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국화를 보며...
국화 옆에서 - 서정주
한송이의 국화꽃을 피우기 위해
봄부터 소쩍새는
그렇게 울었나 보다
한송이의 국화꽃을 피우기 위해
천둥은 먹구름 속에서
또 그렇게 울었나 보다
그립고 아쉬움에 가슴 조이던
머언 먼 젊음의 뒤안길에서
인제는 돌아와 거울 앞에 선
내 누님같이 생긴 꽃이여
노오란 네 꽃잎이 피려고
간밤엔 무서리가 저리 내리고
내게는 잠도 오지 않았나 보다
김세정
<국화 이야기>
남편은 연애시절, 나에게 예쁜 국화 꽃다발을 선물해 준 적이 있다.
꽃집 누나와 친하다던 남편의 말대로 '정성스럽고 예쁜 꽃'들이 모여있는 꽃다발은 내가 이제까지 받아본 어떤 꽃다발보다 화사하고 예뻤다.
그때 '국화가 이렇게 예쁜 꽃이구나' 처음 느꼈던 것 같다.
그런데 그 예쁜 꽃다발 손에 귀여운 손글씨가 한 줄 쓰여 있었다.
"당신에게 가을을 선물합니다."
나는 그 짧고 낭만적인 문구를 바라보며 한 동안 푹 빠져 있었다.
예쁜 국화꽃으로 나에게 가을을 선물한다니?
로맨틱하고도 낭만적이었다.
바람이 선선해지면서 가을이 왔음을 느꼈던 어느 주말,
이마트에서 국화 한 다발을 보고 그때 생각이 났다.
"가을이 왔나 봐. 국화꽃 한 다발 살까? 아니다. 여보 우리 국화 화분 사러 가요.'
"가자. 지금 당장"
남편은 망설임 없이 차를 돌려 근처 꽃 시장으로 갔다.
국화가 가득한 꽃시장을 보며, 성큼 다가온 가을을 느껴본 하루였다.