 복장과 춤은 아주 핫했는데...

그때 색깔별로 지정된 복장이 그 가수의 트레이드 마크가 되었다.

(토니는 빨강, 강타는 녹색이었나... 장우혁은 파란색이었던 것 같은데..)

HOT와 젝스키스


그리고 중학교에 들어가서 젝스키스가 등장했다.

'화이트와 블랙'이란 콘셉트로 곱상한 외모가 유독 많았던 그룹이라 한창 사춘기였던 나는 그냥 푹 빠져버렸다.

사실 '학원별곡'까지는 그래도 그냥 좋아하는 정도였다면

'연정'이라는 후속곡이 나올 때는 아주 빠순이가 되어버렸다.

중1부터 중2 때까지 나는 젝스키스 노래와 SES 핑클 노래만 들었다.

핑클 노래를 들은 건 젝스키스와 같은 기획사였다는 것과 성유리가 너무 예뻐서...

(나의 3대 여신!, 성유리, 손예진, 김태희)


그리고 음악방송을 하던 가수들을 따라 라디오 방송을 듣게 되었고 그것은 또 많은 좋은 곡들을 알게 되는 계기가 되었다.


중학교 시절에는 천리안, 하이텔, 나우누리 같은 PC통신이 유행했었다.

사실 빨리 접한 게 아니라 어떤 경로로 접하게 돼서 끝물에 조금 경험해 본 게 다였다.

97년인 내가 중1 때부터 PC 보급이 가속화되었고, 학교에서 컴퓨터를 배웠었다.

언니를 따라 나는 내 또래보다 조금 빨리 PC통신을 접했고

그쯤에 실체도 잡히지 않는 연예인 따라다니기를 접을 수 있었다.



<접속>이란 영화가 그쯤 나왔을까?

PC통신에서 올라오는 좋은 글을 모아두는 지금의 클럽 같은 게 있었는데

거기서 만난 지인들을 나이 때가 다양했다.

주로  80년부터 84년생까지가 주였는데...

통해 나보다 윗세대 음악은 물론 외국 음악까지 접하게 되었다.

일본의 엑스재팬과 아무로 나미에,

브리트니 스피어스, 엔싱크, 퀸의 음악을 들었다.

(이글스의 호텔 캘리포니아도 이때 들었던 것 같다)

그 덕 중3쯤엔 일본 음악과 일본 미소년(쟈니스 주니어)에 잠시 혹했던 시절도 있었다.

야마시타 토모히사 어린 시절


그리고 고등학교 때부터 MP3와 벅스뮤직이라는 것이 유행했었다.

새로운 음악과 그 음악의 가사도 마음만 먹으면 찾을 수 있었다.

(예전엔 PC가 없으니 가사를 알려면 받아서 적거나 CD음반을 사야 구할 수 있었다.)


노래 가사 보는 걸 좋아했던 나는 그때부터 좋은 곡 모으는 것을 좋아했다.

해가 지날수록 항상 새로운 곡들이 추가되었다.

세상엔 왜 이렇게 좋은 노래가 많은지...

음악을 듣고 있을 땐, 잠시 그 음악에 빠져 행복했었다.

SG워너비, 씨야, 좋은 노래들이 너무 많았다.


나에게는 언니와 남동생이 있다.

대학 전까지는 세 남매가 한 컴퓨터 음악을 공유했었다.

언니의 음악 폴더에는 신승훈, 자우림, 전람회, 양파, 김연우, 브라운아이즈, 쿨, 성시경 소위 노래 쫌 한다는 발라드 가수와 언니네 이발관, 상상밴드 등 우리에게는 익숙하지 않은 인디 곡들도 섞여있었다.

남동생의 폴더에는 K2, 맥시 더 맥스, 임재범, 김경호, 윤도현, 싸이  등 남자들의 로망인 록가수 들이나 힙합 등 신나는 곡들이 많았다.

나는 주로 DJ DOC, 이문세, 이수영 등 발라드나, 이별에 아파하는 곡들, 혹은 가사 위주의 곡들은 내 MP3 폴더에 있었다.

그리고 우리 세 명 모두가 좋아하는 곡들이 있었다. 씨야, SG워너비, 이수영, 버즈 같은 가수의 곡들은 모두가 좋아했다.


컴퓨터를 오래 하다 보면 내가 원치 않은 노래들도 간혹 듣게 되었는데...

그러다 보니 정말 많은 가수의 음악을 많이 알게 된 것 같다.

이 세상엔 좋은 노래가 시간이 지나면 새로운 곡에 의해 잊히는 게 아쉬워서 적어본다.


내가 들었던 노래, 그 노래에 관한 길거나 혹은 짧은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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