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리뷰> 시인- 마이클 코넬리

범죄 담당기자로 일한 작가의 생생한 경험이 담긴 스릴러 소설

by 연두씨앗 김세정


<뉴욕타임스> <USA투데이> 18주 베스트셀러!

고전 대접을 받을 자격이 있는 작품이라는 스티븐 킹의 극찬!

앤서니상,딜리즈상 수상작!

화려한 소개문구보다 관심을 끈 건 카페 사람들의 기대 댓글이었다.

스릴러와 추리소설이라 꽤 오랜만에 접해보는 장르도 기대가 됐다.

굳이 하지 않아도 될 고백을 한다면 일단 나는 독서를 즐겨하지 않는다.

이 책을 읽은 건 순전히 서평 이벤트 때문이었다.

남들이 극찬한 작품이 어떤 작품인 지 궁금했다고 하는 점이 더 가깝다.

남들이 재밌다고 하는 작품은 어떤 작품일 지 궁금함이 첫 번째 출발이었고,

운이 좋게(?) 서평에 당첨되었다.


어릴 때 추리물과 탐정물을 좋아했던 나는 드라마를 보면서도 미리 예견하는 것을 좋아한다.

그래서 그런지 드라마나 영화에서 범죄물과 추리물의 경우, 반전을 남들보다 조금 빨리 발견하는 편이었다.

이 추리물, 스릴러 소설을 볼 때도 그런 조금의 자만심이 있었던 것 같다.

나는 잭의 시선을 따라가면서도 독자적으로 작가의 구성에 관심을 기울였다.

'오, 작가가 여기서 트릭을 쓰나? 이 말이 나중에 복선이 되려나? 아, 나는 누군지 알겠는데?'

초반의 나의 예견은 소소했고, 나는 작가에게 낚여 결국 시인을 놓쳤다.


다시 맨 처음 시집과의 첫 대면을 떠올려본다.

책이 집 문 앞에 도착했다. 받는 순간 한숨이 나왔다.

재밌는 책이라는 소문은 자자했지만 두께가 만만치 않았기 때문이었다.

대학 때 의무감으로 열심히 읽던 독서습관은 사회생활+결혼+육아로 멀어졌다.

‘소설책 300페이지도 버거워하는 나에게 600도 아닌 700페이지에 가까운 소설이라니...’

소설책의 분량 때문에 한 3~4일은 책만 받고 미뤄뒀다.

‘그래, 읽기 시작하면 재미있을 거야. 그런데 언제부터 읽지? 시간이 좀 넉넉했으면 좋겠는데...’


나는 책을 천천히 읽고 꽤 오랫동안 음미하는 스타일이다.

일단 소설의 경우 소설가의 친절한 설명대로 내 머릿속에 그 모습을 상상하며 읽어야 하기 때문에 시작을 어려워하지만 읽고 난 뒤 효과는 좋은 편이다.


나에게 이 책의 단점은 인물들의 이름이었다. 첫 페이지 시작과 동시에 나는 어려운 외국인들의 이름을 기억해야 했다. 특히 나는 그 작업을 싫어했다. 철수 영희 민수라는 이름이라도 한꺼번에 여러 명이 나오면 기억하기 힘들다. 나는 주인공의 이름과 그들의 직업들, 그리고 주인공과의 관계를 파악하려 애썼다.

초반 몇 페이지를 읽고 나는 책을 덮었다. 그리고 책을 검색하고 줄거리를 읽었다. 이유는 간단했다. 내가 알아야 할 중요 주인공 이름만 기억하고 나머지 이름들은 대충 기억하기 위해서였다. 나는 이 책을 읽어야만 하는 이유가 있었다.


책의 줄거리는 대략 이렇다.

살인사건 전문기자 잭 매커보이는 어느 날 갑자기 경찰인 쌍둥이 형 션의 자살 소식을 듣는다. 그는 형의 죽음에 의문을 품고 사건을 파헤치다가 형의 죽음이 자살을 가장한 연쇄살인범의 소행이라는 것을 알아챈다. 사건을 추적하던 잭은 형의 사건과 유사한 경찰관 자살사건이 더 있다는 것을 알고 그 사건들을 추적해가며 흩어진 퍼즐 조각을 맞춰간다.

그러던 중 FBI가 그 사건에 끼게 되고, 잭은 자신이 이 사건을 비밀을 발견했다는 것과 사건 해결 전에 기사를 쓰지 않는다는 조건으로 사건 수사팀에 합류하게 된다.

잭은 매력적인 FBI 요원인 레이철과 함께 사건을 파헤치며 그녀에게 묘한 감정을 느끼게 된다. 사건 안의 또 다른 사건들이 숨어있고, 그 사건들이 밝혀질수록 묘하게 통쾌함이 느껴지고, 시인의 뛰어난 위장에 감탄했다. 어느 세 나는 잭 매커보이처럼 FBI 일원으로 사건을 추리해나가고 있었다. 나는 이 소설에 반전이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으므로 그 반전을 찾기 위해 온 신경을 곤두세웠고, 가끔 주인공 잭보다 사건에 대해 미리 알아내기도 했다.

중간 지점이 지나가자, 인물들의 이름은 더 이상 낯설지 않았고, 제법 친근한 게 느껴졌다. 인물의 이름과 직업은 뒤로하고 사건을 쫒았다.



주인공 잭의 뛰어난 추리는 감탄을 자아냈고 그 머리끝에서 움직이던 시인의 행동은 등골을 서늘하게 했다. 결국 나는 거의 마지막에 다 달아서야 책 리뷰의 말들을 이해했고, 고개를 끄덕였다.

마지막 책장을 덮으며, 700장에 달하는 이 무지막지한 페이지를 다시 한번 훑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소설가의 힌트를 제대로 찾지 못했기에 시인에게 졌다.

이제 나는 사건의 결말과 시인의 정체를 알게 되었다.

첫 번째는 모르고 보고, 두 번째는 시인의 존재를 알고 보면 어떨까?

몇 년 동안 생각해보지 않은 스릴러나 범죄류의 드라마들이 머릿속을 스쳐 지나갔다.

작가의 경험이 바탕이 되어서 일까? 생생한 스토리, 탄탄한 짜임!

나처럼 책 읽는 것을 어려워하는 사람이 아니라면 순식간에 읽어 내려갈 것이다.

재밌다. 시간적 여유가 있으면 한 편의 영화를 보듯 천천히 시인을 즐겨보면 좋을 것 같다.


주인공 잭의 뛰어난 추리는 감탄을 자아냈고
그 머리끝에서 움직이던 시인의 행동은 등골을 서늘하게 했다.
결국 나는 거의 마지막에 다 달아서야 책 리뷰의 말들을 이해했고,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이 무지막지한 페이지를 다시 한번 훑어보고 싶어졌다.


감상 한줄평 : 기자가 되고 싶거나, FBI가 궁금하다면 지금 경험해보세요!



내가 아는 유일한 FBI 요원 (X파일)

책의 본문 중에서 마음에 들었던 구절들.



이쪽 생활을 그만두고 반대편으로 옮겨간 사람과 우연히 마주칠 때면 항상 순간적으로 불편한 침묵이 흐리고 했다. 대게 그들은 몸도 마음도 지칠 대로 지쳐 있었다. 항상 마감에 쫓기고, 항상 뭔가를 만들어내야 하는 삶에 진력이 난 기자들. 예전에 어떤 기자가 기자에 관해 쓴 책을 읽은 적이 있었다. 때로 기자는 탈곡기 앞에서 뜀박질을 하는 데 진력이 나기도 하고, 아예 탈곡기 안으로 빨려 들어가며 갈기갈기 찢기기도 한다.

-기자 출신인 워런과 만나게 된 잭의 독백 p.200

“아내와 가족들 때문이에요. 내가 집에 있는 시간이 거의 없었거든요. 알다시피 사건이라는 게 쉬지 않고 일어나니까. 난 그 사건들을 모조리 취재해야 직성이 풀렸어요. 그래서 결국 가정과 일 중에 하나를 선택할 수밖에 없었죠. 내가 옳은 결정을 내렸다는 생각이 드는 날이 있는 가하면, 그렇지 않은 날도 있어요. 오늘은 그렇지 않은 날이네요. 이건 진짜 끝내주는 기사예요. 잭” - 기자 출신 비밀 취재원, 워런 p.226

책과는 상관없는 추억의 X파일의 멀더와 스칼렛 요원(FBI)

"잭, 당신이 기다리는 건 나도 알아요. 이번 일이 당신 덕분에 시작됐다는 것도 알고요. 하지만 우리 입장도 이해해 줘요. 당신 때문에 언론이 이 사건에 벌 떼처럼 달려들게 된다면, 우린 절대 범인을 잡을 수 없어요. 범인이 겁을 먹고 잠수해 버릴 거라고요. 그러면 범인을 잡을 가망이 없어요.” -FBI 요원 레이철








“이봐, 친구, 그 커피를 봐. 그건 평화롭게 잘 지내보자는 뜻으로 사 온 거야. 그걸 내 얼굴에 끼얹고 싶다면 마음대로 해. 난 도대체 무슨 소리를 하는 건지 모르겠으니까. 마지막으로 말하는데, 난 기자들하고는 말 안 해. 절대로. 지금 당신하고 이야기하는 건, 당신이 특권을 인정받아서야. 그뿐이라고.”

-잭과 사건을 해결하게 된 고든 소슨(FBI 요원)이 차 안에서 한 이야기


“그 여자는 오색 사막이야. 눈으로 보기에는 아름답지만 일단 그 사막에 발을 들여놓고 나면, 아주 황량해. 그 아름다움 뒤에는 아무것도 없다고, 잭. 게다가 사막에서는 밤에 날이 아주 추워져.” -고든 소슨 p.505



“레이철, 그건 모르는 일이야.” 배커스가 말했다. “앞으로도 영원히 모를 테고. 하지만 우리가 대답을 알아낼 수 있는 의문이 하나 있기는 하지. 애당초 거긴 왜 들어간 거예요? 잭? 왜?”

-FBI, 책임자 배커스


2004 <테이킹 라이브즈> 中

나는 텔레비전과 불을 껐다. 어둠 속에서 한순간 그녀의 뺨에서 눈물 맛이 나는 것 같았다. 그녀는 어느 때보다 세게 나를 끌어안았다 우리의 정사는 달콤하면서도 씁쓸했다. 마치 슬프고 고독한 사람 두 명이 우연히 만나 서로를 치유해 주기로 한 것 같았다. -587




ps. 책을 다 읽어보니 왜 책 리뷰들이 다 그렇게 끝났는지 알겠다. 내 리뷰 역시 알맹이 빠진 느낌이겠지만 이 책을 읽어본 다면 왜 내 리뷰가 이렇게 허전하지 알게 될 것이다. 감동은 크게, 리뷰는 간단하게!



♡ 본 리뷰는 출판사 도서 지원을 받고 작성한 개인적인 의견임을 밝힙니다.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대답 없는 그녀에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