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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당신에게 가을을 선물할게요

가을 국화를 보며...

by 연두씨앗 김세정

국화 옆에서 - 서정주


한송이의 국화꽃을 피우기 위해

봄부터 소쩍새는

그렇게 울었나 보다


한송이의 국화꽃을 피우기 위해

천둥은 먹구름 속에서

또 그렇게 울었나 보다


그립고 아쉬움에 가슴 조이던

머언 먼 젊음의 뒤안길에서

인제는 돌아와 거울 앞에 선

내 누님같이 생긴 꽃이여


노오란 네 꽃잎이 피려고

간밤엔 무서리가 저리 내리고

내게는 잠도 오지 않았나 보다


들판에 핀 꽃송이가 귀여운 보라색 꽃



<당신에게 가을을 선물할게요>


김세정



이글거리던 여름이 지나고

따사로운 가을이 돌아왔습니다

가을볕을 받은 나뭇잎은

초록을 벗고 노랗게 빨갛게

단장을 하며

가을을 준비합니다


가을바람과 함께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꽃집에 들립니다


작은 꽃잎이 모여

국화꽃 한 송이

색색의 국화꽃들이 모여

국화 꽃다발 하나


오늘 하루 수고한 당신에게

가을을 선물합니다.






남편과 꽃시장에서 득템 한 천냥 국화!


<국화 이야기>


남편은 연애시절, 나에게 예쁜 국화 꽃다발을 선물해 준 적이 있다.

꽃집 누나와 친하다던 남편의 말대로 '정성스럽고 예쁜 꽃'들이 모여있는 꽃다발은 내가 이제까지 받아본 어떤 꽃다발보다 화사하고 예뻤다.

그때 '국화가 이렇게 예쁜 꽃이구나' 처음 느꼈던 것 같다.

그런데 그 예쁜 꽃다발 손에 귀여운 손글씨가 한 줄 쓰여 있었다.


"당신에게 가을을 선물합니다."
나는 그 짧고 낭만적인 문구를 바라보며 한 동안 푹 빠져 있었다.


예쁜 국화꽃으로 나에게 가을을 선물한다니?

로맨틱하고도 낭만적이었다.


바람이 선선해지면서 가을이 왔음을 느꼈던 어느 주말,

이마트에서 국화 한 다발을 보고 그때 생각이 났다.


"가을이 왔나 봐. 국화꽃 한 다발 살까? 아니다. 여보 우리 국화 화분 사러 가요.'

"가자. 지금 당장"

남편은 망설임 없이 차를 돌려 근처 꽃 시장으로 갔다.

국화가 가득한 꽃시장을 보며, 성큼 다가온 가을을 느껴본 하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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